[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 TSMC가 최근 2나노(nm) 공정에 새로운 투자를 진행했다. 업계는 파운드리 업계 1위의 TSMC가 2위로 맹추격 중인 한국의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의지로 풀이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소재 확보에 전전긍긍하는 틈을 노려 TSMC는 투자 확대를 통해 1위를 수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2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49.2%로 1위를, 삼성전자가 18.0%로 2위를 각각 차지했다. 이어 글로벌 파운드리 8.7%, UMC 7.5%, SMIC 5.1% 등의 순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TSMC가 2나노 공정에 약 65억 달러(약 7조 8600억 원)를 투자하기로 승인했다. TSMC 이사회는 새로운 프로세스 개발과 업그레이드, 새로운 공장 건설과 용량 확장을 목적으로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발표한 2나노 공장 건설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다. 앞서 TSMC는 대만 신주 과학기술단지에 2나노 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2024년 생산을 목표로 한다.

TSMC는 2나노 공정기술의 개발에 앞서 5나노, 3나노 공정기술을 활용해 전환한다. TSMC가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5나노 공정은 2019~2020년에, 3나노 공정은 2021~2022년에 각각 시작한다.

TSMC·삼성전자, 3나노 미세 공정까지 로드맵 확보

전문가들은 현재 파운드리 공정 중 EUV 기술 노하우는 삼성전자가 한발 앞서고 있지만, 최근 적극적인 TSMC의 투자 양상을 비춰 볼 때 파운드리 공정 전체에서 삼성전자가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전체 파운드리 공정에서 TSMC는 삼성전자보다 앞선 점유율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삼성전자는 EUV의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면서 최근 업계 2위까지 성장한 후발주자다. EUV 공정에 있어서는 삼성전자의 도입이 TSMC보다 한발 빠르게 시작되며 기술력을 확보했으나, 최근 7나노 이하의 미세공정에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한 TSMC가 기술력을 많이 따라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TSMC)
(사진=TSMC)

TSMC 이사회는 지난 5월에도 첨단 노드 제조를 위해 39억 7980만 달러(약 4조 7600억 원)의 자본을 지출하기로 승인한 바 있다. 지출 목적은 ▲첨단 기술 캐파(capacity) 업그레이드와 확장 ▲전문 기술에 대한 로직 캐파 전환 ▲2019년 3분기 R&D 자본 투자와 자본지출 유지 등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5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60조 원은 파운드리 사업을 위한 생산시설 확충에 사용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TSMC 모두 6나노~3나노까지의 미세 공정 로드맵이 확정됐다. 4나노 공정까지는 기존의 핀펫 공정으로 이뤄지며, 3나노부터는 새로운 GAA 공정을 통해 생산이 진행될 예정이다.

3나노 이하 초미세 회로에 도입될 GAA 구조는 전류가 흐르는 통로인 원통형 채널(Channel) 전체를 게이트(Gate)가 둘러싸고 있어 3면을 감싸는 지느러미 모양의 핀펫 구조에 비해 전류의 흐름을 더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Planar FET, FinFET, GAAFET, MBCFETTM 트랜지스터 구조(사진=삼성전자)
Planar FET, FinFET, GAAFET, MBCFETTM 트랜지스터 구조(사진=삼성전자)

日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 삼성전자 파운드리 발목 잡아

업계는 미세공정 전환이 순조로운 TSMC와는 달리 삼성전자의 경우 소재 수급의 문제로 파운드리 생산에 일부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에 대한 영향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수출 규제가 시작된 후, EUV 공정의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의 수입이 한 달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수출 허가를 내줬으나, 일본 정부의 마음에 따라 언제든 수입이 끊길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아직도 존재한다.

또한 28일부터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한국은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다. 이럴 경우 수출 제한 품목이 늘어나며, EUV에 사용되는 다른 소재 수급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블랭크 마스크의 경우, 메모리와 비메모리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필수 소재이며, 호야와 울코트 등의 일본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특히 EUV 공정에는 일본 호야의 블랭크 마스크 구매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업계는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해당 소재의 수입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호야가 생산하는 블랭크 마스크가 삼성전자 내 비중 60%를 상회하고 EUV용 블랭크 마스크는 호야가 독점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삼성전자에 발주한 7나노 파운드리 물량이 모두 TSMC로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삼성전자는 퀄컴, IBM, 엔비디아에 7나노 반도체 수주 계약을 맺었지만 전체 물량에 대한 수주는 못 했다. 퀄컴과 엔비디아의 7나노 제품 나머지 물량은 TSMC에 생산을 수주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반도체 업체들은 당연히 TSMC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 파운드리 업체에서 7나노 이하의 공정이 가능한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퀄컴과 엔비디아 외에도 애플, 화웨이 하이실리콘, AMD, 자일링스 등이 TSMC와 계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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