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 과잉으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하락세를 보인 반도체 시장이 하반기에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지속되고 일본이 한국에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하면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불황이 계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반도체 시장 부진 속에서 2분기 이례적인 성장세를 보인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하반기에도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라이벌인 한국의 삼성전자는 일본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로 파운드리 생산에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TSMC가 삼성전자의 부진에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삼성전자에 발주한 7나노(nm) 파운드리 물량이 모두 TSMC로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삼성전자는 퀄컴, IBM, 엔비디아에 7나노 반도체 수주 계약을 맺었지만 전체 물량에 대한 수주는 못 했다. 퀄컴과 엔비디아의 7나노 제품 나머지 물량은 TSMC에 생산을 수주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반도체 업체들은 당연히 TSMC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 파운드리 업체에서 7나노 이하의 공정이 가능한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퀄컴과 엔비디아 외에도 애플, 화웨이 하이실리콘, AMD, 자일링스 등이 TSMC와 계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TSMC 2분기 매출 10%↑…6월 매출은 22%↑

지난 18일 TSMC는 6월 30일에 종료된 2019년 2분기 24조 1000억 대만 달러(약 913조 원)의 매출과 667억 7000만 대만 달러(약 2조 53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 대비 매출은 10.2%, 순이익은 8.7% 증가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정점에 있었던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3.3%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7.6% 줄었다.

6월 급격히 늘어난 매출이 TSMC의 2분기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10일 TSMC는 지난 6월 858억 7000만 대만 달러(약 3조 25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21.9%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TSMC 파운드리 공장(사진=TSMC)
TSMC 파운드리 공장(사진=TSMC)

TSMC는 2분기 7나노 출하량은 전체 웨이퍼 매출의 21%를 차지했으며, 10나노는 전년 동기 13%에서 3%로 줄었다고 밝혔다. 또한, 16나노는 23%를 차지했다. 16나노 이하의 정밀 공정이 전체 웨이퍼 매출의 47%를 차지한 것이다.

이에 TSMC는 3분기에 연결 수익이 91억~92억 달러(약 11억 원)로 약 18%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TSMC는 파운드리 7나노 공정을 확장하고 2020년 새로운 5나노 노드를 개발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올해 자본 지출이 100억~110억 달러(약 12조 원) 사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TSMC의 CFO 로라 호는 “3분기 매출이 스마트폰과 IoT 부문의 수요 증가에 의해 주도될 것”으로 예상하며, “4분기에는 주로 스마트폰과 HPC 기기에 대한 칩 수요에 힘입어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19년 하반기부터 5G 스마트폰과 기지국 장비 수요가 견실해질 것"이라며, "TSMC의 첨단 및 성숙한 공정 노드가 이미 관련 제품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반기에도 TMSC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19일 "미중 무역 갈등과 화웨이 제재에도 불구하고 지난 2분기 매출이 77억 5000만 달러로 가이던스의 상단을 넘어섰다"며, "중저가 스마트폰에 많이 쓰이는 16/20나노 매출이 전분기 대비 56%나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3분기 가이던스 매출도 91억~92억 달러로 컨센서스인 89억 달러를 웃도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다"며, "하반기 5G(와 신규 스마트폰, HPC 등 7나노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결과를 해석하면 TSMC는 다시 한번 시장 기대감을 웃도는 하반기 전망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며, "다만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4분기 매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될 수 있다고 경영진의 발언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가 전 지구적 혼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미지=양대규)
(이미지=양대규)

日 추가 제재 예고에 삼성전자는 '불안'

다른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TSMC보다 글로벌 2위 파운드리 플레이어인 삼성전자에 직접적인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 라인인 7나노 이하의 EUV(극자외선) 파운드리 공정에 일본산 포토레지스트(감광액)가 필수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포토레지스트는 에칭가스(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미드와 함께 지난 4일부터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 3가지 중 하나다.

특히 수출 규제가 장기화 되면 삼성전자는 더욱 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8월부터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추가 제재를 진행할 전망이다. 이는 EUV의 또 다른 핵심 소재인 블랭크 마스크 수급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현재 EUV용 블랭크 마스크는 일본의 호야에서 생산한 제품이 필수적이다.

이에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호야가 생산하는 블랭크 마스크가 삼성전자 내 비중 60%를 상회하고 EUV용 블랭크 마스크는 호야가 독점 생산하고 있다"며, "웨이퍼와 블랭크 마스크는 국내 반도체 업체가 일본 제품을 가장 선호하기 때문에 규제가 가해질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 일부에서는 대만도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에 속하지 않은 만큼 삼성전자와 TSMC가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하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아베 정부의 ‘보복 정책’이기 때문에 한국이 불리한 상황이다. 대만에는 수출 허가를 내줘도, 한국에는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규제가 시작된 지난 4일 이후 3개 품목에 대한 일본 경제산업성의 수출 승인은 단 한 건도 없다. 현재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일본의 소재 업체에 물량을 주문하고, 일본 업체가 경제산업성에 수출 계약서와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경제산업성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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