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美는 아군일까?…트럼프 '발언'의 이유
‘日 수출규제’, 美는 아군일까?…트럼프 '발언'의 이유
  • 양대규 기자
  • 승인 2019.07.22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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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양국 정상이 직접 해결해야"
美 인텔·마이크론 '반사이익'
삼성 라이벌 TSMC의 대주주 역시 '美 씨티은행'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 규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일 양측이 원한다면 관여하겠다”고 발언해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쉽게 이번 사건에 개입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의 수출 규제에서 일부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개입은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마이크론 등이 한국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정부가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것이 중요한 절차이기는 하지만, 무조건 한국에 유리하게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부와 정치권은 일본의 수출 규제 해결을 위해 미국의 개입을 요청했다.

이에 19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그(문재인 대통령)는 여러 마찰이 특히 무역과 관련해 진행 중이라고 했다”며, “일본은 한국이 원하는 뭔가를 가지고 있고, 그는 내게 관여를 요청했다. (한·일) 둘 다 원한다면 나는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과 한국 사이에 관여하는 것은 풀타임 잡과 같다”며,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하면 나는 거기 있을 것”이지만 “바라건대 그들이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양국 정상이 원하면 개입은 하겠지만, 수많은 노력과 시간 등이 필요하며 한일 양국과의 관계에서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쉽게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같은 날 미국 국무부는 한일 간 갈등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에 따르면, '한일 간 갈등 중재에 나설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양국이 역내 주요한 사안에 집중하라고 촉구하는 것 외에는 중재할 계획이 없다"며, "미국은 우리의 가까운 두 동맹국이 진지한 논의를 통해 이번 사안을 해결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미지=양대규, 소스=BBC)
(이미지=양대규, 소스=BBC)

美 인텔·마이크론 '반사이익' 예상…TSMC 대주주 '美 씨티은행'

전문가들은 미국이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에 개입을 꺼려하는 데는, 정치적인 문제도 있지만 미국 반도체 회사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나쁜 상황만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회사인 인텔과 마이크론은 물론, 삼성전자의 라이벌로 이번 수출 규제의 반사이익을 제대로 보고 있는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 역시 미국의 자본이 대거 투입된 회사다. TSMC의 대주주는 20.6%의 지분을 보유한 미국 씨티은행이다. 미국의 입장에는 아베 정부의 ‘정치 보복’이 마냥 나쁜 소식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재로 국내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지닌, 7나노(nm) 이하의 EUV(극자외선) 파운드리 공정에 일본산 포토레지스트(감광액)가 필수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포토레지스트는 에칭가스(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미드와 함께 지난 4일부터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 3가지 중 하나다.

이에 라이벌 회사인 TSMC와 인텔에 일부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최근 TSMC는 애플과 하이실리콘을 비롯해 퀄컴, 엔비디아, AMD, 자일링스 등이 올해 생산할 7나노 칩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주들로 6월 TSMC의 매출은 22% 성장했다.

또한 인텔 역시 7나노 공정을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나노에서 10나노로의 공정 전환이 늦어지며, 파운드리 산업에서도 잠시 뒤처진 인텔은 최근 10나노 공정 전환을 성공했다. 최근 밥 스완 인텔 CEO는 “올해는 10나노 노드를 꺼낼 수 있다”며, “7나노 노드는 2년 안에 출시될 예정이며 2.0배까지 확장돼, 역시 무어의 법칙 곡선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의 반도체 규제가 장기화되면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메모리 산업에서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국내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인 메모리 생산 업체다. 특히 전 세계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미국의 마이크론이 삼분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D램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이 세 업체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마이크론에게는 긍정적인 상황이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반사이익을 얻는 미국 기업도 있지만, 전 세계의 반도체 에코 시스템은 각 나라들 사이에서 유기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장기화가 되면 결국은 전체 시장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즉 미국의 입장에서는 일본의 손을 들어주기에도, 한국의 손을 들어주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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