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일본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결국 한일군사정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파기했다.

22일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 경로를 통하여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를 열어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논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 종료 후 상임위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집무실 옆 소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문 대통령에게 상임위 결정을 보고했다"며 "이 자리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도 자리해 사실상의 NSC 안보관계 전체회의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상임위 결정을 보고받고 약 1시간가량 토론을 진행했고 이를 재가했다"며 "정부는 제반 측면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일본 아베 정부는 지난달 1일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품에 대한 수출 규제를 예고한 뒤, 4일 수출 규제를 본격 단행했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단행한 소재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 등 3개 품목이다.

이어 지난 2일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한국의 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리고 7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를 공포했으며, 이에 따라 21일 후인 28일부터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김유근 차장은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소미아에 대해 "(한국 측과)협력해야 하는 과제는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이와야 다케시 방위상도 이날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는 한일간 안전보장 분야에서 협력과 연계를 강화한다"며, 이를 통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책임 지는 것이라며, 연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 측은 지소미아 연장이 불발될 경우 양국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 한국의 판단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 구베이수이전(古北水鎭)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먼저 지소미아 연장 여부에 대해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 파기에 앞서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을 제시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심사 우대 대상국에 일본을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고시안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처럼 수출 심사 과정에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제도다. 주요 수출품이 무기 개발에 쓰일 수 있거나 첨단기술에 사용되는 전략물자임에도 우방국에 한해 심사 우대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우리도 사실상 맞대응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결정에 따른 조치 중 하나로 우리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의 수출 규제 제도도 일본과 비슷하다. 현재 한국은 바세나르 협정 등 4대 다자간 전략물자 통제 체제에 모두 가입한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 29개국을 '가 지역'으로 묶어 각종 수출 심사 과정에서 우대했다. 나머지 국가는 '나 지역'으로 분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두 지역으로 나눠진 분류체계 중 '가 지역'을 다시 '가-1', '가-2'(신설) 지역으로 나눴다. 일본은 '가-2' 지역에 속한다. 수출 심사 과정에서 적용하던 각종 우대 조치를 제외한 것으로 종전 '나 지역' 수준의 수출통제를 적용한다.

원칙적으로 허용하던 포괄허가는 예외적 허용으로 바뀐다. 재수출이 불가하며, 신청서류도 1종에서 3종으로 늘어난다. 한번 받으면 3년간 유지되던 수출허가 유효기간도 2년으로 줄어든다. 개별허가의 제출서류는 3종에서 5종으로 늘어나고, 심사 기간은 5일 이내에서 15일 이내로 늘어난다.

앞으로 20일간의 행정예고 기간에 의견 수렴 등을 거친 후 규제심사, 법제처심사 등 법적 단계를 밟은 후 이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일본에 대한 상응 조치가 아니라고 밝혔다. "양국 제도를 비교하거나 특정 사례를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지난 2일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한국의 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리고 7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를 공포했으며, 이에 따라 21일 후인 28일부터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본격적으로 규제가 시행되는 28일부터는 일본에서 군사 전용이 가능한 규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3년간 유효한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없다. 비규제(일반) 품목의 경우 무기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일본 정부가 판단하는 경우에도 별도의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7일 공포된 시행령에는 하위 규정으로서 시행세칙에 해당하는 '포괄허가 취급 요령'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업계는 실제로 규제가 시작되는 28일부터 아베 정부의 본격적인 ‘보복 조치’가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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