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최근 인텔이 삼성전자에 14나노(nm) 공정 제품 양산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인텔이 삼성전자에 수주를 맡긴 제품이 CPU는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인텔이 자사의 핵심 CPU를 경쟁 업체에 위탁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인텔의 14나노 CPU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인텔의 공정 기술을 사용하거나 인텔이 삼성전자의 공정에 맞게 프로세서를 다시 설계해야 된다. 또한 앞서 인텔이 TSMC 등에 파운드리 위탁을 맡겼을 때도 인텔은 주요 CPU가 아닌 좀 더 단순한 설계를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부 언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인텔은 CPU 공급난 해소를 위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14나노 제품을 위탁한다. 업계는 인텔이 삼성파운드리 사업부와 14나노 공정을 이용한 인텔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관련 제품이 PC용 14나노 ‘로켓 레이크’가 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의 CPU 공급부족 '현재 진행형'

인텔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데이터 센터와 슈퍼컴퓨터 등 프로세서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고객들의 CPU와 칩셋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인텔은 미국 오리건과 애리조나, 아일랜드, 이스라엘 등에 있는 제조공장에 15억 달러(약 1조 7400억 원)를 투자해 생산량을 끌어올리며, CPU 공급 부족 현상이 상반기에 해소될 것으로 추측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텔의 CPU 공급부족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업계는 현재 인텔의 공급량을 볼 때, 정상적인 회복은 올해 하반기는 되어야 회복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이 최근 10나노 공정의 새로운 프로세서를 양산하며 일부 공급부족을 해결한 듯 보이지만, 절대적으로 많은 수치의 14나노 공정에서는 공급부족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밥 스완 인텔 CEO는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진행한 컨퍼런스 콜에서 "우리의 공급 부족 문제는 관련 생태계에 큰 지장을 줬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해 고객 성장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며, CPU 공급 부족 문제가 올해 3분기 말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텔은 7나노로 전환을 원하지만, 기존 공장에서 새로운 프로세스 노드를 도입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지속적인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14나노 공정을 7나노 공정으로 바꾸려면 어느 시점에 라인을 꺼야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항상 팹 라인을 빠듯하게 운영해 왔지만, 최근에도 14나노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0나노 공정의 긴 지연은 인텔의 시설에 병목 현상을 일으켰다. 인텔은 2021년까지 7나노 공정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이는 14나노 수요가 이미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히 빠른 볼륨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텔의 CPU를 사용한 PC(사진=Pexels)
인텔의 CPU를 사용한 PC(사진=Pexels)

인텔, 삼성에 칩셋 등 단순한 제품 맡길 것

최근 인텔의 삼성전자 파운드리 위탁과 관련된 소식은 이런 인텔의 CPU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로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인텔의 핵심 14나노 CPU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기기보다는 칩셋 등 보다 단순한 제품의 양산을 맡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일(현지 시각) 톰스 하드웨어는 “우리 소식통에 따르면, 인텔과 삼성전자는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이번 협상은 아웃소싱이 훨씬 쉬운 단순한 디자인, 칩셋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은 인텔이 14나노 생산능력 부족으로 지난해 칩셋용 22나노 노드로 복귀한 것을 감안하면 일리가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프로세서당 칩셋을 1개씩 생산하기 때문에 소형 칩은 회사의 웨이퍼 생산량과 포장 및 테스트 용량의 상당 부분을 소비한다. 이에 칩셋의 생산량을 삼성에 위탁하며, 인텔은 자체 생산능력을 고수익 제품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톰스 하드웨어에 따르면, 과거에도 인텔은 자사의 일부 제품을 TSMC 파운드리를 통해 제조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TSMC와의 세부 협정은 알려진 것이 없지만, 인텔은 오랫동안 파운드리에 위탁한 것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실제 인텔은 지난 2017년 12월 “인텔 자체 제조 능력을 확대하는 것 외에, 비즈니스에 합당한 특정 기술에 대해 선택적 주조 공장 사용을 계속할 것"이라며, 지난 20년간 인텔은 관행적으로 파운드리에 일부 제품 생산을 위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텔이 삼성전자를 통해 14나노 로켓 레이크 제품을 출시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며, “과거 인텔은 아톰 CPU나 칩셋을 TSMC에 위탁하기로 계약을 했지만, 그 당시에도 메인 CPU 라인은 맡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텔이 자사의 CPU를 타사에 위탁하면, 민감한 설계 IP가 경쟁사에 노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최근 프로세서 쪽으로도 투자를 확대하며, 인텔과는 경쟁 관계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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