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전 세계에서 7nm 공정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딱 두 군데밖에 없다. 바로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다. 두 기업 외에는 인텔이 10nm 공정 양산에 성공했지만, 자체 프로세서 생산에만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칩은 집적도가 높을수록 전력 효율성과 성능이 좋아진다. 또한 공정이 미세해진 만큼 반도체 칩 자체의 크기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즉, 고성능의 최신 프로세서나 그래픽카드, 5G 모뎀을 생산하기 위해서 애플, 엔비디아, 퀄컴, AMD 등의 반도체 업체들은 TSMC와 삼성전자, 두 기업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1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1위 파운드리 생산 기업인 TSMC의 7nm 공정의 주문이 밀려들며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7nm 외에의 다른 공정에서도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TSMC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7nm 이하의 공정 생산이 가능한 삼성전자가 TSMC의 공급 부족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전체적인 파운드리 공정에서 TSMC의 신뢰도가 높지만, EUV(극자외선) 노광 공정에서는 TSMC보다 빠른 양산을 성공한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뒤처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내년부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의 EUV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캐파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디지타임즈는 “TSMC 16nm, 12nm 및 10nm 칩 공급이 빠듯해졌다”며,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리드 타임이 6개월 이상 연장된 7nm 칩 공급은 물론, 최근 16nm, 12nm, 10nm 칩 공급도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TSMC는 7nm 공정의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객사들에게 내년 주문을 미리 해달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라인 조감도

이미 지난달, AMD 3세대 라이젠 '재고 부족'

TSMC의 7nm 공급 부족은 이미 지난달부터 시작했다. 지난달 AMD의 7nm 기반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의 재고가 부족했으며, 라이젠 3900X와 같은 하이엔드 모델의 구매는 예약을 해야 되는 경우도 있었다. 마이드라이버 등 외신에 따르면, 8월 초 아마존, 베스트 바이, 뉴에그, 심지어 공식 웹 사이트의 직접 판매 페이지와 같은 주요 온라인 쇼핑 채널에서 라이젠 9 3900X는 재고가 없어졌으며 재고품조차도 가격을 50% 인상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라이젠 3000 시리즈 프로세서의 물량 부족이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이 강해 수요가 높은 데 비해, 공급량이 너무 적은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는 TSMC의 7nm CPU 생산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TSMC는 라이젠 이전에 고성능 X86 프로세서를 만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AMD의 7nm 공정은 250㎟ 클래스의 대형 다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가 커지면 다이에 결함이 포함될 확률이 증가해, 수율이 떨어지고 또한 비용이 상승한다. 특히 싱글 패터닝의 단순한 삼성전자 EUV 라인과 달리 TSMC의 7nm 공정은 더욱 복잡한 노광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낮은 수율이 AMD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AMD는 이에 대해 부인했다. 지난달 1일 리사 수 박사는 TSMC의 7nm 생산능력은 문제가 없으며, 라이젠 3000 시리즈의 물량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8월 초 일부 프로세서의 구매가 어려웠던 이유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TSMC는 자사의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7nm 수요가 큰 이유 중 하나로 ‘5G’가 상용화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올해 중국과 한국 시장에 5G를 탑재한 스마트폰 출하량은 10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전통적인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이 시장에 나오면서 TSMC의 생산량이 급격히 늘었다고 분석했다. IC인사이츠는 ““애플과 화웨이의 새로운 스마트 폰을 위한 7nm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TSMC 매출의 강력한 하반기 반등에 대한 전망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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