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탈 화웨이'에 나섰다. 그동안 하이실리콘의 반도체 부품들은 모두 화웨이의 전화기에만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 하이실리콘은 자사 통신 부품을 시장에 공개하며 화웨이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실리콘이 4G 통신 모뎀을 공개 시장에 내놓았다. 더 이상 화웨이의 내부 IC 부서가 아닌, 불특정 다수에 칩을 공급하는 업체임을 공식화 한 것이다.

 

'화웨이 독점' 하이실리콘, 최근 오픈 마켓용 제품 생산

하이실리콘은 중국 최대 칩 설계 기업이지만 고객사는 늘 '화웨이' 뿐이었다. 그동안 화웨이는 하이실리콘의 칩 설계와 공급을 자사로만 제한하며 내부 사업부로 유지하려는 전략을 사용했다.

특히 인공지능(AI) 처리 기능을 탑재한 하이실리콘의 기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리즈를 독점한 화웨이는 퀄컴과 삼성전자의 AP와 함께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점했다.

하이실리콘의 기린 AP(사진=하이실리콘)
하이실리콘의 기린 AP(사진=하이실리콘)

하지만 최근 하이실리콘이 일부 업체들에 통신 칩을 공급하는 게 밝혀지며, 화웨이가 더 이상 하이실리콘의 제품을 독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E타임즈는 "지난해 10월 열린 선전의 전자쇼에서 상하이 하이실리콘은 오픈 마켓에 4G 통신 칩을 출시했다" "이는 하이실리콘이 더 이상 화웨이에만 종속되지 않았다는 첫 신호"라고 보도했다.

이날 무역박람회에서 자오추징 상하이 하이실리콘 플랫폼·솔루션 마케팅 담당 이사는 하이실리콘이 외부적으로 업계에 칩을 판매하는 공개 전략을 밝혔다. 상하이 하이실리콘은 지난해 4월 1일 상하이 칭푸 구에 8000만위안(약 133억원)의 자본으로 설립됐다.

최고 경영진은 자오밍루 회장과 시옹 웨이 총지배인으로 구성된다. 회사 이사로는 헤팅보와 펑추엔이 있다. 하이실리콘의 화웨이용 칩 판매는 여전히 선전 하이실리콘이지만 상하이 하이실리콘은 오픈마켓용 칩 설계 업체로 새롭게 등록된 것이다.

EE타임즈에 따르면 화웨이와 하이실리콘은 '모든 것이 인식되고 모든 것이 연결돼 있는 세계'를 건설하는 비전을 공유한다. '연결된 모든 것'의 핵심은 칩과 부품이다. 상하이 하이실리콘은 다양한 산업에서 디지털, 지능형 산업의 연결을 강화하기 위해 핵심 칩과 부품을 제공하기를 원한다.

 

하이실리콘, 5G·AI·IoT 발달로 글로벌 시장 확장 노려

업계는 5G와 AI, IoT의 발달로 커진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실리콘이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먹거리를 포착하기 위해 오픈 마켓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하이실리콘은 내부용 제품과 오픈 마켓용 제품 사이의 장벽을 허물려고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군 명칭도 바꾸면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먼저 하이실리콘은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이 팔린 제품군인 카메라 제품군의 이름을 '스마트 비전'으로 바꿨다. 하이실리콘의 카메라는 주로 전문 보안 감시 분야를 공급했다. 스마트 비전으로 하이실리콘은 소비자 전자제품과 자동차 전자제품을 위한 시각 인식 컴퓨팅 제품의 더 넓은 범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하이실리콘의 두 제품군인 셋톱 박스와 TV는 '스마트 미디어' 제품군으로 통합되고 있다. 하이실리콘은 외부 개발자에게 통합 컴퓨팅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독립 TV 브랜드와 셋톱 박스 사업자에서 전체 화면 스마트 단말기와 미래 스마트 홈 센터로 시장을 확대하고자 한다.

하이실리콘이 가장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바로 통신모뎀이다. AI와 IoT 애플리케이션 분야는 매우 복잡하고 광범위하다. 하이실리콘은 현재 이 스마트 연결 시장에 4G와 5G 칩을 판매하고 있다.

하이실리콘은 주로 홈 네트워크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고 스마트폰과 Wi-Fi를 통해 완전한 커버리지를 달성하도록 설계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또 하이실리콘은 현재 3개의 비즈니스 육성 그룹을 보유하고 있다. 신형 유닛은 대형·중형·소형 스크린용 기기를 중심으로 한 디스플레이 그룹, 지능형 비전 카메라를 통해 지능형 커넥티드카 시장을 공략하는 자동차 전자제품, 신흥 분야의 잠재력을 추구할 로봇 그룹이다.

하이실리콘, 퀄컴, 미디어텍, 삼성전자의 5G SoC(왼쪽 위에서 시계방향, 이미지=양대규 기자)
하이실리콘, 퀄컴, 미디어텍, 삼성전자의 5G SoC(왼쪽 위에서 시계방향)

전문가들은 하이실리콘이 화웨이를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서 5G 시대의 새로운 반도체 대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5G SoC(시스템온칩)을 개발 중인 퀄컴, 삼성전자를 비롯해 지난해 급성장한 대만의 미디어텍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한 업계 전문가는 "하이실리콘이 개방화 정책을 꾀하면서, 자사의 기린 AP도 화웨이가 아닌 외부 기업에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부터 5G가 본격 보급화되면서 기린과 5G 모뎀을 합친 새로운 SoC의 수요가 많아질 것이다. 고급 모델은 화웨이에 우선 제공하고 중저가 모델로 중국업체들을 공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올해 5G와 AP가 결합한 5G SoC가 본격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퀄컴은 글로벌 하이엔드급 모델에 5G 제품을 공급할 것이며, 삼성전자는 자사의 하이엔드급 모델에 퀄컴과 자사의 5G 제품을 사용할 전망이다. 화웨이도 자사의 하이엔드급 모델에 퀄컴과 하이실리콘의 제품을 사용하며, 미디어텍은 글로벌 미드레인지급 모델에 5G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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