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시중은행과 핀테크 업체 간 장벽을 허무는 '오픈뱅킹 시대'의 본격적인 닻이 올랐다. 주요 시중은행이 두 달 앞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데 이어,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 핀테크 업체 수십여곳까지 대열에 동참했다. 은행이 아니고서는 접근이 어려웠던 '금융결제망'이 핀테크 업체들에게도 활짝 열린 것이다. 진검승부를 앞두고 핀테크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오픈뱅킹은 금융 서비스의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지도록 각 은행들이 갖고 있는 고객 계좌 정보를 다른 은행과 핀테크 업체들에 개방하는 정책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앱 1개만으로 모든 은행의 계좌를 이용할 수 있어 더 편해진다.

오픈뱅킹 운영 세부 추진 방안. (그래픽=연합뉴스)
오픈뱅킹 운영 세부 추진 방안. (그래픽=연합뉴스)

하지만 전유물로 여겨지던 '고객 데이터'를 경쟁사와 나누게 된 은행들 입장에서는 상황이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동안 여러 은행이 엇비슷한 디지털 서비스로 제 갈길을 갔다면, 오픈뱅킹 경쟁 시대에는 1등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료 송금 늘리고 통장 쪼개주고...'혁신' 앞장선 핀테크 업계

앞선 1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결제원은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식을 가졌다. 올해 10월 말 시범운영 때는 참여자가 은행 10곳에 불과했지만 이날부로 핀테크업체 31곳과 은행 6곳이 오픈뱅킹 서비스에 새로 합류했다. 일단 초반 흥행에는 성공한 분위기다. 금융위에 따르면 가입자 수가 시범운영 첫날 51만명에 달했고 50일째 되는 날엔 315만명으로 집계됐다.

핀테크 업체들은 오픈뱅킹 확대에 큰 기대를 걸고 발빠르게 서비스 출시에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의 합작 핀테크 업체 핀크는 다중 송금인 '내 계좌 간 이체'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1번의 실행으로 계좌 5개에 최대 1000만원의 돈을 보낼 수 있다. 식비와 적금, 비상금 등 용도에 따라 금액을 달리해 분배하는 게 가능하다. 일명 '통장 쪼개기'가 가능한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소공동의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식에 나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내년 1분기 안으로는 소비자가 가진 모든 은행 계좌를 체크카드 1개에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온다. 1곳의 계좌에서만 결제되는 방식의 불편함을 덜어낸 게 특징이다. 이를 위해 신한카드가 힘을 보탠다.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소비자들은 결제할 때마다 비용이 빠져나갈 은행 계좌를 다르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핀테크 전문 업체 세틀뱅크도 오픈뱅킹 확대에 맞춰 오픈뱅킹을 연동한 '내 통장 결제' 서비스를 내놨다. 이 서비스의 주된 타깃은 중소형 쇼핑몰 사업자다. 결제 수수료를 낮추고 정산주기를 앞당겨 자금 부담을 한층 덜어준다.

간편송금 서비스인 토스와 카카오페이의 경우 무료 송금 횟수를 현행 10회에서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오픈뱅킹이 도입되면서 펌뱅킹(기업과 은행간 금융결제망) 이용 수수료가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 데 따른 조치다. 그간 토스와 카카오페이가 해마다 부담해온 펌뱅킹 수수료는 각각 600억원과 400억원에 달했다.

 

시중은행, 차별화 상품 내세워 탄탄한 '방어'

오픈뱅킹 전면 시행으로 핀테크 업체들과 같은 출발선 상에 서게 된 시중은행들도 금융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18일 서울 소공동의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식이 열렸다. (사진=신민경 기자)

KEB하나은행은 모바일앱인 하나원큐에서 오픈뱅킹 가입자에 한해 우대금리를 주는 정기 예·적금을 출시했다. 적금의 경우 기본금리 연 1.8%에 우대금리 연1.8%p를 더해 연 3.6%까지 제공 받을 수 있다. IBK기업은행에서도 기존 금리보다 높은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오픈뱅킹 전용상품 'IBK첫만남통장'을 내놨다. 초대 연 3%의 금리를 받을 수 있으며 이체 수수료는 전면 무료다.

농협은행은 비대면 금융상품가입 채널인 '금융상품몰'에 초점을 맞췄다. 농협 인터넷뱅킹과 NH스마트뱅킹 앱은 이 몰을 통해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가입을 돕는다. 상품 가입 시 통장 잔액이 부족할 경우 충전 단추만 누르면 타행계좌에서 바로 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주된 특징이다.

신한은행은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다른 은행계좌의 현금을 뽑을 수 있는 '간편 앱 출금' 기능을 선뵀다. 해당 은행의 카드가 없더라도 일회용 인증번호만 받으면 이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에선 오픈뱅킹을 자주 이용하면 이자를 최대 연 4%까지 보장해주는 적금도 나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참여 신청을 했던 기업이 180개에 달해 향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소비자로선 1개를 골라야 하는데 선택지가 너무 많아져 혼란스러울 것이므로 기업들은 서비스를 차별화, 간소화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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