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카카오와 네이버 등 빅테크(BigTech) 기업의 증권업 진출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 안건이 증권선물위원회의를 통과했고, 네이버도 증권사 인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증권시장에는 벌써부터 이들 빅테크 기업이 일으킬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빅테크 기업이란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대형 IT기업을 말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의 금융 계열사인 카카오페이가 대주주 적격성 문턱을 넘으면서 카카오의 증권업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는 최근 열린 정례회의에서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 2018년 10월 카카오페이가 바로투자증권 지분의 인수 계약을 체결한지 1년3개월 만의 결실이다.

 

 

금융위는 다음달 5일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이번 안건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카카오페이의 증권업 진출에 마침표가 찍힐 전망이다.

이로써 '카카오톡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투자상품이 거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카카오페이의 청사진이 현실화 단계에 접어든 분위기다. 기존 서비스인 간편송금과 결제에 주식거래와 금융상품 판매 등의 기능이 더해질 경우 카카오가 지향해 온 '원앱(주요 기능을 앱 1개에 통합) 전략'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대형 증권사들의 주식매매 시스템인 MTS와 HTS의 입지를 압박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접근성과 편익 면에서 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카카오톡 이용자 수는 5000만명에 달한다. 카카오톡이라는 거대 메신저 플랫폼에서 유입될 소비자들을 상대로 맞춤형 재테크 상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량거래에 초점이 맞춰진 종전 시스템과는 달리 카카오페이는 소액투자 중심의 환경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잠재고객이 주로 젊은 층에 쏠려 있는 점을 감안해서다.

네이버도 증권업 진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자회사 라인을 통해 일본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 시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진행 중인 만큼, 결제 영역을 넘어선 '종합 금융 플랫폼'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네이버는 국내외에서 금융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상반기 일본에 라인파이낸셜을 세웠고 같은해 6월엔 노무라홀딩스와 합작해 라인증권을 설립했다. 태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11월 네이버로부터 물적분할해 독립된 회사로 출범한 네이버파이낸셜이 올해부터 영업을 본격화한다. 여러 금융기관과 제휴해 '네이버 통장'을 선뵌 뒤 예·적금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전략적 파트너인 미래에셋대우로부터 8000억원 가량을 투자받기도 했다.

이미 시장에는 네이버의 증권사 인수설이 돌기도 했다. 이달 초 한 매체는 카카오의 증권업 진출에 대한 대비책으로 네이버가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인수를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증권업 진출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미지=연합뉴스)

 

이에 시장은 벌써부터 이들 빅테크 기업발 혁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를 보유한 국민 메신저와 국민 포털인 만큼, 기존 증권사들을 뛰어 넘는 혁신 서비스를 보여 줄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 카카오와 네이버가 본업을 넘어 증권업 등 금융부문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쉽고 편한 금융상품 거래 환경'이다. 옷을 사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금융투자상품 구매도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네이버 쇼핑' 등의 커머스를 통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의 금융 진출은 일단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20~30대에게 자기주도적인 금융생활을 할 기회를 터줄 것으로 보인다"며 "메신저나 검색 경로에서부터 금융이 침투해 온다면 보다 능동적으로 금융상품을 선택하고 취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우려도 있다. 거래가 빠르고 쉬워지는 만큼 소비자 피해를 막을 보호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한재준 인하대 금융투자학과 교수는 "오프라인보다 상담능력이 부족한 온라인에서 금융상품을 쉽게 사고 팔 수 있게 되면 소비자와 기업이 보안 불감증에 빠질 수 있다"며 "빅테크 기업의 광고 등 영업 활동에 있어서 향후 오해의 소지가 없으려면 정부가 표준화된 방침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