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오픈뱅킹 시장이 연초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금융 앱에서 자신이 보유한 모든 은행 계좌의 잔액조회·결제·송금 등을 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다. 앱이 고객의 선택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라 존망이 갈린다. 특히 은행권 입장에서는 핀테크 업체들의 전방위 공세에 맞서 기존 고객을 지켜야 한다. 초반 승패가 중요한 이유다. 일단은 KB국민은행이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그 뒤를 신한은행이 맹추격하는 모양새다.

3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19개 은행 전체의 모바일뱅킹 거래 금액은 총 459조869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376조5334억원) 대비 22.1%가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금융업계에서는 지난해 4분기 모바일뱅킹 거래 금액이 3분기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픈뱅킹 확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픈뱅킹이란 하나의 은행 앱에서 타행 계좌의 이체, 송금, 대출 등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간단한 동의 절차만 걸치면 한 은행 앱에서 자신이 보유한 타행 계좌를 관리하는 게 가능하다. 휴대폰에 여러가지 은행 앱을 깔 필요없이 하나의 앱만으로도 모든 업무가 가능한 셈이다.

신한은행 오픈뱅킹 앱 '쏠' (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 오픈뱅킹 앱 '쏠' (사진=신한은행)

 

지난해 10월 말 은행 10곳이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오픈뱅킹은 지난달 18일부터 정식 서비스에 들어갔다. 16개 은행에다 핀테크 기업까지 가세하며 총 47개 금융회사가 오픈뱅킹 서비스 경쟁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시행 이후 약 50일 간 오픈뱅킹에 가입한 사람은 315만명이다. 이들은 총 773만 계좌를 등록했다. 

아직 초반이지만 오픈뱅킹 확대의 효과를 가장 톡톡히 누리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3분기 모바일뱅킹 거래액은 62조2030억원에서 26.7%(16조8527억원) 늘어난 80조557억원을 기록했다. 이 배경에는 신한은행이 2018년 출시한 '쏠'(SOL)이 자리잡고 있다. 쏠은 신한은행이 기존에 운영되던 써니뱅크, S뱅크 등 6개 앱을 합쳐 출시한 플랫폼이다.

지난달 18일 신한은행은 타 은행 거래에서도 해당 기능을 사용하기 쉽도록 개선했다. 특히 '간편앱출금'은 타 은행 계좌에서 출금 신청만 하면 일회용 인증번호를 받아 신한은행 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을 출금이 가능하다. 또 '꾹이체'는 사용자가 수동으로 계좌번호를 입력하지 않고 간단한 손짓만으로 비밀번호 없이 이체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최근에는 '마이 신용관리 서비스'를 도입, 간단한 신청만으로 신용정보와 신용관리 팁, 추천 대출상품 및 가능한도 등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까지 추가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신한은행이 오픈뱅킹 시작 전부터 사전예약을 받는 등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쏠은 지난해 하반기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오픈뱅킹의 강자로 자리잡은 상태다.

모바일뱅킹의 전통적 강자, KB국민은행은 여전히 1등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국민은행의 모바일뱅킹 거래 금액은 79조5057억원에서 84조9215억원으로 6.8%(5조4158억원) 늘어났다. 자료가 집계된 이후로 국민은행은 줄곧 선두 자리를 지켰다.

국민은행은 타은행 계좌의 출금과 조회를 '온오프(ON·OFF)' 기능을 신설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만약 소비자가 출금 오프를 선택하면 이체성 거래는 중지되고 계좌조회만 가능해진다. 여기에 조회 오프까지 설정하면 조회까지 막을 수 있다. 현재 국민은행은 모바일뱅킹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지만, 신한은행의 쏠이 계속 성장할 경우 자칫 1위 자리를 뺏길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위를 둘러싼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싸움도 치열하다. 두 은행의 모바일뱅킹 거래 금액도 우리은행 58조9748억원, 하나은행 51조6128억원으로 격차가 이전보다 줄어든 상태다. 두 곳 모두 전용 상품 출시 등을 알리며 관련 광고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오픈뱅킹 시장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 금융사의 수장들이 신년사에 '변화'를 주요 키워드로 뽑은 이유가 있다"며 "지금까지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약진이 두드러졌지만, 다른 은행들도 전용 상품이나 소비자 편리를 위한 개선 등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오픈뱅킹 앱 광고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은행들의 오픈뱅킹 앱 광고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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