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카드업계 '최장수 CEO'로 꼽히는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4연임을 노리고 있지만 '노조 와해 연루'와 '60세 룰' 등의 변수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원 사장을 둘러싼 잇단 법률리스크가 연임을 가로막는 직접적인 변수가 될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중 원 사장의 항소장 제출 여부가 결정된다. 원 사장은 지난 2014년 취임한 뒤로 3번의 연임으로 6년째 삼성카드를 이끌고 있다. 이번 항소 여부는 그의 4번째 연임을 결정 지을 중대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 17일 원 사장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의 '와해 공작'에 개입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6개월과 집행유예 3년의 유죄 선고를 받았다. 피고가 1심 판결에 불복하는 경우 선고일로부터 7일 안에 항소해야 한다. 원 사장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항소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항소를 하면 판결 내용을 뒤집거나 확정 자체를 통상 3년까지 지연시킬 수 있다.

연임과 관련해 법적인 문제도 없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금고 이상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으면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지만 원 사장이 항소를 하면 형이 확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최종 심리가 있기까지 사장직에 수행에 제한이 없다.

다만 기업윤리가 업계의 핵심 경쟁력으로 언급되고 있어 원 사장의 연임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의 도덕성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유죄를 받은 원 사장을 요직에 두는 그룹은 물론 법률리스크를 안고 경영을 해야 하는 본인 역시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삼성그룹이 계열사 사장단에 일명 '60세 룰(사장은 60세까지만 임용한다)'을 적용해 온 점도 연임에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1960년생인 원 사장은 내년이면 만 60세로 삼성그룹이 세대교체 를 단행할 경우 내년 3월 23일까지인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기업 잉여현금흐름 (CG) (이미지=연합뉴스TV 제공)
기업 잉여현금흐름. (이미지=연합뉴스TV)

한편 학계에서까지 '재판장에 선 최고경영자의 연임 문제'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피고의 유죄가 확실히 드러나기 전까지는 무죄로 봐야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임원 인사에도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채용비리로 재판을 받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것도 이 원칙에 따른 것이다. 앞서 신한금융 회추위(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조 회장을 두고 "법정구속 등의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회장 자리를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상국 경희대 산업경영공학과 명예교수는 "최종 판결이 있기 전까진 인사권 행사에 있어서도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재판에 얽혀 있는 최고경영자의 윤리적인 문제를 과하게 확대하는 것도 또 다른 편견이다"고 말했다.

장수경영을 위해선 실적도 중요하지만 윤리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동기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3분기에 전년 대비 13% 가량 오른 순이익을 내놓으며 연임 가능성을 높였다"면서 "눈앞의 수익성을 꾀하기 위해 도덕성에 하자가 있는 인물을 연임시킬 경우 그룹은 장수경영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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