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올 한해는 금융과 테크놀로지의 결합, 일명 '핀테크'의 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랫동안 데이터 규제에 막혀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던 핀테크 업계가 한해 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거듭났다. 정부가 금융결제 시장의 혁신을 위해 규제를 풀고 진흥 방안을 도입하는 등 물꼬 트기에 나선 결과다.

올해 초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 은행) 특례법이 시행됐다. 이로써 인터넷은행들은 복잡한 구성을 풀고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의 지분을 늘리는 등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12월에는 토스뱅크가 신규 예비인가를 따내며 케이뱅크·카카오뱅크와 3파전 구도를 형성했다. 같은 달 오픈뱅킹 서비스도 공식 출범하면서 시중은행과 핀테크 업체 간 '고객 쟁탈전'이 본격화됐다.

 

(그래픽=연합뉴스)

◆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이 쏘아올린 '금융혁신'

오랜 시간 금융권을 옥죄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규정) 논란의 매듭이 지어졌다. 지난해 9월 힘겹게 국회 문턱을 넘었던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올해 1월부터 공식 발효됐다. ICT를 핵심사업으로 두고 있는 비금융회사가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최대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법 시행으로 제2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지분 재편 작업에 나섰다. 지난 10월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이 1조8000억원으로 불어난 카카오뱅크는 최근 최대주주를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카카오로 바꿨다. 카카오는 한투지주 보유 지분 가운데 16%를 사들여 지분율 34%를 가져갔다.

반면 제1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앞길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케이뱅크는 KT를 대주주에 세우지 못해 자본금 부족으로 지난 4월부터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경영 재개를 위해선 인터넷은행 특례법 내 대주주 자격 심사 요건이 한층 완화돼야 한다. 이에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ICT기업도 유상증자를 통해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의 통과는 지난달 말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에서 무산됐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의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진=유다정 기자)
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진=디지털투데이 DB)

◆ 금융업 뛰어든 네이버...치열해진 '빅데이터 플랫폼' 전쟁

네이버는 금융 전문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세루면서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달 초 네이버는 사내독립기업이던 네이버페이를 네이버파이낸셜로 분사해 출범시켰다. 최근 전략적 파트너인 미래에셋대우로부터 8000억원 가량을 투자 받으며 실탄을 장전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내년 중 '네이버통장'을 첫 상품으로 선뵌다는 계획이다. 결제자 수가 월 1000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는 네이버페이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다. 하반기에는 주식, 보험 등의 자체 금융상품 등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검색 포털인 네이버가 금융업 진출에 시동을 걸면서 모바일 메신저 1위 카카오와 소비자 빅데이터 선점을 두고 격돌할 전망이다. 앞서 카카오는 2014년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출시한 데 이어 2017년 분사해 투자와 보험 등의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중이다.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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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스뱅크, 재수 끝에 제3 인터넷은행 성공

지난 16일 토스뱅크는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임시 정례회의에서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합격 통보를 받았다. 본인가를 받을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더해 3곳으로 늘어난다.

재도전을 통한 성공인 만큼 토스뱅크의 자본력은 탄탄하다. 토스뱅크는 앞서 5월 심사에서 자본 안정성을 의심 받아 예비인가 문지방을 넘지 못했다. 자본금 총액의 75% 가량을 상환전환우선주로 조달하는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우려를 샀기 때문이다. 이런 애로를 해소하고자 토스뱅크는 상환전환우선주 전량을 전환우선주로 바꿔 자기자본 비중을 높였다. 종전 심사 때 60%를 웃돌던 토스 지분은 34% 수준으로 낮춰 대주주의 자본조달 부담을 줄였다.

토스뱅크는 금융 소외 계층 맞춤형인 '챌린저 뱅크' 모델을 앞세웠다. 챌린저 뱅크는 전통 은행권의 중량감에 대항하고자 만든 '소규모 특화은행'을 뜻한다. 값싼 수수료와 경쟁력 있는 중금리를 제공해 그간 금융권에서 설 자리를 잃어온 소상공인과 중신용 개인 소비자를 끌어안겠다는 의도다. 이런 '씬파일러(금융이력 부족자)'가 우리나라엔 1000만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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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픈뱅킹 시대 열렸다...핀테크 업체-은행 '격돌'

지난 18일 오픈뱅킹 서비스가 출범하면서 시중은행과 핀테크 업체 간 장벽이 허물어졌다. 올해 10월 말 시범운영 때는 참여자가 은행 10곳에 불과했지만 이날부로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 핀테크업체 31곳과 은행 6곳이 오픈뱅킹 서비스에 새로 합류했다. 은행이 아니고서는 접근이 어려웠던 '금융결제망'이 핀테크 업체들에게도 활짝 열린 것이다.

오픈뱅킹은 금융 서비스의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지도록 각 은행들이 갖고 있는 고객 계좌 정보를 다른 은행과 핀테크 업체들에 개방하는 정책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앱 1개만으로 모든 은행의 계좌를 이용할 수 있어 더 편해진다.

핀테크 업체들은 오픈뱅킹 확대에 큰 기대를 걸고 발빠르게 서비스 출시에 나서고 있다. 다중 송금을 지원하고 모든 계좌를 체크카드와 연결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전유물로 여겨지던 '고객 데이터'를 경쟁사와 나누게 된 시중은행들도 이에 맞서 우대금리 적금 상품을 내놓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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