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시민들이 바라는 2019년의 IT 세상은 소박했다.
AI, 클라우드, 엣지컴퓨팅 등 2019년을 주도할 IT라며 칭송(?) 받고 있는 4차 산업 혁명 관련 기술들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만 더 편해졌으면.” 이게 속마음이자, 작은 바람이었다. 세상은 너무나 불편하고, 그래서 IT가 그 불편함을 덜어주길 원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단지 그것뿐이다
5살, 3살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연주(가명, 34) 씨의 소망은 액티브X와의 이별, 김연주 씨는 “정부 사이트 접속하면 프로그램 설치하는 단계 제발 없어지면 좋겠다”며, “아이들 돌보느라 컴퓨터 앞에 겨우 앉았는데 설치 팝업창이 뜨면 전원을 꺼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연주 씨가 접속한 사이트는 유치원 입학 지원 시스템인 ‘처음학교로’. 정부 사이트 ‘처음학교로’를 정상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총 12개의 액티브X가 필요하다.
김 씨는 “단지 그것뿐, 2019년에는 부디 바뀌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녀의 3살 아들이 5살이 돼 ‘처음학교로’를 다시 접속할 날엔, 액티브X가 모두 사라졌을까?
“여기 Mac 쓰는 사람도 국민입니다"
정부 홈페이지에 대한 변화를 바라는 건, 김연주 씨만이 아니다.
스타트업 대표인 유승민(가명, 35) 씨는 “아직도 정부 홈페이지는 윈도 익스플로러 중심”이라며, “여러 정부 지원 사업 관련 서류를 작성하려면 웹상에서 작업해야 하는데 맥(Mac)으로는 아무것도 못 한다”고 토로했다.
유승민 씨는 디자인 업무도 겸하고 있는 터라, 평소 업무에도 맥을 주로 활용한다. 그렇지만 정부 지원 사업 관련 서류를 준비할 때마다 PC방에 가야 하는 실정이다.
빠듯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돈 낭비, 시간 낭비. 그는 “그래도 연말 정산 같은 대국민 서비스는 특정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가능하다”며, “그 수준까지라도 전체적으로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활 영역의 IT 소원도 불편함의 해소였다. 그리고 해소는 곧 신기술의 도입이기도 하다.
직장인 민무진(가명, 28)는 2019년 IT업계 바람이 무엇이냐고 묻자, “우리나라는 애플 페이 언제 들어오나요?”라고 반문했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민무진 씨는 "요즘에는 지갑에서 카드 꺼내는 것도 번거롭게 느껴진다”며, “기술이 충분한데 이용을 안 하는 건 낭비 아닌가요?”라며 재차 물었다.
현재 애플 페이는 국내 카드사와의 수수료율 결정 문제로, 국내 결제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 페이의 결제 건당 수수료율은 0.15%로, 중국 외 약 21개 나라에서 동일 정책을 시행 중이다.
또 애플 페이는 근접무선통신(NFC) 단말기 기반이지만, 한국 사업자 대부분이 마그네틱 보안전송(MTS) 방식의 결제 단말기를 가지고 있어 도입 후에도 확산되기 쉽지 않다. 이는 삼성페이가 국내 페이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애플페이, 아마존 고...우리나라는 안 오나요?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프리랜서 전재희(가명, 46) 씨는 무인 편의점인 '아마존고’의 도입을 바랐다.
이미 국내에도 무인 편의점은 여럿 있지만, “너무 번거롭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인 편의점이라면서 점원이 할 일을 고객에게 시키는 거 같다”며, “들고나오면 알아서 계산되는 게 진짜 무인 아니겠냐”고 말했다.
‘아마존고는’ 입구에서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스캔해 입장하면, 매장 내 설치된 고해상도 CCTV가 고객을 추적하고 고객이 선택한 상품을 식별한다. 그리고 동시에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동으로 결제되는 방식이다.
현재 아마존은 국내에 클라우든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유통업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 다만, AWS와 현대백화점은 2020년 개점 예정인 여의도 현대백화점 매장에서 ‘미래형 유통 매장’ 관련 기술을 도입하기로 MOU를 체결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2019년에 ‘아마존고’ 매장을 만나기는 어려울 듯하다.
IT인들에게도 그들 각자의 2019년 IT에 이뤄지기 바라는 소망이 있었다. 비IT인과의 차이점이라면 역시 업무와 관련된 바람이 다수였다.
개발자 백근식(가명, 24) 씨는 “얼마 전에 오라클 자바 개발 도구(Java Development Kit, 이하 JDK)가 유료화됐다”며, “이제 오픈 JDK를 써야 하는데, 부디 오류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생활 부분에서 다른 바람은 없냐는 질문엔, “블리자드가 게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투자를 줄이고 있다”며, “3년 동안 즐겁게 했던 게임인데 다시 살렸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2019년에도 업무에서나, 삶에서나 개발자의 삶은 불확실하다.
IT 기업에서 보안 및 블록체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IT인 또한 비슷한 답변을 했다.
주민지(가명, 24) 씨는 “지금 블록체인을 인증하는 검증 시간이 너무 길다”며, “2019년에는 검증 시간에 줄어들어 관련 기술을 다양한 산업에 적용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생활 분야에 대해선 “자율주행차가 빨리 상용화되길 원한다”며, 그 이유로 “운전을 편하게 하고, 이동 시간을 지금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필요가 혁신을 만든다면, 2019년의 IT가 나아갈 방향은 사람으로 스며들어야 함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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