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크롬으로는 성적표를 볼 수 없는 건가요?”

[디지털투데이 오희경 서포터즈 기자] 맥북 유저인 대학생 김지은(25,가명)씨는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전체 성적표를 확인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대신 익스플로러로만 성적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창을 볼 수 있었다. 성적표 발급만을 위해 다른 브라우저를 설치해야 했다.

김씨가 다른 브라우저를 통해 성적표를 볼 수 없었던 원인은 액티브X에 있다. 정부가 액티브X 퇴출을 선언했지만, 대학가에는 여전히 많다.

크롬으로는 전체 성적표 발급 페이지가 열리지 않는다. (출처: 경희대 홈페이지)

액티브X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외 크롬, 파이어폭스 등의 브라우저에서 증명서 발급 기능 등을 제한한다. 이 때문에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기기를 사용하는 대학생들은 사용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발급 과정에서 액티브X로 파일을 많이 설치해야 한다. 한 번에 끝나지 않고 두 번 세 번 반복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이로 인해 오류가 나기도 한다.

익스플로러 브라우저를 사용한다고 해도 발급은 쉽지 않다.

A대학 학생 정지현(24,가명)씨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하는데도 액티브X 때문에 증명서 발급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파일 설치 인식이 안 되는 오류로 정씨는 삭제와 재설치를 반복하다 겨우 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었다. “증명서 하나 발급하겠다고 몇 시간 컴퓨터를 붙잡다가 화병 날 뻔했어요.”

증명서 출력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액티브X (출처: 고려대 홈페이지)
증명서 출력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액티브X (출처: 고려대 홈페이지)

해외 대학교도 액티브X 지옥일까?

그렇다면 액티브X가 존재하지 않는 해외 대학교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증명서나 성적표를 발급할까? 

스위스에서 대학을 다니는 김지원(가명,20) 씨는 등록금 고지서, 성적표 등을 아이폰으로 간편하게 발급받는다.

아이폰에 설치된 사파리 브라우저로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첨부된 pdf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면 끝이다. 브라우저의 제한도 없고 다른 파일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김씨가 사파리를 통해 들어간 성적표 페이지. 엑셀과 pdf 파일로 다운받아 발급받을 수 있다. (출처: 로잔공대 홈페이지)
김씨가 사파리를 통해 들어간 성적표 페이지. 엑셀과 pdf 파일로 다운받아 발급받을 수 있다. (출처: 로잔공대 홈페이지)

혁신의 혜택도 주류와 비주류를 나눈다

우리나라 웹사이트에서 액티브X의 비중은 매우 컸다. 액티브X가 없는 사이트가 없을 정도. 

이에 지난 2018년 11월 행안부는 공공기관 플러그인 제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2020년까지 액티브X를 모두 제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세청은 2019년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서 액티브X 등 별도 설치 없이도 가능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전히 많은 곳에 액티브X는 남아있다. 혁신의 혜택 역시 주류에게 돌아간다. 이 사회의 비주류인 대학생에겐 혁신도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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