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관점에서 바라보는 IT가 사각지대를 채운다
'약자' 관점에서 바라보는 IT가 사각지대를 채운다
  • 석대건 기자
  • 승인 2019.02.1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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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사각지대(死角地帶)’. 

사각지대는 말 그대로, ‘죽은 각도의 공간’으로 어느 위치에서도 보이는 공간을 뜻한다. 영어로도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로 풀이된다. 흔히 운전 중인 운전자의 시야에 잡히지 않는 차량 뒤 측면을 가리킨다. 

반대로 보이지 않은 사람이 있는 곳도 곧 사각지대가 된다. 지난 2014년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처럼 분명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사회안전망이 작동하고 있었음에도, 우리 사회는 그들을 보지 못했고 비극적인 결말을 초래했다.

“세상이 살기 나아졌다는 건 헛소리다. 적어도 날 위해 좋아지진 않았다”며 말하던 어느 장애인의 외침은 사각지대는 어디에나 있다는 걸 방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멈춰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발전은 선진이 아니라 확장에서 온다. IT가 세상 곳곳에서 사각지대를 채우고 있다.

애플 워치가 필요한 이들은 따로 있다

지난 2월 4일(현지시간), 노르웨이에 거주하는 67세 토랄브 스트방(Toralv Østvang) 씨는 새벽에 화장실에서 기절해 넘어졌다. 이미 의식을 잃었고 얼굴을 심하게 다쳤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 그의 손목의 애플워치가 긴급 구조 요청을 보냈다. 이번 애플 워치 4시리즈부터 탑재된 ‘추락 감지(Fall detection)’ 기능이 작동한 것이다.

애플 워치4 시리즈에서는
'추락 감지' 기능이 탑재됐다.(사진=애플)

애플 워치는 쓰러진 노인의 위치를 응급 구조기관에 자동 전송했고, 그의 목숨을 살렸다. 앞서 스웨덴에서도 넘어지다 등을 다쳐 움직일 수 없었던 환자를 애플 워치가 도움을 요청해 응급 구조되기도 했다.

‘추락 감지’ 기능의 작동 원리는 애플워치의 모션센서가 1분 정도 사용자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을 경우, 15초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그 후 경보가 울린다. 그와 동시에 응급 구조 요청이 사고자의 위치와 함께 전송된다. 그런 다음, 비상연락망에 저장된 번호로 사고자의 상태를 문자로도 보낸다.

애플은 정말로 사고 때문에 넘어진 것인지 구분하기 위해 2500명 이상의 실제 착용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애플워치의 ‘추락 감지’ 기능은 65세 이상 사용자에게는 자동으로 작동되며, 설정을 통해 변경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6초에 1명꼴로 ‘추락’이나 ‘넘어짐’으로 사망에 이른다. 특히 고령자의 경우는 더 심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6년 낙상으로 입원한 전체 환자 수는 약 27만 6000명으로, 65세 이상 노인이 약 44%를 차지한다. 

어쩌면 애플워치는 고령층에게 더 필요한 셈. 스포츠용이라기보다, 비상용에 가깝다.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손이 없다면?

IT는 기기뿐 아니라, SW로도 보이지 않던 사각지대를 채운다. 누구에게는 편리한 기능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유일한 기능이 되기도 한다.

지난 1월,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구글 홈 허브에 ‘페이스 매치(Face Match)’ 기능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애플의 페이스 아이디처럼, 개인화 기능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의외의 지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동안 음성 인식 AI스피커는 청각 장애인 가정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 카메라가 없었기 때문. 청각 장애인에게 아무리 뛰어난 AI라도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스크린이 장착된 구글 AI스피커(사진=마이스마트프라이스)
스크린이 장착된 구글 AI스피커(사진=마이스마트프라이스)

하지만 카메라 인식을 통한 ‘AI스피커’가 아닌, ‘AI스크린’으로 발전한다면, 청각 장애인의 접근성이 극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청각 장애인 김정수(33세, 가명) 씨는 “카메라를 통해 수화도 인식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화를 인식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시도된 바 있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수화를 감지하기 위해 동작을 감지하는 ‘키넥트(Kinect) 카메라’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2017년 중단됐다. 또 카메라가 장착된 PC를 수화통역가로 인식시켜, AI 스피커인 ‘알렉사’와 연결하는 방법도 고안됐지만 상용화되지는 못했다.

만약 인식 기능이 구글 어시스텐트 기능 자체에 도입된다면, 청각 장애인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도비XD는 음성 인식으로편집 가능하게끔 지원한다. (사진=어도비)
어도비XD는 음성 인식으로
편집 가능하게끔 지원한다. (사진=어도비)

IT는 창작 영역에서도 사각지대를 채우는 중이다.

지난 5일, 어도비XD는 한국어 인식 기능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별도의 타이핑 작업 없이도, 클릭과 목소리만으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점점 신체적 한계로 때문에 포기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턱 없는 세상'을 위해

사각지대는 사각지대의 안에서부터 문제를 인식하고 고쳐지기도 한다.

1급 지체장애인으로 2살 이후 휠체어를 탔던 故김찬기 대표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턱이 높고 많은 모습을 발견했다. 턱이 많은 만큼 훨체어 장애인이나 유모차를 끄는 부모, 거동 지체 노인 등이 갈 수 없는 곳이 적다. 이동 장애인인 그들에게 ‘발길 돌리기’는 일상. 하지만 통행에 아무 불편이 없는 일반인들에게 그들은 보이지 않는다. 사각지대였다. 

사회적기업 배리어윙스의 그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캔고(CAN-GO)’를 만들었다. ‘캔고’는 누구나 갈 수 있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를 지도 플랫폼으로 표기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지도를 배포함과 동시에 경사로를 이동 장애 턱에 설치해 ‘배리어 프리’ 지역을 늘리는 활동도 추진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설립자인 故김찬기 대표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후, 공동 대표이자 친구였던 차준기 대표를 중심으로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활돌을 중단된 상태다.

故김찬기 대표의 어머니인 백정숙 여사는 “김찬기 대표는 누구라도 어디든 갈 수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이 있었다”며, “그 뜻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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