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2013년 개봉한 영화 <HER>에는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분)’라는 AI(인공지능)이 나온다. AI인 사만다는 학습 가능한 운영체제로서, 주인공의 삶을 학습해 선물을 골라주기도 하고, 미리 상점을 파악해 어디로 가야할지 알려주기도 한다.

인간의 시행착오를 AI가 미리 파악하는 것. 인간의 오류는 곧 AI의 미래다.

등록금 미납으로 입학 취소, AI가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까?

지난 14일, 인터넷은 연세대학교 수시 모집에 합격했지만, 제 시간에 등록금을 내지 못해 합격이 취소되 수험생 홍 모 군의 이야기가 이슈가 됐다. 

문제는 홍 군의 어머니가 등록금 납부 전용 계좌로 이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도입된 ‘자동화기기 지연 인출·이체 제도’가 등록금 이체를 자동으로 막은 것이다. 우체국 금융 시스템은 계좌에서 등록금이 이체되는 걸 막았고, 홍 군 어머니와 조작을 도왔던 우체국 직원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넘어갔다.

이후 학교 측에서도 납부 마감 시한에 가까워 미임급 사실을 문자로 통보했지만, 이체 실패를 의심하지 않았던 홍 군 가족은 우체국에 확인했을 뿐, 더 이상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연세대는 논의 끝에 원칙대로 입학을 취소했고, 결국 홍군은 재수를 결정했다.

만약 AI가 연세대학교 행정과 우체국 금융 시스템에 도입됐다면, 인간의 실수는 극복할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렵다. 

AI 연구 관계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등록금 수납 통계만으로는 (AI가) 홍 군의 입학 의지를 판단하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홍 모 군이 정말 연세대에 입학하기 위해 등록금을 보내려고 했는지 AI가 알 수 없다는 것.

영화 'HER'에서는 학습능력을 가진 AI가 주인공의 삶에(사진=다음 영화)
영화 'HER'에서는 학습능력을 가진
AI가 주인공의 일상을 돕는다.(사진=다음 영화)

더 높은 수준의 판단을 위해서는 “(홍 모 군) 가족의 나이와 수험 여부 등 관련된 수많은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개인정보 보호로 인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직 데이터 부족하고 AI 판단 완벽하지 않아

그렇다면 AI가 은행 시스템에서 대학 측이 제공한 가상 계좌가 보이스피싱이 아님을 미리 판단했다면 제대로 등록금을 입금할 수 있지 않았을까?

현재 ‘자동화기기 지연 인출·이체 제도’는 일괄적으로 1회 100만 원 이상의 금액이 계좌에 입금되면 30분 동안 계좌 이체나 현금 인출이 되지 않는다.

이 부분은 AI가 불완전성 때문에 실현이 어렵다. AI 연구 관계자는 “AI의 잘못된 판단이 오히려 범죄에 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도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며, 오류를 범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증권시장에서는 AI가 시장 정보를 잘못 해석해, 일시적으로 시장이 급락하는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알고리즘 매매에 따라 컴퓨터가 자동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인간이 손쓸 수 있는 틈은 없다.

AI로 더 나은 해결책 찾을 수 있어

그러나, 보완 가능성은 있다. 아직 AI가 문제 해결은 못 하더라도 인간이 해결할 수 있게 도와줄 수는 있다.

AI 연구원은 “등록금 처리 계좌로 송금 시도를 했으니 전산 기록은 남았을 것”이라며, “(그 기록을) 대학 측에서는 확인할 수 없지만 우체국에서 알려줬다면 해당 시간에 송금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모 군의 입학 취소 사례에 대입하면, 학교 측이 홍 군에게 단순히 ‘등록금 미입금’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송금 시도가 실패했다’는 과정을 알려줬다면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AI라면 송금 시도를 무시하지 않고 특이한 신호로 간주해 경보를 울리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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