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그 참을 수 없는 귀찮음
연말정산, 그 참을 수 없는 귀찮음
  • 석대건 기자
  • 승인 2019.02.01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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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행정'이라는 두 날개로 나는 연말정산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2019년의 한 달을 넘겼어도, 2018년의 입김이 남았다. 아직 연말 정산이 끝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올 연말정산부터는 ‘설치’와 ‘취소’를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 우리가 이 무설치의 감동을 느끼기까지는 무려 44년의 세월이 걸렸다.

인터넷, 주판의 시대를 끝내다

처음 인터넷을 통한 납세가 시작된 때 1997년으로, ‘국세통합시스템(Tax Integrated System, 이하 TIS)’이 구축된 이후부터다. 이 TIS가 지금 우리 알고 있는 홈택스 등 국세청 전자시스템의 원조다. 

당시 TIS 구축은 납세 체계를 바꾸는 거대 작업이었다. 국세청이 3년 동안 추진된 국세통합시스템은 본청과 지방청, 그리고 일선 세무서를 통신망으로 연결하고, 응용프로그램 등 납세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전환했다. 이름 빼고 다 바꾼 셈. 'TIS 구축 작업'은 2016년 열린 ‘국세청 50년 기념식’에서 대표 업적의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그리고 인터넷 빅뱅은 TIS 구축을 빛나게 했다. 이는 주판의 시대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그땐 몰랐지. 이렇게까지 인터넷까지 쓰일지.”

이후 2002년에는 홈택스 서비스가 개발됐고, 2004년에는 현금영수증, 그리고 2006년부터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가 시작됐다.

상대적인 ‘간소화’와 절대적인 ‘편리한’

이름에는 ‘간소화’가 붙은 연말정산 서비스였지만, 납세자도 간소해진 건 아니었다. 

납세자가 세금 공제를 받으려면, 영수증도 모아 웹에 입력해야만 했다. 없으면 다시 구입처로 찾아가 받아야 했고, 카드회사와 통화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작성된 공제신고서, 소득·세액 공제 증명서류는 문서로 제출해야 하는 근로자도 있었다. 게다가 소득공제 항목도 직접 찾는 건 덤이었다.

‘간소화’는 절대급이 아니었다.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상대급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인터넷 뱅킹이 시작된 게  2010년 4월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로서는 유의미한 변화였다.

연말정산 때마다 영수증 등 공제 증빙을 모으는 일은 연례행사였다. (사진=국세청 유튜브)

국세청은 2015년 TIS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세무행정시스템은 ‘엔티스(Neo Tax Integrated System, NTIS)’을 구축했다. 국세청은 그동안 나눠졌던 홈택스, 현금영수증, 연말정산 등의 8개의 세금 행정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해 ‘국세청 홈택스 포털’을 선보였다.

그 후, 2016년에 이르러서야 ‘편리한’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다. 

‘편리한’이 붙자, 공제신고서 자동작성은 물론 세액까지 자동 계산되게끔 개편됐다. 수기로 작성하는 일도 없어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경정청구서도 수기로 작성해야 했다. 신고하지 못한 해의 기록만 불러와 수정하면 끝난다. 

역사적인 일이라고 해도 될까요?

그리고 2019년은 연말정산의 역사적인 해로 기록된 일이 발생했다. 더이상 ‘설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 

국세청은 2019년 연말정산부터 별도의 액티브X나 플러그인 등 부가프로그램이 없이도 연말정산이 가능하게끔 개선했다.

그동안 접속과 동시에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를 물었고, 설치 후 접속하면 로그인을 위한 공인인증서 프로그램 설치를 또 요구했고, 로그인을 마치고 나면 전자문서 프로그램을 깔아야만 볼 수 있었고, 그런 다음 출력이라도 하려면 위·변조 방지 프로그램이 남아 있었다. 그런 다음에는 하나하나 찾아서 지워야 했다. 설치된 액티브X와 플러그인은 PC의 메모리를 잡아 성능 저하의 원인이다.

그 액티브X와 플러그인이 사라졌다는 건 기념비적인 사건이라 불릴만하다. 한 푼이라도 아껴볼 마음이 인질 잡힐 일이 더 이상 없다. 

이제 남은 건 혁명을 기대하는 일. 연말정산을 하지 않을 순 없을까? 연말정산이라는 새가 ‘IT’와 ‘행정’이라는 두 날개로 나는 것이라면, IT라는 한쪽 날개는 계속 날개짓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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