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가상화폐는 가고 기술은 남았다. 블록체인 기술에서 가상화폐를 걷어낸 하이퍼레저가 뜨고 있다.

하이퍼레저 프로젝트는 리눅스 재단에서 주관하는 블록체인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하이퍼레저’는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이후 수많은 블록체인 기술이 난립하자, 블록체인 기술은 사용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랐던 기업들이 리눅스 재단에 ‘리눅스와 같이 만들어줄 수 없느냐’는 요청에 따라 시작됐다.

하이퍼레저의 가장 큰 특징은 허가형, 즉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다. 

기존의 비트코인 등 공개형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안에서 참여자가 POW나 POD 등 마이닝을 통해 블록체인 안에서 신뢰를 인정받고 유지하는 형태라면, 하이퍼레저는 먼저 기업이나 사람 등 참여자가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일종의 커뮤니티라고도 할 수 있는 하이퍼레저는 참여자들이 서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그 공유원장 위에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이미 신뢰 참여자로 구성됐기 때문에 가상화폐와 같은 증명이 필요하지 않으며, 거래 시에도 작업증명(Proof-of-work)의 합의 메커니즘도 없다. 

이를 리눅스 재단의 브라이언 베렌도르프(Brian Behlendorf) 하이퍼레저 총괄은 “더 직접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얼핏 보면 ‘탈중앙화’라는 블록체인의 이념에 맞지 않아 보이지만, 허가된 참여자 안에서는 그 이념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분산에 따른 불안정성을 지웠다고 볼 수 있다.

하이퍼레저 패브릭, 블록체인 기술을 기업이 쓸 수 있도록 고안돼

다시 말하면, 더 손쉬운 거래만을 위한 산업용 블록체인 솔루션인 셈이다. 

하지만 허가형 블록체인은 확장성에 문제가 있다. 블록체인 안에 참여하게 되면 원가 정보, 운영비 등 모든 거래 과정이 원장에 기록되기 때문에 경쟁 기업이 회사 정보를 알게 되기 때문에 참여할 수 없는 것.

이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이퍼레저 패브릭’이 만들어졌다. 리눅스재단의 하이퍼레저에 IBM의 패브릭 코드를 결합해 만들어진 ‘하이퍼레저 패브릭’은 원장 기록의 트랙을 양도인(Endorger), 위임인(committer)와 수락인(consenter)의 투트랙으로 나눠 확장성의 문제를 해결했다.

A농장은 B마트에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양측의 기밀 계약은 다른 마트나 농장에 공개되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 블록체인 안에 다른 참여자는 가입할 수 없는 것. 

하지만 하이퍼레저 패브릭 안에서는 양도인과 위임인의 원장에만 기록이 입력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를 통해 A농장과 B마트가 아닌, 다른 농장, 마트도 함께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할 수 있으며, 농장과 마트의 거래에 수반되는 금융, 물류, 상품 검사, 보험 등의 참여자도 네트워크 안에서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이들의 원장에도 A농장과 B마트의 기밀 계약은 기록되지 않는다.

하이퍼레저 패브릭은 블록체인 안에서도 실질 거래자만 원장 기록에 남게 만들었다. (사진=IBM)
하이퍼레저 패브릭은 블록체인 안에서도 실질 거래자만 원장 기록에 남게 만들었다. (사진=IBM)

지난해 정부 추진 블록체인 시범사업 6개 중 4개가 하이퍼레저

이미 하이퍼레저는 블록체인 활용을 원하는 산업군에서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이퍼레저는 도이치뱅크, HSBC 등 유럽 9개 은행이 만든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위트레이드(we.trade)에 채택된 바 있다. 은행간 송금결제 등 금융거래에 쓰이고 있으며, 현재 12개 은행이 참여 중이다. 

우리 정부도 조만간 하이퍼레저 기술을 활용한 블록체인 서비스가 등장한다.

KISA가 지난해 추진한 6개 블록체인 시범사업 중에서 4개의 프로젝트에 하이퍼레저 기술이 채택됐다. KISA 관계자는 “공개 입찰을 통해 각 부처가 추진하는 사업 특징에 따라 가장 적절한 블록체인 기술이 선택된다”며, “블로코나 루프체인 등의 국내 기술도 있지만 하이퍼레저가 대세”라고 말했다. 

올해는 12개의 블록체인 활용 공공 프로젝트가 추진되며, 각 사업에 채택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오는 5월 중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2018년 KISA가 추진한 블록체인 공공 시범사업(자료=KISA)
2018년 KISA가 추진한 블록체인 공공 시범사업(자료=K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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