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日 화이트리스트서 제외…”국내 소재 산업 육성도 필요해”
한국도 日 화이트리스트서 제외…”국내 소재 산업 육성도 필요해”
  • 양대규 기자
  • 승인 2019.08.12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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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일본에 대한 상응 조치 아니야"
주요 100개 품목에 추경과 내년 예산 투입할 것
산업계 "핵심 소재 등 관련 법으로 지정·지원해야"

[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일본의 수출 규제에 우리도 사실상 맞대응을 했다. 정부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결정에 따른 조치 중 하나로 우리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학계와 산업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정부가 국내 소재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도 더욱 늘려야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 대한 제재와 국내 산업 육성, 두 가지 방법을 같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심사 우대 대상국에 일본을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고시안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처럼 수출 심사 과정에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제도다. 주요 수출품이 무기 개발에 쓰일 수 있거나 첨단기술에 사용되는 전략물자임에도 우방국에 한해 심사 우대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지난달 1일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품에 대한 수출 규제를 예고한 뒤, 4일 수출 규제를 본격 단행했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단행한 소재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이다.

이어 지난 2일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한국의 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리고 7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를 공포했으며, 이에 따라 21일 후인 28일부터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항목을 기존의 3개에서 수백 개로 늘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본격적으로 규제가 시행되는 28일부터는 일본에서 군사전용이 가능한 규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3년간 유효한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없다. 비규제(일반) 품목의 경우 무기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일본 정부가 판단하는 경우에도 별도의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이미지=양대규 기자)

산업부, "일본에 대한 상응 조치 아니야"

한국의 수출 규제 제도도 일본과 비슷하다. 현재 한국은 바세나르 협정 등 4대 다자간 전략물자 통제 체제에 모두 가입한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등 29개국을 '가 지역'으로 묶어 각종 수출 심사 과정에서 우대했다. 나머지 국가는 '나 지역'으로 분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두 지역으로 나눠진 분류체계 중 '가 지역'을 다시 '가-1', '가-2'(신설) 지역으로 나눴다. 일본은 '가-2' 지역에 속한다. 수출 심사 과정에서 적용하던 각종 우대 조치를 제외한 것으로 종전 '나 지역' 수준의 수출통제를 적용한다.

원칙적으로 허용하던 포괄허가는 예외적 허용으로 바뀐다. 재수출이 불가하며, 신청서류도 1종에서 3종으로 늘어난다. 한번 받으면 3년간 유지되던 수출허가 유효기간도 2년으로 줄어든다. 개별허가의 제출서류는 3종에서 5종으로 늘어나고, 심사 기간은 5일 이내에서 15일 이내로 늘어난다.

앞으로 20일간의 행정예고 기간에 의견 수렴 등을 거친 후 규제심사, 법제처심사 등 법적 단계를 밟은 후 이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일본에 대한 상응 조치가 아니라고 밝혔다. "양국 제도를 비교하거나 특정 사례를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성윤모 장관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는 자체적인 검토 결과에 따라 추진됐다"며 "국내법과 국제법적으로 적합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박태성 투자무역실장도 "가의2는 원칙에 맞지 않게 수출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를 포함한 것"이라며 "우리 수출기업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민간거래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실장은 "일본과 우리는 절대로 판박이 조치가 아니다"며, "일본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부당한 조치였고 국제 규범에 합치되지 않기 때문에 (조치는) 철회돼야 한다. 한국 정부가 WTO 제소를 계획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일본과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일본의 조치는 이달 28일부터 시행되며, 이날 발표된 한국의 조치는 다음달 시행된다.

정부, "주요 100개 품목, 추경예산과 내년예산 투입"

일본 정책에 대한 맞대응 외에도 정부는 국내 소재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원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지난 5일 정부는 대규모 투자 및 연구개발(R&D) 혁신 등을 담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159개 관리대상 품목 가운데 100개 품목을 따로 선정해, 추경예산 1773억 원과 내년 예산을 적극 활용해 집중적으로 기술개발을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전체 일본 수출통제 가능 품목 중 주요 159개 품목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159개의 품목은 특히 대일 의존도가 높아 일본의 조치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들 159개 품목을 중점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경우 신속한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본의 수출통제 가능 품목 1194개의 약 13% 정도다.

산업부는 품목 자체가 단순히 '개별 품목'으로 분류되거나 관련된 기술규격, 기술 등으로 돼 있어 비슷한 것끼리 묶는 그루핑을 통해 495개 품목을 추렸다. 이 중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거나, 일본에서 생산하지 않고, 국내 사용량이 소량인 품목, 수입 대체가 가능한 품목 등을 제외한 159개 품목을 산업부는 집중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핵심 소재 등 관련 법으로 지정·지원해야"

학계와 산업계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7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의 수입국 다변화를 추진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이 분야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게 장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국가 핵심 소재·부품·장비를 목록화하고 이런 품목을 관련 법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익 IPS 이현덕 대표는 “국내 장비 기업들은 비즈니스 외 매출 규모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율이 글로벌 기업에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이라며, “기술이 점점 어려워지는데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적어 미래를 내다보는 도전보다 어떻게 하면 비즈니스가 되는 개발을 할까만 고민하는 수준이다. 소재·부품·장비 모든 것이 같은 수준으로 레벨업이 돼야 전체 가치사슬이 잘 구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카로 이종수 사장도 “국산화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가능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어렵다”며, “전체 반도체 소자 특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용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미세화 될 수록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박재근 학회장은 ‘테스트 베드’ 구축과 이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R&D를 범국가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학회장은 현재 반도체 분야 정부 R&D 규모는 감소 추세라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도체 분야 R&D 사업 지원 예산에 따르면, 2009년 1003억 2400만 원에서 2017년 314억 1700만원으로 700억 원 가까이 크게 삭감됐다. 또한 석·박사 인력도 줄고 있어, 반도체 소재 국산화율은 2015년 기준 48% 수준, 장비의 경우 18% 수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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