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일본 아베 정부가 지난달부터 수출 규제 대상으로 지정한 3종의 소재 중 포토레지스트의 수출을 허가했다. 지난 6일 이후 두번째 허가다. 허가를 받은 소재는 삼성전자에서 주문한 물량으로 알려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이틀 앞둔 지난 19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품목 중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 수출 신청 1건을 추가로 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량은 약 6개월분이다.

업계 일부에서는 일본 정부의 잇따른 수출 허가로 한·일 간의 협상이 진척을 보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수출 허가 품목이 포토레지스트에 한정됐다며, 다른 소재들은 여전히 수입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반도체 EUV(극자외선)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는 에칭가스(불화수소)와는 달리 군사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소재다. 불화수소는 금속 제련과 반도체, 화합물 제조 등에 주로 쓰이지만, 군사용으로 신경작용제에 활용할 수 있다. 수출통제체제 국제협약인 호주그룹(AG)에서는 생화학무기 전용 가능성을 이유로 불화수소를 통제하고 있다.

"日보다 철저하게 불화수소 사용 통제 이뤄져" 

지난 7월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를 단행하며, 불화수소 등 주요 소재가 군사용으로 반출됐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 직후 이를 전면 반박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불화수소를 수입해 가공하거나 수출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를 실시했으나, 전혀 문제 삼을 만한 점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본으로부터 수입된 불화수소가 북한을 포함한 국제연합(UN) 결의 제재 대상국으로 유출됐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우리 기업들은 전략물자 수출통제와 관련한 국내 법령에 따라 수출 허가를 받았다"며 "최종 사용자 보고 등 각종 의무도 적법하게 이행하고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기업이 불화수소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목적지, 사용자, 용도, 수량 등을 알리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포괄허가 및 특별일반포괄허가로 최종사용자를 확인하지 않는 일본 정부보다 한국 정부의 수출 규정의 신뢰성이 더욱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성 장관은 "한국은 4대 국제 수출통제 체제와 3대 조약에 모두 가입하고 모범적으로 수출통제 제도를 운용해왔다"며, "그간 일본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우리 수출통제 제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핵공급국그룹(NSG)와 호주그룹(AG), 미사일통제체제(MTCR), 바세나르체제(WA) 등 4대 국제 수출통제 체제와 3대 조약(CWC·BWS·NPT)에 가입했다. 아시아권에서는 한국, 일본 두 나라만 이를 지키고 있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이미지=양대규 기자)

포토레지스트 '딱 1건' 허가…28일부터 日 규제 '수백건' 예상

전문가들은 군사적 용도로 사용 가능성이 낮은 포토레지스트 수출에 대해 일본 정부의 거부할 명분이 약하기 때문에, 아베의 의중과 무관하게 허가를 내 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허가 건이 아베 정부의 유화 제스처라고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토레지스트 단 한 건만 허가를 받았다”며, “다른 두 개의 품목은 수출 허가를 받지 못했다. 또한 28일부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수백 개 이상의 품목의 수출에 대해서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일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한국의 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리고 7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를 공포했으며, 이에 따라 21일 후인 28일부터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본격적으로 규제가 시행되는 28일부터는 일본에서 군사 전용이 가능한 규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3년간 유효한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없다. 비규제(일반) 품목의 경우 무기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일본 정부가 판단하는 경우에도 별도의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7일 공포된 시행령에는 하위 규정으로서 시행세칙에 해당하는 '포괄허가 취급 요령'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업계는 실제로 규제가 시작되는 28일부터 아베 정부의 본격적인 ‘보복 조치’가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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