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불화수소’ 수출 허가…아베 “군사용 반출” 이유는 '모순'
日 ‘불화수소’ 수출 허가…아베 “군사용 반출” 이유는 '모순'
  • 양대규 기자
  • 승인 2019.08.31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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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보다 韓 정부 수출 규정 신뢰성 '더 높아'
불화수소, 반도체 생산의 ‘필수요소’…국산화 진행 중
정부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연구개발 통한 핵심기술 확보"

[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이후 ‘불화수소’를 처음으로 허가했다. 앞서 일본 아베 정부는 ‘불화수소 등의 주요 소재가 군사용으로 반출됐다’며 한국에 수출 규제를 시작했다. 이에 업계는 이번 수출 허가로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가 명분을 잃었다고 지적한다.

지난 6일과 19일 일본 정부는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품목 중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 수출 신청을 두 차례 허가한 바 있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반도체 EUV(극자외선)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는 에칭가스(불화수소)와는 달리 군사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소재이기 때문에 수출 허가가 진행된 것으로 해석했다.

불화수소의 경우, 금속 제련과 반도체, 화합물 제조 등에 주로 쓰이지만, 군사용으로 신경작용제에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수출통제체제 국제협약인 호주그룹(AG)에서는 생화학무기 전용 가능성을 이유로 불화수소를 통제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불화수소에 대한 수출 허가 신청은 일본이 수출 규제에 들어간 7월 4일 전후로 알려졌으며, 29일 허가된 불화소의 정확한 수출물량과 순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불화수소를 수입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수출허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이미지=양대규 기자)

日 ‘수출규제’ 이유는 ‘군사용 반출’…수출 허가는 ‘모순’

지난 7월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를 단행하며, 불화수소 등 주요 소재가 군사용으로 반출됐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 직후 이를 전면 반박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불화수소를 수입해 가공하거나 수출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를 실시했으나, 전혀 문제 삼을 만한 점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본으로부터 수입된 불화수소가 북한을 포함한 국제연합(UN) 결의 제재 대상국으로 유출됐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우리 기업들은 전략물자 수출통제와 관련한 국내 법령에 따라 수출 허가를 받았다"며 "최종 사용자 보고 등 각종 의무도 적법하게 이행하고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기업이 불화수소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목적지, 사용자, 용도, 수량 등을 알리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포괄허가 및 특별일반포괄허가로 최종사용자를 확인하지 않는 일본 정부보다 한국 정부의 수출 규정의 신뢰성이 더욱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성 장관은 "한국은 4대 국제 수출통제 체제와 3대 조약에 모두 가입하고 모범적으로 수출통제 제도를 운용해왔다"며, "그간 일본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우리 수출통제 제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핵공급국그룹(NSG)와 호주그룹(AG), 미사일통제체제(MTCR), 바세나르체제(WA) 등 4대 국제 수출통제 체제와 3대 조약(CWC·BWS·NPT)에 가입했다. 아시아권에서는 한국, 일본 두 나라만 이를 지키고 있다.

업계는 아베 정부가 군사적 위협이 있다며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를 시작했으며, 화이트리스트에서도 제외했으나, 불화수소의 수출을 허가한 것은 한국의 불화수소 사용이 군사적인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불화수소의 수출 허가가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치적 목적이 더 큰 일본 아베 정부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8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법안을 이미 단행했기 때문에 관련 사항을 원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아베 정권의 실수를 인정하는 셈이라며, 한일관계가 쉽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현장(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현장(사진=삼성전자)

불화수소, 반도체 생산의 ‘필수요소’…국산화 진행 중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회로를 새길 때 사용하는 필수 소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필수적인 소재다. 이에 반도체 업계는 지난 7월 수출 규제 이후 불화수소의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달 27일 SK머티리얼즈는 "지난 1∼2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99.999% 이상의 고순도 불화수소 기술을 확보했으며, 연말까지는 시제품 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일본이 에칭가스(불화수소)를 수출 규제 품목에 포함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새로운 소재 수급 채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연내 나올 시제품 테스트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산 고순도 불화수소도 테스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12일 “SK머티리얼즈는 삼불화질소, 육불화텅스텐 양산으로 불소 생산에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며, “반도체 소재 국산화 흐름에 발맞춰 SK머티리얼즈가 출시할 신제품들이 향후 성장 드라이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솔브레인의 박영식 부사장은 고순도 불화수소 국산화를 자신했다. 솔브레인이 현재 삼성전자와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이를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솔브레인은 중국에서 원료를 들여 불화수소 제조하는 등 기술력을 축적했다. 솔브레인은 다음 달 생산라인 증설을 마무리하면서 일본 소재 기업에 비교할만한 불화수소 제품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불화수소에 대한 수출을 허가했지만, 전략물자로 취급되는 소재이기 때문에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 한국의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수입 절차가 계속 까다로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이미 국산화가 일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빠른 개발과 양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성수 과기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사진=과기부)
김성수 과기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사진=과기부)

지난 28일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 핵심 품목별 대응전략을 정교하게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 제한이 우려되는 핵심품목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관계부처 협의와 전문가 검토를 거쳐 정교한 핵심품목별 연구개발 대응전략을 마련하여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단행한 7월 초부터 100+α개의 핵심품목에 대한 진단을 관계부처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금년 중으로 전체 핵심품목 진단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성수 과기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28일은 일본이 새로운 수출무역관리령이 시행되면서 우리나라가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는 날”이라며, “기존의 3개 수출규제 품목 이외에 아직 추가 품목이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대외적인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본부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해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연구개발을 통한 핵심기술 확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며”이라며, “향후 이와 유사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금부터 소재·부품·장비 기술개발을 착실히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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