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재 규제가 더욱더 심각해지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일 각각 비상 회의를 소집했다.

두 그룹은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국내 최대의 반도체 회사를 소유한 그룹이다. 이에 업계는 지난달 4일부터 단행된 일본 정부의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3개 품목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 등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주로 사용되는 부품이다.

지난 2일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한국의 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규제 대상이 기존의 반도체뿐만 아니라 ICT 전체로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 계열사 외에도 각사의 주요 전자 계열사 사장들을 소환해 회의를 진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긴장은 하되 두려워 말자"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최근 위기 상황에 따른 대응 계획과 앞으로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한종희 사장 등 삼성전자 사장단이 참석했다. 또한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등 삼성전자 계열사 사장단들도 동석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한 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양 캠퍼스에 방문한 이 회장과 임원들. 왼쪽부터 백홍주 TSP총괄 부사장,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사진=삼성전자)
6일 온양 캠퍼스에 방문한 이재용 부회장과 임원들. 왼쪽부터 백홍주 TSP총괄 부사장,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사진=삼성전자)

또한 이 부회장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현장 경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6일부터 삼성전자와 관련 계열사의 전국 사업장을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먼저 6일 이재용 부회장은 충청남도 아산 소재의 삼성전자 온양 캠퍼스에 방문해 현장 경영에 나섰다. 이날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에는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백홍주 TSP총괄 부사장 등 삼성전자 임원들이 동행했다.

이 부회장과 임원들은 이날 사업장을 직접 돌아보며, 온양 캠퍼스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이 부회장은 평택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 기흥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생산라인, 천안의 반도체 개발·조립·검사 사업장,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 등을 방문할 계획이다.

최태원 SK 회장 "위기때마다 극복한 DNA 있어"  

6일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일본의 추가 제재에 비상 회의를 소집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5일 오후 서울 SK T타워에서 16개 주요 관계사 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룹 '컨트롤타워'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비상 회의를 주재했다.

업계에 따르면, 전문경영인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SK그룹의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최 회장이 회의 주재와 참석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며, 이에 따른 파장이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 등 다양한 계열사로 커질 것을 우려해 최 회장이 직접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소재 공급에서 영향을 받는다.

이날 최 회장은 흔들림 없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자며, '그동안 위기 때마다 하나가 돼 기회로 바꿔온 DNA가 있으므로 이번에도 극복할 수 있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이미지=양대규 기자)

업계는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이 일본의 수출 규제가 예고된 지난달 1일부터 관련 이슈에 대해 진두지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둘 다 수출 규제에 영향과 대책을 수시로 보고 받으며, 대응책 마련을 위해 직접 움직였다.

지난달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일본 출장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출장에 대해 직접적인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는 그가 가진 일본 재계 네트워크를 이용해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파악했다.

이어 최태원 회장도 지난달 중순 대한상의 포럼에서 "(정부와 기업이) 각자 위치에서 맡은 바를 천천히 잘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일본에 갈 생각도 있다"며,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해 직접적인 행동을 할 것으로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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