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아베’에게 등 돌리는 日 반도체 소재 기업
점점 ‘아베’에게 등 돌리는 日 반도체 소재 기업
  • 양대규 기자
  • 승인 2019.08.1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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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日 규제, 자유무역질서 무너뜨리는 행동"
日 매체, "한일관계의 악화는 일본에도 마이너스"
뚜껑 열어보니, 일본 기업 피해 더 커

[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일본 아베 정부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이 오히려 자국 소재 기업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 등 일본 주요 매체들은 아베 정권의 정책이 ‘실패’했다며, 한·일 관계를 바로잡아야 된다고 성토했다. 일본 소재 기업들 역시 한국의 주요 반도체 업체들과의 계약이 끊어질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정부가 포토레지스트를 허가한 것이 수출 규제에 대한 피해를 많이 입는 대상이 결국은 일본 내 기업이라는 것은 인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 한 달 만에 규제 품목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에 대해 수출을 허가했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EUV(극자외선) 공정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품목이다.

현재 한국에는 삼성전자가 EUV 공정을 통해 스마트폰용 AP를 생산하거나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베 정부의 이번 수출 허가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이 한동안은 문제없이 가동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4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본 정부의 포토레지스트 수출 허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나머지 품목도 신속한 허가가 나오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성윤모 장관은 "한 건 갖고 판단하기엔 조금 성급한 것 같기도 하다"며, "8월 28일 이후 일본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시행한다면 그 이후의 상황도 같이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 장관은 "일본의 이번 조치는 국제규범에 부합하지도 않고, 자유무역질서를 무너뜨리는 위험한 행동"이라며, "소재부품 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사진=삼성전자)

日 매체, "한일관계의 악화는 일본에도 마이너스"

최근 일부 일본 매체들도 아베 정부의 이번 정책이 오히려 일본에 피해를 줬다며 비판을 제기했다. 또한 이런 문제의 원인이 아베 정부의 역사인식 문제에 있다며, 정치적인 의도로 수출 규제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17일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아베 정권에는 과거의 반성에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따라다니는데, 여기에 한국의 씻을 수 없는 불신감이 있다"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아베 정권이 다시 한반도에 관한 역사 인식을 밝혀야 한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재평가와 아베 정권의 인식을 표명하는 조치를 함께 논의하면 어떻겠냐"고 밝혔다.

또한 아사히신문은 "아베 정권이 수출규제 강화를 단행해 사태를 복잡하게 한 것은 명확하다"며, "문 정권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정치·역사 문제를 경제까지 넓힌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 간 관계 개선을 호소한 것을 계기로 상호 보복에 종지부를 찍고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도쿄신문은 "한일관계의 악화는 일본에게도 마이너스"라며, "아베 정권이 한국과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고노 다로 외무상이 주일 한국 대사의 발언을 끊으며 '무례하다'고 비판하고, 수출규제 문제로 일본을 방문한 한국 측 담당자를 경제산업성이 냉대한 것이 한국의 여론을 자극했다"며, "일본 측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이미지=양대규 기자)

뚜껑 열어보니, 일본 기업 피해 더 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수출 규제로 일본 기업들에 대한 피해가 가시화되면서, 처음에 침묵했던 일본 매체들도 강경하게 아베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수출 규제로 인해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들의 수출도 줄었지만, 한국의 일본 불매운동에 반도체 외에도 일본 소비재와 관광 산업까지도 피해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아베 정부가 수출 규제로 일본 쪽은 잃을 것이 별로 없고 한국 쪽이 받는 타격은 매우 크다고 계산을 했지만,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일본의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가장 직접적인 수출 제재 품목인 반도체 소재·부품 산업의 경우에는 장기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지난 7일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인한 데미지는 결국 일본 업체에 돌아간다”며, "일본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박재근 학회장은 "한국이 소재를 국산화하거나 다변화하게 되면 일본 소재 업체의 매출이 급감하게 된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회사의 생산량이 감소하면 일본 IT 업계의 반도체 칩과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한 바 있다.

한편 일본 아베 정부는 지난달 1일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품에 대한 수출 규제를 예고한 뒤, 4일 수출 규제를 본격 단행했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단행한 소재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 등 3개 품목이다.

이어 지난 2일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한국의 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리고 7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를 공포했으며, 이에 따라 21일 후인 28일부터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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