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결국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미 예견된 상황인 만큼 업계에 큰 충격은 없겠지만,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일본산 소재 수급에 난항이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이 관련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2일 교토통신 등 외신은 이날 일본이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한국의 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보도했다. 개정안은 일본 경제산업상이 서명하고 아베 총리가 연서한 뒤 공포 후, 그 시점에서 21일 후 시행된다.

업계는 다음 주 중에 공포가 이뤄지면 8월 말 시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이미 예상한 국내 기업들은 소재 수급 확보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큰 성과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일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품에 대한 수출 규제를 예고한 뒤, 4일 수출 규제를 본격 단행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제외했다.

하지만 이번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한국으로 수출하는 대부분의 소재에 적용된다. 특히 첨단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고순도의 일본산 소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는 군사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일본 기업이 수출할 때 일본 정부가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나라를 뜻한다. 한국은 미국과 영국 등을 포함한 27개의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됐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주요 관계자들이 소재 확보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7일 가장 먼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에 나섰다. SK하이닉스에서는 김동섭 대외총괄사장에 이어 이석희 대표이사가 차례로 일본으로 넘어가 현지 업체를 찾았다.

최근에는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일본으로 출국해 현지 거래처 및 법인을 둘러보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조 부회장의 일정이 예정된 정기적인 방문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는 최근 화이트리스트 문제가 주요 이슈인 만큼 이와 관련해 일본 현지 상황 점검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이미지=양대규 기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소재 수급 위해 노력 중"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일본이 한국보다 이번 규제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단기간에 일본의 소재를 대체하기 어려운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도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진행된, 지난 7월 한 달간 일본에서 해당 소재를 전혀 공급받지 못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관련 재고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화이트리스트 발표로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이 늘어나고, 반년 이상의 장기화가 예상돼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재 수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 역시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재고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국산화를 포함해 재고 확보를 위해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공정에서 사용량도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정부에서 구체적인 내용은 7일쯤 나올 것”이라며, “지금은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는 수준에 불과하며, 국가별 수출 협약을 맺는 그레이드를 낮추거나 구체적인 제한 품목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유심히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