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4일 수출 규제를 시행한 지 약 100일 만에 LG디스플레이가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에 필요한 고순도 액체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불화수소 국산화 테스트를 마치고 조만간 생산라인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원익머트리얼즈가 EUV 반도체 공정에 에칭가스로 사용될 수 있는 세븐나인(99.99999%) 초고순도 불화수소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 반도체 라인에 사용되는 에칭가스 역시 SK머티리얼즈가 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양사가 개발 중인 반도체용 에칭가스에 사용되는 초고순도 불화수소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초고순도 불화수소는 일본 쇼와덴코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주로 공급했다.

전문가들은 액체보다 가스형 불화수소의 개발이 더욱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에 한국은 기술력이 높은 일본에 의존했지만,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 이후 결국 국산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국산화의 성공이 눈앞으로 다가온 지금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보고 있다.

日, 지난 7월 ‘불화수소’ 군사용 반출 이유로 韓 수출규제 시작

불화수소는 일본 수출규제의 핵심이다. 지난 7월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를 단행하며, 불화수소 등 주요 소재가 군사용으로 반출됐다는 이유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불화수소의 경우, 금속 제련과 반도체, 화합물 제조 등에 주로 쓰이지만, 군사용으로 신경작용제에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수출통제체제 국제협약인 호주그룹(AG)에서는 생화학무기 전용 가능성을 이유로 불화수소를 통제하고 있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이미지=양대규 기자)

하지만 아베 정부는 지난 8월 말 수출 규제 이후 ‘불화수소’를 처음으로 허가했다. 이어 현재까지 고순도 불화수소는 총 3건의 수출허가를 받았다.

이에 업계는 아베 정부가 군사적 위협이 있다며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를 시작했으며, 화이트리스트에서도 제외했으나, 불화수소의 수출을 허가한 것은 한국의 불화수소 사용이 군사적인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 직후 이를 전면 반박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불화수소를 수입해 가공하거나 수출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를 실시했으나, 전혀 문제 삼을 만한 점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본으로부터 수입된 불화수소가 북한을 포함한 국제연합(UN) 결의 제재 대상국으로 유출됐다는 어떠한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우리 기업들은 전략물자 수출통제와 관련한 국내 법령에 따라 수출 허가를 받았다"며 "최종 사용자 보고 등 각종 의무도 적법하게 이행하고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이 불화수소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목적지, 사용자, 용도, 수량 등을 알리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포괄허가 및 특별일반포괄허가로 최종사용자를 확인하지 않는 일본 정부보다 한국 정부의 수출 규정의 신뢰성이 더욱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는 정치적 목적이 더 크기 때문에, 현재 일부 수출 허가된 불화수소의 규제가 언제 다시 시작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경고한다. 일본은 이미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이를 원상태로 돌리는 것은 아베 정부의 실책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사진=삼성전자)

삼성·LG·SK, 日 수출규제에 불화수소 국산화 진행 중

일본 정부에 대한 신뢰성이 낮아진 상황에, 삼성과 LG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결국 불화수소의 공급처의 국산화와 다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앞서 SK머티리얼즈는 "지난 1∼2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99.999%(파이브나인) 이상의 고순도 불화수소 기술을 확보했으며, 연말까지는 시제품 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원익머트리얼즈도 세븐나인 이상의 불화수소 개발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7월 4일 이후 지금까지 허가한 한국 수출허가 품목은 포토레지스트 3건, 고순도 불화수소 3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1건 등 총 7건에 불과하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불화수소 수출량은 7월 약 479t, 거래 금액은 1억 9000만 엔(약 2억 원)으로 전월 대비 80% 이상 줄어들었다. 반면 8월 수출량은 하나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에서 소재 국산화나 수입 국가 변경을 통해 일본 수출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며, 아베의 수출 규제가 결국 한국이 아닌 일본 소재산업에 타격을 준 상황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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