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 국산화’로 日 넘어서기…수출 규제 '해답'일까?
반도체 ‘소재 국산화’로 日 넘어서기…수출 규제 '해답'일까?
  • 양대규 기자
  • 승인 2019.08.14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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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트럼프·日아베 정책, 글로벌 ICT 산업 생태계 무너뜨려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 논의는 글로벌 무역구조 이해 필요"
일부 소재는 국산화 개발 '가시화'

[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오늘날의 ICT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국가별 분업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됐기 때문에 ‘독불장군’은 더는 있을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와 아베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대한 피해가 실제로 전 세계 ICT 산업 생태계는 물론, 자국 해당 산업군까지 피해를 준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실수를 한국도 답습하면 안된다고 경고한다. 단순히 일본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한다고 한국이 소재에만 투자하는 일차원적 대응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이 잘하는 D램과 낸드 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최근 투자 중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반도체 등 비대칭 전력에 대한 집중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에 정부에서 내놓는 대안이 국내 소재·부품 회사의 경쟁력을 키울 수는 있지만, 일본이나 해외 소재에 대한 의존도를 0%로 낮출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유기적으로 엮인 글로벌 ICT 산업에서 우리 또한 독불장군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 5일 산업통상자원부 대규모 투자 및 연구개발(R&D) 혁신 등을 담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159개 관리대상 품목 가운데 100개 품목을 따로 선정해, 추경예산 1773억 원과 내년 예산을 적극 활용해 집중적으로 기술개발을 지원할 방침이다.

13일 행정안전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인한 어려운 경제 현실을 반영해 반도체, 부품·소재 제조기업이 다수 자리 잡은 산업단지나 지식산업센터 등의 지방세 감면 혜택을 연장했다. 또한 신성장동력·원천기술분야의 기업부설연구소에 대해서는 기존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혜택에 10%p를 더하기로 했다. 이에 대기업·중견기업은 45%, 중소기업은 취득세 70%·재산세 60%의 감면 혜택을 받는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이미지=양대규 기자)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 논의는 글로벌 무역구조 이해 필요"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개선을 환영하면서도, 대중들이 정부의 정책이 현 상황을 해결하는 모든 해결책이 아님을 지적한다. 일본 정부의 ‘보복정책’이 오히려 일본의 제 살을 깎아 먹는 것처럼, 여기서 우리 또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약 3800년 전 고대 바빌론의 전통을 따르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것이다.

지난 12일 한경연이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소재·부품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에서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 논의는 글로벌 무역구조와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작돼야 한다”며, 한국 반도체와 일본 소재 산업은 글로벌 분업과 협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덕환 교수는 한국 소재 부품 산업 경쟁력 강화는 필요하지만 “자원 부족 국가로서 필요 소재를 수입해야 하므로 완벽한 국산화는 꿈에 불과하다”며, “일본 수출규제 대상인 고순도 불화수소의 탈일본화는 중국산 저순도 불화수소 또는 형석과 황산 수입의 증가를 의미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소재의 수입은 거부하면서 완제품은 수출하겠다는 발상은 자유무역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한국은 국가 간 분업과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무역 체계 선도국가로서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의대 이홍배 교수도 일본 소재부품 산업은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과 비교해 한국의 소재부품 산업은 중기술 개발에 치우쳐 있다며, 10년 안에 한국의 기술 수준이 일본의 99.5%까지 높아져도 남은 0.5%의 차이가 일본의 핵심 경쟁력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낭만주의적인 강경 대응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통쾌함을 줄 수는 있지만, 또 다른 반작용을 불러와 장 기적으로는 시장의 리스크를 더 증폭시킬지도 모른다”며, “지금 시장에서 바라는 것은 결국 냉정한 출구 전략 수립과 외교적 솔루션을 통해 리스크를 점진적으로 낮춰가는 방향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노성 한양대 교수, 이덕환 서강대 교수, 배상근 한경연 전무, 이홍배 동의대 교수(왼쪽부터, 사진=한경연)
곽노성 한양대 교수, 이덕환 서강대 교수, 배상근 한경연 전무, 이홍배 동의대 교수(왼쪽부터, 사진=한경연)

SK머티리얼즈·솔브레인 등 소재 국산화 개발 '가시화'

한편 업계 일부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전체 일본 소재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일부 영역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이 나온다는 계산에서다.

지난달 27일 SK머티리얼즈는 "지난 1∼2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99.999% 이상의 고순도 불화수소 기술을 확보했으며, 연말까지는 시제품 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일본이 에칭가스(불화수소)를 수출 규제 품목에 포함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새로운 소재 수급 채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연내 나올 시제품 테스트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산 고순도 불화수소도 테스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SK머티리얼즈는 삼불화질소, 육불화텅스텐 양산으로 불소 생산에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며, “반도체 소재 국산화 흐름에 발맞춰 SK머티리얼즈가 출시할 신제품들이 향후 성장 드라이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솔브레인의 박영식 부사장은 고순도 불화수소 국산화를 자신했다. 솔브레인이 현재 삼성전자와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이를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솔브레인은 중국에서 원료를 들여 불화수소 제조하는 등 기술력을 축적했다. 솔브레인은 다음달 생산라인 증설을 마무리하면서 일본 소재 기업에 비교할만한 불화수소 제품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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