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서 촉발된 부품소재 분쟁이 제조, 유통, 문화, 사회 등 한일 전반의 경제 전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관련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국무회의를 열어 “정부와 우리 기업의 역량을 믿고, 자신감을 가지고, 함께 단합해 주실 것을 국민들께 호소”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클라우드 산업 분야의 상황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AWS, MS, 오라클 등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심 데이터센터 리전을 일본 도쿄를 거점으로 두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서울에 자사의 리전을 설치한 시기는 최근 3~4년밖에 되지 않는다. AWS도 2016년 1월에서야 서울 리전을 공개했고, MS가 2017년에, 가장 최근에는 오라클이 지난 5월 'OCI 서울 리전’을 설립했다.

이는 이전까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의 데이터는 도쿄에 위치한 데이터센터 리전에서 처리되고 있었다는 뜻.

MS의 동아시아 지역 데이터센터 리전 분포도 (사진=MS)
MS의 동아시아 지역 데이터센터 리전 분포도 (사진=MS)

하지만 서울 리전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데이터가 도쿄로 가지 않는 건 아니다. 멀리 클라우드 환경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대다수 인터넷 서비스 기업은 서비스 안정성과 복구 등을 이유로 두 개의 리전에서 동시에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멀리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1월 발생했던 AWS 먹통 사태 당시, 쿠팡,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KB금융지주 등은 서울 리전에만 단일 클라우드를 구축해 웹사이트 및 애플리케이션 접속 오류가 발생했던 사례다. 이후 ‘멀티 클라우드’를 구축해둬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리고 그 주요한 멀티 클라우드 리전이 도쿄다. 만약 일본 당국이 자국 내 데이터센터에 대한 반출권에 규제할 경우, 우리 기업의 데이터는 일본에 묶이고 만다. 실제로 중국의 네트워크 안전법의 경우, 중국 국내에 건설·운영·유지·사용되는 네트워크 즉, 데이터센터를 핵심정보 인프라 시설로 규정하고 보안 검사 명목으로 데이터 반출 시 제한할 수 있다.

리전 전환 쉽고, 클라우드 서비스마다 지정된 데이터센터 달라..."원드라이브는 모두 국내 리전에 연결"

다행스럽게도 데이터 주권으로는 한일 경제 전쟁의 불이 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리전 선택권은 오로지 기업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MS의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부산의 애저 데이터센터 리전과 함께, 일본에 위치한 리전에 멀티 클라우드를 구축한 기업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업 측에서 해당 리전을 자체적으로 설정 내에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행여 경제 분쟁의 여파가 있더라고 국내 기업은 쉽게 도쿄 외 리전으로 옮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변경에 따른 추가 요금도 없다.

이어 “해당 기업들이 활용 중인 데이터센터 리전의 위치는 기밀이라 알려줄 수 없다”며, “하지만 아직 글로벌 사업부 내 데이터센터 도쿄 리전에 대한 예민한 이슈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사진=양대규 기자)

또 클라우드 서비스마다 지정된 데이터센터 리전이 다르기 때문에 국경으로 나눌 수 없다고도 설명했다. MS 관계자는 “원드라이브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는 모두 국내 데이터센터 리전으로 연결된다”고 전했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도 아직 큰 영향은 없다. 

NHN은 지난 3월 클라우드 플랫폼 ‘토스트’의 일본 리전을 세우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NHN 관계자는 “토스트의 일본 리전은 국내 기업이 아닌, 일본 현지 기업에 있는 대상으로 서비스한다”며 “현재 운영 3개월째로 빠르게 영업 활동 중”이라고 전했다.

IT업계 관계자는 “미중 경제 분쟁이 있을 당시에도 미국 기업은 중국에서, 중국 기업은 미국에서 정상적으로 서비스했다”며, “지금의 한일 경제 분쟁이 아직은 클라우드 업계에서까지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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