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에지 컴퓨팅, 사물 인터넷(IoT) 등 점점 더 스마트해지는 애플리케이션들에서 기존의 메모리 기술로는 한계가 있다. AI와 머신러닝을 이용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역시 새로운 메모리를 필요로 한다. 이들은 D램과 낸드플래시 같은 기존 메모리의 추가적 개선이나, 새로운 재료와 새로운 컴퓨팅 아키텍처로 만들어낸 차세대 메모리 등의 혁신을 기대한다.

D램(DRAM), S램(SRAM), 낸드(NAND) 플래시 등의 메모리 기술은 수십 년 전 개발돼 오늘날 디지털 기기와 시스템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M램(MRAM, Magnetic RAM), P램(PRAM 또는 PCM, Phase Change RAM), R램(ReRAM, Resistive RAM)과 같은 차세대 메모리는 기존 메모리에 비해 차별화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대량생산이 어려운 신소재에 기반을 둬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위한 새로운 장비들이 시장에 공개되면서, 이에 대한 메모리 업체들의 투자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침체된 메모리 시장에서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차세대 메모리를 위한 장비 투자가 급하게 진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인 SK하이닉스는 25일 시장 부진을 이유로 자사의 메모리 생산 규모를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역시 올 상반기 감산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아직 D램의 개선점이 많이 있기 때문에 차세대 메모리 시장이 아직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EE타임즈는 25일 “(업체들이) 메모리 장치를 만들기 위해 장비를 제조하는 데 투자할 것 같지는 않고, 그들은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는 데 관심이 없다”며, D램에 투자하는 비용이 새로운 메모리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욱 경제적이라고 보도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고급 컴퓨팅 솔루션 담당 부사장인 스티븐 파울로프스키는 "(아직) D램의 신뢰성, 속도, 내구성을 가진 것은 없다"며, “재료 관점에서 복잡할 뿐 아니라 온도, 다중 주기 및 다양한 작업 부하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업체들이 요구하는 차세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 센터 구축을 위해서는 차세대 메모리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업계는 현재 ‘미중 무역전쟁’이나 ‘한일 무역갈등’의 영향으로 반도체 시장이 침체됐지만, 글로벌 이슈가 해결되면 반도체 업계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과 인텔, IBM, 웨스턴디지털 등이 대표적인 플레이어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파운드리의 임베디드 메모리 담당 선임 이사인 마틴 메이슨은 “M램과 P램 모두 데이터 센터의 컴퓨팅 집약적인 애플리케이션(서버 팜에서 수행되고 있는 메인스트림 AI 프로세싱 포함)와 관계가 있다”며, "그 공간에 새로운 메모리 기술이 배치되는 것을 보기 시작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새로운 메모리 기술이) 진정으로 상업적으로 이용된 것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M램과 P램 모두 그러한 애플리케이션에서 S램을 대체하기 위한 다양한 고밀도 메모리 기술로 간주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P램의 하나로 알려진, 인텔과 마이크론이 함께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 3D Xpoint(사진= 인텔, 마이크론)
P램의 하나로 알려진, 인텔과 마이크론이 함께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 3D Xpoint(사진= 인텔, 마이크론)

IoT를 위한 M램…클라우드에 활용되는 R램∙P램

컴퓨터 산업은 센서와 컴퓨터, 정보통신 기능 등이 통합되어 주변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며 그 결과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전달하는 수백억 기기들로 이루어진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M램은 IoT 기기의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저장하는 용도에 가장 적합한 메모리 후보 중 하나다.

M램은 일반적으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서 사용되는 고감도 자성 소재들을 포함하고 있다. M램은 본질적으로 비휘발성과 빠른 속도라는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전원이 제거되었을 때에도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유지할 수 있고, 빠른 속도와 높은 반복 기록 횟수로 지금까지 레벨3 캐시에 사용되는 S램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M램은 IoT 칩의 BEOL(Back-End-Of-Line) 층 사이에 위치할 수 있어 M램을 위한 추가적인 다이 면적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다이 소형화와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데이터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저장 시스템 사이에 연결된 데이터 경로의 속도, 저장 시스템의 전력 소모를 수십 배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 R램과 P램은 서버용 D램과 저장장치 사이의 가성비 측면에서 그 격차를 채워줄 수 있는 일명 ’스토리지급 메모리(Storage Class Memory)’로 사용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고속, 비휘발성, 저전력, 고밀도의 메모리다.

R램은 퓨즈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신소재를 사용한다. 수십억 개 스토리지 셀 중에서 원하는 각각의 셀에 선택적으로 필라멘트를 형성시키고 그로 인한 전기 전도도의 차이를 발생시켜 데이터를 저장한다. 반면 P램은 DVD 디스크에 이미 사용되는 상변화 소재를 이용한다. P램은 이 소재를 비결정질(amorphous)과 결정질(crystalline) 등으로 가역적으로 상변화시키고 그로 인해 발생된 상변화 소재의 저항 차이를 이용하여 정보를 저장한다. R램과 P램은 3D 낸드 플래시와 유사하게 3D 구조로 배열할 수 있어 메모리 제조사는 각 제품의 세대별로 메모리 레이어를 계속 추가하는 방식으로 메모리 용량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고 제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R램과 P램도 각각 한 셀 안에서 전기 전도도와 저항을 여러 단계로 변화시킬 수 있어 낸드 플래시처럼 각 메모리 셀에 여러 비트의 데이터를 저장하게 할 수 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관계자는 “R램과 P램 모두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하드디스크보다는 현저히 빠른 읽기 성능과 함께 D램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을 보장한다”며, “R램은 컴퓨팅 소자와 메모리 소자를 하나의 칩에 통합해 Al 컴퓨팅과 관련된 데이터 흐름의 병목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미래의 인메모리(in-memory) 컴퓨팅 아키텍처 분야에서 가장 유력한 차세대 주자”라고 설명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M램·P램·R램을 위한 새로운 장비 개발

지난 17일 어플라이즈 머티어리얼즈는 이런 차세대 메모리 개발을 위한 장비들을 대중에 공개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공개한 장비는 차세대 메모리에 사용되는 핵심 물질인 새로운 금속 물질들을 원자층 단위의 정밀도로 증착할 수 있는 대량 생산 시스템이다.

엔듀라 클로버 M램 PVD 플랫폼(사진=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엔듀라 클로버 M램 PVD 플랫폼(사진=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M램 생산을 지원하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새로운 엔듀라 클로버(Endura Clover) M램 PVD’ 플랫폼은 청정·진공 상태를 유지한 상태로 조합된 최대 9개의 독특한 웨이퍼 공정 챔버들로 구성된다. 이 플랫폼은 각각의 챔버당 최대 5개 개별 물질 박막을 증착할 수 있는 대량 생산용 300mm M램 시스템이다.

M램은 진공을 유지한 상태로 최소 30층 이상의 정밀한 박막의 연속 증착이 요구된다. 그중 일부는 사람의 머리카락보다 50만 배 얇은 것도 있다. 또한 원자 지름 정도의 작은 두께 변화가 전체 메모리 소자의 성능과 신뢰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자사의 플랫폼에 대해, 증착한 박막들의 두께를 외부 대기에 노출될 위험 없이 1옹스트롬(1Å=0.1nm) 이하의 정밀도로 측정 및 모니터링해 원자 수준의 박막 균일도를 보장하는 내장형 계측기를 탑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탐 스파크맨 스핀 메모리 CEO는 “매우 빠른 속도와 높은 반복 기록 횟수를 지닌 비휘발성 메모리로서 M램은 IoT, AI 분야에서 기존 내장형 메모리에 사용되는 플래시와 레벨3 캐시에 쓰이는 S램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한 P램과 R램을 위한 엔듀라 임펄스(Impulse) PVD 플랫폼은 차세대 메모리에 사용되는 다성분계 소재의 정밀한 증착과 통제가 가능하게 해주는 내장형 계측기(OBM)와 함께 최대 9개 웨이퍼 공정 챔버들로 구성된다.

조지 미나시안 크로스바 CEO 겸 공동창업자는 “R램 메모리에 사용된 신소재들의 균일한 증착은 소자의 성능과 신뢰성, 반복 기록 횟수를 실현 가능한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있어 결정적인 요소다. 우리는 메모리와 로직 고객들과의 R램 기술 협력을 위해 내장형 계측기를 탑재한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E 시스템을 채택했다. 왜냐하면 이 시스템은 앞서 언급한 중요 업무들에 획기적 성과를 실현 가능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엔듀라 임펄스 PVD 플랫폼(사진=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엔듀라 임펄스 PVD 플랫폼(사진=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가격만 맞으면, 차세대 메모리 투자 늘어날 것"

업계 관계자들은 차세대 메모리 기술이 데이터 센터의 효율을 개선하고 AI 성능을 향상 시킨다고 말한다.

진성곤 SK 하이닉스 첨단 박막 기술 담당은 “데이터센터의 효율 개선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와 고객 기업들이 가장 우선시하는 사안 중 하나”라며 “SK하이닉스는 기존 D램, 낸 플래시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한편, 데이터 센터의 성능을 대폭 향상시키고 동시에 소비전력을 낮추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의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IBM 리서치의 무케시 카레 반도체∙Al 하드웨어∙시스템 부사장은 "IBM은 오랫동안 차세대 메모리의 연구 개발을 선도해 왔다. 우리는 Al 시대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반도체 칩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개선하는 기술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새로운 물질과 소자는 IoT, 클라우드, AI 제품이 요구하는 고성능∙저전력 내장형 메모리 구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대량 생산 솔루션은 차세대 메모리의 현실화를 산업 전반에 걸쳐 빠르게 가속화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리차드 뉴 웨스턴 디지털 리서치 부사장은 “AI, 머신 러닝, IoT 분야에서의 진보가 복잡하고 데이터 집약적인 워크로드를 증가시킴에 따라 메모리 기술에서 새로운 혁신은 효과적으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메모리 생산 업체나 파운드리 업체들이 차세대 메모리에 기반한 장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만큼, 반도체 경기의 부진 속에서도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의 마헨드라 파칼라 전무는 "AI 애플리케이션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메모리 중 하나는 고대역폭 메모리 2.0(HBM2)으로, 전통적으로 고급 그래픽과 고성능 컴퓨팅에 사용되어 왔다. 제조 관점에서 성숙해졌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비싸다”며, “3D XPoint 형태의 P램은 M램과 마찬가지로 상업적으로 채택되고 있다”고 말했다. "둘 모두 성숙하고 있으며, 비트당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며,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길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글로벌파운드리의 메이슨은 "가격만 맞으면 업계에서 진정으로 파괴적인 무언가를 개발하기 위해 기꺼이 투자할 의사가 있을 것"이라며, "그런 식으로 차세대 메모리 중 일부는 중요한 돌파구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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