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텔과 TSMC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국내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도 얼마 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삼성전자는 31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과 TSMC의 3분기 실적 발표 결과 영업이익률이 30%를 넘으며, 두 회사 모두 역대 최대의 3분기 실적을 보였다. 반면 SK하이닉스는 6.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으며, 증권사 전망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메모리 편중의 부작용’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의 이유가 메모리 반도체에만 집중하고 있어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비메모리 반도체 영역에서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 등을 진행하지만 메모리 반도체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에는 DRAM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에 거의 모든 수익이 쏠려 있다.

하지만 다수의 반도체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중심 전략에 대해 ‘선택과 집중’의 결과라며, 두 업체가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올해 2분기 DRAM 시장(자료=DRAM익스체인지)
올해 2분기 DRAM 시장(자료=DRAM익스체인지)

삼성·SK하이닉스, 전 세계 DRAM 시장 74.4% '과점' 

지난 8월 DRAM익스체인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분기 전 세계 DRAM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5.7%와 28.7%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 2위를 기록했다. 20.5%를 차지한 미국의 마이크론을 합치면, 세 기업이 DRAM 시장의 94.9%를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DRAM 시장에서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74.4%를 점유하고 있으며,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도 두 업체는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불모지였던 한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DRAM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시장 우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로 성장한 회사”라며, “꾸준히 메모리 반도체를 해왔으며, 이 부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회사다. 이런 회사들에 메모리에 편중된 구조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은 반도체 업계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메모리 시장이 악화됐으니 비메모리 영역으로 시장을 넓히라는 충고는 맞는 소리지만, 메모리 시장이 악화됐다고 메모리에 집중한 과거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의 불황이 오히려 전 세계에서 높은 점유율을 지니고 있는 메모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기회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 함께 전 세계에서 DRAM과 낸드 플래시를 함께 만드는 3개의 회사 중 하나기 때문에 불황을 견딜 힘이 더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DRAM 시장의 경우에는 수많은 기업이 경쟁에서 도태되면서 3개의 업체만 살아남았으며, 낸드 플래시 시장에는 약 10여 개의 업체들이 경쟁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두 기업은 낸드 플래시만 생산하는 기업보다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이미지=양대규 기자)

메모리 시장, 4~6년 사이클…지난해 역대 최대 호황기

업계 관계자들은 메모리 시장이 4~6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오간다고 말한다. 실제 2017년 후반부터 지난해까지는 ‘반도 슈퍼 사이클’이라고 불리며, 반도체 역사상 최대의 호황기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역대 최대의 수익을 냈으며, 한국의 경제지표도 함께 성장했다.

이미 전문가들은 반도체 시장이 호황에서 공급과잉으로 인한 불황으로 넘어가는 시기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될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회복 시기는 올해 하반기부터로 예상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의 변수로 인한 글로벌 경제 침체가 계속되면서, 새로운 투자가 발생하지 않아 메모리 영역의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는 내년부터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과잉’에서 ‘부족’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최도현 연구원은 “올 3분기부터 DRAM 재고는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DRAM 업체들의 재고는 내년 1분기 내에 정상 수준으로 복귀할 전망이다. 서버 수요 재개, 5G 스마트폰 출시로 DRAM 가격은 공급부족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가파르게 상승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 김경민 연구원은 “재고 출하가 활발해 재고수준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DRAM 출하 호조는 전체 재고자산에서 적어도 수 천억 원 이상의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IBK투자증권 김운호 연구원도 “메모리업체들의 공급 규모 변화와 수요 변화를 고려하면 2020년에는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DRAM은 2020년 3분기, 낸드는 2020년 4분기부터 수요와 공급의 관계가 반전될 것으로 분석했다.

(사진=Pexels)
(사진=Pexels)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당장 내년이 아니더라도 메모리 시장은 호황이 올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인 IoT와 5G, AI 등이 발전되면 시스템 반도체도 물론 증가하지만,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는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디스플레이의 경우에는 LCD와 OLED 등에서 중국이 따라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만, 메모리 반도체 영역은 기술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고 말한다. 즉, 한국이 전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비메모리 영역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이미 선점하고 있는 메모리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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