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동생과 다섯째 동생인 신춘호 농심 회장과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 또 한 번 자매 제품을 출시했다. 상당 기간 동안 롯데 안팎에선 창업주 신 명예회장을 비롯해 형제, 자식간 분쟁과 소송이 줄을 이어왔다. 양사의 협업을 두 형제의 화목한 관계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려는 업계 시각이 지배적인 것도 이때문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과 농심이 손 잡고 '인디안밥 우유'를 출시했다. 푸르밀 인디안밥 우유는 농심 과자 인디안밥의 맛을 그대로 살린 가공유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고소한 곡물 맛 우유'의 연장선에 있는 제품인 것. 푸르밀 관계자는 "인디안밥 우유는 농심 브랜드와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출시된 신제품이다"면서 "업계의 뉴트로(복고 문화를 새롭게 즐기는 일) 경향과 곡물 우유 선호현상을 고루 반영하고자 했다"고 했다.
농심과 푸르밀의 협업 출시는 이번이 세번째다. 앞선 2017년 1월 농심과 푸르밀은 합작해 '바나나킥 우유'를 만들어 시장에 내놨다. 농심의 오랜 인기 상품인 '바나나킥'을 우유로 재해석한 것인데, 양사 주력 분야 간 분업이 적절히 이뤄진 듯하다. 그해 12월엔 푸르밀이 바나나킥 우유의 2탄 격인 '초코 바나나킥 우유'를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범 롯데가(家) 두 기업 간 협력엔 손아래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자 하는 신춘호 농심 회장의 의중이 깔려있다. 지난 자매제품 출시 때 사용됐던 '바나나킥' 브랜드에 이어 이번 '인디안밥'도 농심이 푸르밀로부터 별도의 브랜드 사용료를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형제 간 두터운 우애를 의미하는 대목이다.
농심 관계자는 디지털투데이에 "지난 2017년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와 새우깡이 선뵌 협업처럼 통상 수익을 내는 제조사가 스테디셀러 제품을 가진 회사에 협업 제안을 한다"며 "푸르밀과의 협업 때마다 적극적으로 브랜드 로열티를 달라고 하진 않는다"고 했다. 다만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공정거래법 상 위반 소지가 있는 만큼, 농심 측에서 청구하지 않은 사용료를 푸르밀 측은 꼼꼼하게 챙겨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같은 형제 우애의 뒤에는 실질적으로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아들들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과 신동환 푸르밀 대표의 친목이 자리한다. 바나나킥우유부터 이번 인디안밥우유까지 하나의 경향으로 굳은 '농심 스테디셀러 제품의 우유화(化)'는 띠동갑인 이 둘의 논의 과정에서 탄생한 아이디어다.
그간 롯데는 2세에 걸친 '형제의 난'으로 세간의 비난을 샀다. 신 명예회장은 지난 1970년대 신춘호 회장과 라면사업 진행과 롯데공업의 사명을 두고 대치했다. 부동산 실명제가 본격화한 1990년대엔 신준호 회장과 서울 양평동 땅 등의 명의와 관련해서 분쟁을 벌인 바 있다.
2세 싸움은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신 명예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4년째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신 회장이 지난해 2월 1심에 따라 법정 구속, 수감된 때 신 전 부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동생 신 회장의 이사직 해임을 요구하는 안건을 제출했다. 신 회장 역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자신에게 보낸 신 전 부회장의 화해편지 5통엔 '진정성이 없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최근엔 두 형제가 신 명예회장의 거주지 선정을 두고 소공동과 잠실 가운데 합의점을 찾지 못해 가정법원 중재의 힘을 빌린 바 있다. 범 롯데가에 해당하는 농심과 푸르밀이 해마다 자매 제품을 출시하는 게 놀라운 것도 이같은 집안 내력(?) 때문이다.
푸르밀 관계자는 "매번 농심이 푸르밀 측 제안을 긍정적으로 고려한 덕에 이같은 협업 상품이 출시됐다"며 "신동환 대표 주도하에 자매제품 개발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으며 뉴트로 열풍과 맞물려 소비자들의 관심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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