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올 주요 감시 대상 기업으로 식료품·급식 등 생활밀접업종을 택함에 따라 식품업계 안팎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더불어 자산 2조원에서 5조원 사이의 중견기업에 대한 사익편취 행위도 조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두 규율의 교집합에 해당하는 식품중견기업들이 공정위의 칼날을 비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3일 공정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역점과제 가운데 하나로 '식료품·급식 등 생활밀접업종의 부당내부거래 집중 감시'를 선정했다. 국민 체감이 빠른 업종을 중심으로 일감개방과 일감나누기를 서두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단체 급식기업인 삼성웰스토리와 식료품 업체 CJ그룹 등을 콕 집어 언급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의 부당지원 여부 판단 근거를 명확히 해 의심기업들을 간추려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상가격 산정기준과 일감몰아주기 제재 예외기준 등 상이한 비즈니스모델 별로 모호할 수 있는 기준들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산 2조원에서 5조원 사이의 중견기업에 대한 사익편취 행위를 중점 조사한다. 때문에 태광과 대림·금호아시아나·하림의 부당지원혐의 건에 대해서는 상반기 내로 조속히 심판정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들 사건은 각각 지난해 11월 8일과 16일날 위원회에 상정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7일 브리핑에서 "올해는 중견기업의 부당지원을 조사할 것"이라며 "그간 현장조사를 벌인 그룹 10곳의 경우 심사보고서 작성 외 새로운 조사를 착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식료품·급식 부문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중견기업들은 출발부터 사업계획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그간 자산 5조원 미만인 중견기업은 일감몰아주기 조사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지난 2015년 2월 시행된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법'의 조건에서 부당거래의 주체를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소속 회사로 한정해서다. 대신 중견기업은 '부당지원금지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공정위가 대기업 중심 조사에 주력한 탓에 사실상 중견기업에 대한 부당거래 조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공정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공정위)

100곳을 웃도는 중견기업들 가운데 농심과 오뚜기 등이 공정위의 주요 타깃이 될 전망이다.

앞서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난 2017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3차례에 걸쳐 '중견기업집단 계열회사의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한 사례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은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당시 3번의 보고서에서 "재벌그룹으로 통칭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나 회사기회유용 양태에 관한 제도적 규율은 어느정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중견기업의 일감몰아주기 실태는 충분히 알려지지 못한 상황이다"며 농심·오뚜기 등의 부당거래를 꼬집었다.

해당 중견식품 업체들은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칼날'이 향하자 "법규에 저촉되지 않도록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나갈 예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먼저 농심 측은 문제시됐던 상장사인 율촌화학 등의 내부거래 비중을 점차 줄이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신춘호 회장이 이끄는 농심그룹의 경우 지주사인 농심홀딩스를 비롯해 농심, 율촌화학이 상장돼 있다. 경제개혁연구소의 해당 보고서(2017년 기준)에 따르면 농심의 율촌화학은 지배주주(13.5%)와 가족(11.07%)이 직접지분 24.57%를 보유 중이다. 6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46.76%로 일감몰아주기 수혜회사다. 또 농심미분 역시 지배주주 등이 직접 지분 60%을 보유 중이며 5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57.25%다. 이외에도 엔디에스와 호텔농심 또한 지난 6년간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34.76%와 34.46%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농심은 자산이 5조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970년대부터 각 계열사들의 전문화를 이끌어왔다"면서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가 있지만 이를 통해 총수의 사익편취, 탈세 등의 범법행위를 행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규제에 저촉될 리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오해를 피하기 위해 율촌화학 등 지적받은 기업들의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오뚜기그룹 역시 공정위의 지침에 발 맞춰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쪽으로 지배구조를 개선 중이다. 함영준 회장이 지배주주로 있는 오뚜기그룹은 오뚜기SF를 비롯, 오뚜기물류서비스와 알디에스, 상미식품 등이 일감몰아주기 기업으로 지적 받았다. 경제개혁연대 보고서(2017년 2월)에 의하면 오뚜기물류서비스는 지배주주 등이 직·간접적으로 지분 52.01%를 보유하고 있으며 6년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72.55%다. 그리고 오뚜기SF는 지배주주 등이 직접적으로 지분 75.23%를 가지고 있고 6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63.94%다. 이밖에도 알디에스의 계열사간 3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86.35%, 상미식품의 6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97.55%다. 일감몰아주기로 간주되는 내부거래 비율이 20%인 점에 빗댈 때, 이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에 대해 오뚜기 관계자는 "우리는 지난 2016년부터 2년간 지배구조 평가에서 유독 D등급을 받아 지배주주의 직접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이로써 지난해엔 B등급을 받았고 최종 ESG등급은 B+이 됐다"고 했다. ESG등급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지속가능성 요소를 종합해 해마다 조정해서 매기는 등급이다. 이어 관계자는 "식품회사 구조 상 특정 계열사 혹은 자회사로의 일감 집중이 필연적일 때가 있다"며 "우리 측도 표면으로 드러난 지분 관련 결점 외에도 다방면에서 공정위 규제에 걸리지 않도록 노력 중이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