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롯데와 신세계, CJ, GS 등 이른바 '유통 공룡'들은 해마다 도·소매 업종에 속한 계열사를 위주로 여성 고용에 앞장선다. 소비 심리 파악과 감성 소구엔 남성보단 여성이 유리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여직원들의 고용은 신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유통기업은 저임금과 저근속 면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한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유통업계 내 높은 여성 고용률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28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등에 따르면 매출액 600대 비금융 상장기업 직원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종업원 100명 가운데 24명 가량이 여성이었다.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5년간 600대 기업 여직원수는 2만명이 늘었고 고용비율도 꾸준한 증가세다.  

롯데쇼핑과 이마트는 600대 상장사들 중 지난해 기준 여직원이 가장 많은 기업 2위 자리에 올랐다. 1위는 2만7263명을 기록한 삼성전자였고 다음으로 1만7101명의 롯데쇼핑, 1만6606명의 이마트가 뒤를 이었다. 또 전직원 가운데 여성 비율이 높은 기업 5위엔 76.9%로 집계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14년 대비 여직원 수가 가장 많이 오른 기업 상위 4곳은 유통대기업 계열사였다. GS리테일이 5년새 5230명 늘어 선두였고, 그 뒤를 이어 CJ CGV(3290명)과 CJ프레시웨이(3098명), CJ ENM(1429명) 순이었다.

소비자 접점 많은 유통업계 "여성 인재들의 적극적인 도전 기대"

여전히 특정 성비로 치우친 경향이 있는 재계 고용 동향과 달리 롯데와 신세계, GS, CJ 등 유통 대기업들은 여성 임·직원 수를 꾸준히 늘려 성비 균형에 일조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서도 도·소매업 계열사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마트와 슈퍼, 홈쇼핑, 백화점 등으로 대표되는 도·소매 업종의 주요 소비자층이 여성인 만큼 이들의 소비 심리를 부추길 수 있는 여직원들의 고용이 주요하게 이뤄지고 있단 분석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소비자 접점이 많은 B2C업종 특성상 감성소구에 능한 여성 직원들이 다수 고용된 듯하다"면서 "서비스업과 도·소매업은 통상 여타 업종에 비해 여직원 고용에 관대한 편"이라고 말했다.

업종이 갖고 있는 특성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팔을 걷어부치고 정립 중인 사내 여성친화제도도 성비 변화에 한 몫한 듯하다.

(사진=신민경 기자)
(사진=신민경 기자)

먼저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뜻에 따라 여성인재 육성정책과 직장 내 육아문화 마련에 힘쓰고 있다. 지난 2012년 여성 자동육아휴직제 도입을 시작으로 여성육아휴직 기간 최대 2년 연장, 유연근무제·PC자동오프제 도입, 육아휴직자 복직 프로그램 운영 등 갖은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여성 인재 채용에 주력 중인 롯데는 2016년 들어 신입사원 가운데 여성 입사자 수를 40%까지 늘렸다. 신 회장은 지난 2017년 9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서울에서 열린 롯데 여성임원 간담회에서 "여성 인재들이 능력과 자질만 갖춘다면 유리천장의 벽을 느끼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도 했다. 또 황각규 롯데 부회장은 지난해 말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7회 롯데 와우포럼'에서 "앞으로 여성 임직원을 보다 확대·육성할 예정이다"며 "여성 인재들이 적극적으로 도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능력-자질만 갖춘다면 '유리천장' 느끼는 일 없을 것"

CJ도 여성 임직원 비중이 높은 기업으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해왔다. 지난 2월 13일엔 헬렌 클라크(Helen Clark) 전 뉴질랜드 총리가 CJ 직원들과 만나 글로벌 여성 리더십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날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선 CJ사회공헌추진단과 주한 뉴질랜드대사관이 공동 주최한 '(차세대 여성리더들과 함께하는) 영화 헬렌의 도전 특별상영회 및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CJ 임·직원 80명과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 관계자 40명, 여성 직장인과 대학생 20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지난 2016년 최초 유엔 여성 사무총장에 도전한 헬렌 클라크의 삶을 기록한 영화를 보고,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해외 리더십에 관한 담론을 나눴다.

CJ 관계자는 "생활문화기업으로서 소비자들과의 접점이 많은데 이런 점에서 여성의 시각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면서 "인사에서도 남성과 여성 등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성과를 기반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중시하고 있다"며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육아 등으로 불편함이 없도록 출산휴가·각종사내육아제도 등 여성친화제도를 다수 시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GS도 그간 안정을 내세운 인사를 발표하던 기조에 변화를 주고 올해 첫 공채 출신 여성 임원을 발표하기도 했다. GS칼텍스는 소매영업본부 영남 소매부문 담당 상무로 조주은 LPG수도권지사장을 임명했다. 젊고 유능한 경영진을 통해 GS는 시일 내로 미래 성장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도·소매 업종 계열사에선 직원 수가 크게 변화한 양상이다. GS리테일의 경우 지난 2014년엔 781명에 그쳤던 여직원 수가 지난해엔 6011명을 기록해 무려 5230명이 늘어났다.

신세계도 여직원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해 근무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 중이다. 이마트에서는 임신한 직원들에 한해 하루 2시간 단축근무제도를 적용하며, 해당 2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100% 보장해 준다. 또 난임 여직원들을 위해서는 수개월 간의 난임휴직제도를 제공 중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마트 내 여직원 비율은 전직원 가운데 절반을 크게 웃도는 63.8%를 기록했다.

"고용 후 유지 기간 짧고 임금도 적어 안타깝다"

하지만 이같은 유통업계 내 여성 고용률 개선 노력에도 적은 임금과 짧은 재임기간 등은 고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폐단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께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 여성 임원의 재임기간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신세계, CJ는 각각 2.9년과 2.8년으로 집계됐으며 롯데는 2.2년, GS는 2년에 그쳤다. 고용률은 선두에 편재한 데 반해 재임기간은 전부 10위권 밖으로 기록됐다. 

이와 관련 박 대표는 디지털투데이에 "유통업계는 여성 고용률이 가장 높은 업종임과 동시에 임금과 평균 재임기간이 최저 수준인 업종이란 점에서 명암이 교차한다"면서 "고용이 발생한 후 유지되는 기간이 짧고 임금도 적어 고용유연성이 크단 면을 볼 때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 여성 고용률은 지난 2017년 기준 56.9%로 여전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63.7%을 밑돈다. 지난 1998년부터 2017년까지, 20년간 국내 15~64세 여성 고용률은 9.6%p 증가해 OECD 평균 상승치(8.7%p)보다 높았으나, 2017년 국내 여성 고용률은 56.9%로 OECD 평균(63.7%)을 하회하며, 33개국 중 27위에 머물렀다. 여성 경제활동참가율도 OECD 평균(68.3%)보다 낮은 59.0%로, 1998년 26위에서 2017년 29위로 3계단 내려갔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600대 상장사의 여성 고용 비율은 2014년 23.0%에서 2018년 23.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여전히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여성 고용률 제고를 위해선 유연근무제, 출산·육아 지원 등 일·생활균형(워라벨) 제도의 확산과 함께 기업에 대한 지원 정책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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