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올해 백수(白壽·99세)를 맞은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최근 병원에 입원하면서 장남과 차남 간 관계에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3일 롯데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전날 오후 2시께 서울 송파구 소재 서울아산병원 18층 VIP병동에 입원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식사와 수분섭취를 잘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주말에 수액을 맞으셨지만 이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검진 차 입원한 것"이라며 "오늘 후견인 측에 물어보니 현재 기력 회복 중이시라고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 노환에 의한 입원인지 병환 악화에 따른 입원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해 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김동규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디지털투데이 DB)

신 명예회장의 입원 시점이 시기적으로 소공동 복귀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간 갈등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신 명예회장은 그간 묵던 잠실 롯데월드타워 레지던스를 벗어나 지난달 19일부로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현 이그제큐티브 타워)로 거처를 이동했다. 이같은 이사 문제는 앞선 2017년 7월 롯데호텔이 노후한 신관 구내에 대한 전면 개보수 작업을 단행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김성우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가 양측에서 제시한 장소의 실사를 끝낸 뒤 롯데월드타워로 거주지를 옮기라고 명령한 끝에 사태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 측은 "재판부의 이전 조치엔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리모델링 완공 뒤 다시 본래 장소로 옮겨야 한다'는 단서가 달렸었다"며 신 명예회장의 소공동 복귀를 주장해 왔다. 이에 가정법원은 앞선 결정을 번복할 특별한 사유가 없단 점에서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11월 신 명예회장의 복귀 조치를 명령한 것이다. 

고령 신 명예회장의 육체적 건강과 심리적 안정을 들어 롯데 측이 신 명예회장 거처의 현상 유지를 주장해왔던 만큼, 그의 건강 악화가 이사 후유증으로 비춰질 공산이 크다. 롯데 관계자는 증세 악화 시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거처 이전 전까지는 건강상태에 문제가 없었고 이사 직후인 지난주께 급격히 안 좋아지셨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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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명예회장의 건강악화로 인해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 간에 화해 기류가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지=신민경 기자)

다만 일각에선 명예회장의 건강 악화가 소원한 신동주-동빈 형제가 화해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을 점친다. 이 둘은 지난 2015년부터 4년째 경영권 분쟁을 벌여 왔다. 신 회장이 지난해 2월 1심에 따라 법정 구속, 수감된 때 신 전 부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동생 신 회장의 이사직 해임을 요구하는 안건을 제출했다. 신 회장 역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자신에게 보낸 신 전 부회장의 화해편지 5통에 '진정성이 없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신 명예회장이 워낙 고령인 데다 지난 2010년부터 주기적으로 치매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정신이 온전할 때 두 형제가 화해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신 전 부회장의 측근인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디지털투데이에 "신 명예회장이 일전에 우리 형제의 화해를 원한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다툼을 끝내는 게 아버지에게 큰 효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이 둘은 각각 한 차례씩 신 명예회장의 병실을 찾았으며 서로 맞닥뜨리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일 저녁에 방문했으며 신 회장은 3일 오전 중 병문안을 마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 명예회장의 입원기간이 길어질 경우 자식들이 극적으로 의기투합해 아버지 건강문제를 논의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화해무드가 포착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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