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올해로 한국 나이 99세(백수·白壽)를 맞은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여생 동안 묵을 거처가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현 이그제큐티브타워)으로 결정된 가운데 이사 작업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복귀지 완공과는 별개로 세부 인테리어와 내부 환경평가 등을 재검 중이어서다. 이런 가운데 신 명예회장의 거주지 유지와 이전을 두고 신동빈 롯데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상호 입장차를 좀처럽 좁히지 못하는 모양새다. 겉보기엔 법의 중재로 갈등이 해결된 듯 하지만 형제간 속내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5일 롯데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께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레지던스 49층에 입주해 생활 중인 신 명예회장의 소공동 복귀가 늦어지고 있다. 종전 예정됐던 이사 시점은 지난달 말이나 이달 초였으나, 이달 말 정도로 한달 가까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의 신 명예회장이 잦은 거주지 이전으로 수면 장애와 정신적 피로 등 부작용을 호소할 것을 우려해 가능한 한 최적의 내부 거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단 결정에서다. 롯데 측 관계자는 "롯데호텔 신관 공사는 끝났으나 신 명예회장님이 오래 묵을 곳이니 환경적인 내·외부요인과 스크린 등 세부 인테리어 요소들을 추가 점검 중이다"면서 "이달 말께 이사할 것으로 예상 중이나 확답할 순 없다"고 했다.

롯데호텔앤리조트. (사진=신민경 기자)
롯데호텔앤리조트. (사진=신민경 기자)

소공동 거주지에 대한 내부 점검의 주체는 신 명예회장의 한정후견인으로 지정된 사단법인 '선'이다. '선'은 법무법인 '원'의 공익법인으로 지난 2016년 서울가정법원에 의해 신 명예회장의 후견인으로 선임된 바 있다. 때문에 '선'은 현재까지 신 명예회장의 거주와 생활, 자금관리 등을 두루 관할하고 있다.

새 거주지인 소공동 소재 롯데호텔 신관 34층은 신 명예회장이 지난 1990년대부터 약 30년간 집무실과 거처로 삼아온 곳이기도 하다. 앞선 2017년 7월 롯데호텔이 노후한 신관 구내에 대한 전면 개보수 작업을 단행하면서 형제간 신 명예회장의 거처 이전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김성우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가 양측에서 제시한 장소의 실사를 끝낸 뒤 최종적으로 롯데월드타워로 거주지를 옮기라고 명령한 끝에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 측은 "이같은 이전 조치엔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리모델링 완공 뒤 다시 본래 장소로 옮겨야 한다'는 단서가 달렸었다"며 신 명예회장의 소공동 복귀를 주장해 왔다. 이에 가정법원은 앞선 결정을 번복할 특별한 사유가 없단 점에서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11월 신 명예회장의 복귀 조치를 명령한 것이다. 

백수 아버지의 거처 문제를 놓고도 양극단의 선택지를 갖고 격돌한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불화는 지난해 가정법원 결정에 따라 표면적으론 봉합된 듯하다. 하지만 강제력을 가진 제3자의 주재로 일이 종결된 만큼, 당사자인 형제 간 의견 절충은 여전히 공전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신 명예회장 거처의 현상유지를 주장했던 신 회장 측은 고령 신 명예회장의 육체적 건강과 심리적 안정을 주요하게 언급해왔다. 롯데호텔 집무실과 비슷하게 꾸며놓은 롯데월드타워 내 새 공간에 잘 적응한 신 명예회장이 괜한 이동으로 건강 상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롯데의 한 관계자는 "본인과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 등 가족들도 잠실 생활에 만족을 표했으며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후견인이 가정법원에 소견서까지 냈으나 이전 조치 결정이 났다"며 "애꿎은 마찰을 피하고자 한 법원의 결정은 이해하나 신 전 부회장 이외에 아무도 소공동 이전을 원하지 않는단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한편 신 전 부회장 측은 정 반대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의 입장을 대변하는 SDJ코퍼레이션 측 관계자는 디지털투데이에 "한정 후견인 신청 대목에 일년에 한 두번 꼴로 신 명예회장을 찾는 여동생 신정숙씨가 언급되는 것과 이 신청 대리인이 신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김앤장인 것 등 한정 후견인 신청·결정 과정도 석연치 않다"며 "법원 결정에 소공동쪽 완공 뒤 신 명예회장을 모셔온단 얘기가 있었는데 태도를 바꾼 게 이해 안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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