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장애인, 성소수자, 미디어 스타트업. 언뜻보면 공통점이 보이지 않지만 이들은 '유튜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선 닮았다.

유튜브는 23일 강남 소재의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크리에이터와의 대화를 열고, 유튜브 채널 '굴러라 구르님' '수낫수' '닷페이스'의 운영자들을 초대했다.

굴러라 구르님 유튜브 채널 갈무리
굴러라 구르님 유튜브 채널 갈무리

먼저 굴러라 구르님은 여고생 김지우 양이 한국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일상을 공유하는 채널이다. 그는 유튜브에 휠체어로 꾸미기, 장애인으로서 겪는 차별, 소수자의 인권 등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구름님은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을 보려면 후원 방송이나 눈물을 빼는 슬픈 류의 소재만 나온다. 나도 장애인인데, 이렇게 평범하게 잘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도 그는 돌연 "사실 유튜브를 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내가 장애인이다보니 장애에 대한 것이 나오기 마련"이라고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구름님은 초창기엔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고 몰래 채널을 운영했다고 한다. 인기가 많아지고 자신감도 생긴 지금은 가족과 친구들의 '특별출연'을 비롯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비장애인인 구름님의 부모님은 "너(장애인의 삶)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유튜브 영상을 통해) 너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응원과 채널 홍보에 열심이라고 전했다.

구름님은 유튜브 전과 후의 변화에 대해서도 말했다. 본인부터가 "시선이 쏠리면 공황오고 히스테리 많이 부렸었는데 이젠 그냥 내가 이쁜가 보다, 넘기기도 하고 누가 먼저 눈을 피하나 눈싸움을 걸기도 한다"며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긍정적으로 자기표현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구름님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다니고 있다. 비장애인인 친구가 한번은 "내가 가봤는데 오르막이나 계단도 없고 차도 별로 안 다녀. 너랑 같이 놀러가면 재밌을 것 같아"라고 구름님에게 말했다. 구름님은 "'이 친구가 나와 인연을 맺기 전엔 이런게 눈에 보였을까'싶었다"며 "나 자신을 계속 보여주면 장애인도 역시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낫수 유튜브 채널 갈무리
수낫수 유튜브 채널 갈무리

수낫수는 퀴어 유튜버 '수'의 채널이다. 퀴어는 레즈비언 및 게이, 트랜스젠더와 같이 성소수자를 일컫는 말이다. 수는 함께 공감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성 정체성/성적 지향에 관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연애, 커밍아웃, 퀴어축제 등 성소수자로서의 일상과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낼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들이 함께 질문에 답하는 콘텐츠, 커밍아웃 리액션 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그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인들이 느끼던 혐오감이었다. 수는 "주변 사람들이 성소수자들에 대해 '정신병 아니야?' '그냥 싫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혐오를 하는데 그 이유조차 모르는구나 생각했다. 그 편견을 걷어내고 알게해주자"는 생각에서 영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수는 유튜버로 활동하던 와중 본인도 커밍아웃(성소수자임을 밝히는 것)을 했다. 수는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상태서 영상을 만들다 보니 그들 뒤에 숨어, 그들을 방패 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보다 내 목소리를 많이 내기 위해 유튜브를 통해 커밍아웃을 했다"고 말했다.

수는 향후에도 웹드라마, 단편 영화 등 쉬운 영상을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닷페이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닷페이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닷페이스는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의 유튜브 채널이다. ‘새로운 상식을 만드는 미디어’라는 슬로건 아래 기존 미디어와 다른 시각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겪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다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인권, 성매매 문제 등의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편집한 콘텐츠를 시리즈물로 업로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성년자 성매매를 고발하는 시리즈 콘텐츠 ‘H.I.M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조소담 대표는 포브스 선정 ‘2017 아시아의 30세 이하의 영향력 있는 여성 리더’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며,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닷페이스가 페이스북에서 활발한 활동을 했다면, 올해엔 보다 유튜브에 집중할 계획이다. 

조소담 대표는 유튜브의 강점으로 영상 콘텐츠를 아카이빙하고 소통하는데 최적화됐다는 점을 꼽았다. 조 대표에 따르면 "설문조사나 의견을 구할 때 가장 빠르고 많은 답변 오는 것이 유튜브 채널"이다. 조 대표는 특히 유튜브의 '최초 공개 기능'을 잘 사용한다고 전했다.

'유튜브 최초 공개'는 영화나 TV 프로그램 시사회처럼 시청자가 함께 새 동영상을 시청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능이다. 동영상 업로드 일정을 세우고 공유 가능한 보기 페이지로 동영상을 입소문 낼 수 있다. 오랫동안 공들여 제작한 콘텐츠의 경우 이 기능을 이용한다는 설명이다. 

조소담 대표는 "우리의 타겟층은 우리와 동세대다. 내 주변 3m 이내에서 발견한 문제에 대해 영상을 만든다"며 "변화가 필요한 지점에서 가장 크게, 매력적인 목소리를 내는 분들을 취재하고, 또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대화. 왼쪽부터 구르님, 수낫수, 닷페이스 운영자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대화. 왼쪽부터 구르님, 수낫수, 닷페이스 운영자

한편 유튜브 내 혐오 표현에 대해서도 이들은 규제보단 유튜브의 자정능력과 이용자들의 인식 개선을 강조했다.

구름님은 "유튜브에서 혐오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들은 어차피 다른 플랫폼에서도 같은 콘텐츠를 올릴 것"이라며 "(본인은) '이 유튜브 영상은 보지 않기'와 같은 기능을 사용해 자체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낫수의 경우에도 "악플이 달리면 그 사람은 아예 내 채널에 댓글을 못 달도록 처리하고, 신고한다"고 전했다.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도 "유행처럼 생기는 자극적 콘텐츠가 규제로 없어질 수 있을까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규제 대상은 우리도 해당될 수 있다. 가이드가 완벽히 공정할 순 없다"며 "이용자들이 신고를 하거나, 싫어요 등 많은 기능 등을 잘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플랫폼 내 자정작용으로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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