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인수를 확정지었다. '구독경제 모델', 'IT기술과의 결합' 등 넷마블의 거창한 포부와는 달리 이종산업간의 시너지에 거는 시장의 기대는 낮은 편이다. 다만 단기적으론 낮은 영업이익률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지난 27일 넷마블은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가격은 1조7400억원 대다. 넷마블과 웅진그룹은 30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 넷마블은 SPA 체결 직후 계약금 10%를 우선 지급하고 잔금은 2월 중순 경 치를 예정이다. 3분기 기준 넷마블의 유동자산은 2조7000억원 수준으로 자금력은 충분한 상태다.
넷마블은 "향후 ‘실물 구독경제’ 모델이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렌탈 모델은 향후 IT기술과의 결합에 따른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인수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넷마블이 제시한 청사진은 스마트홈이다. 스마트홈은 IoT 기술을 기반으로 집안의 가정용 기기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지능형 서비스다. 전세계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2023년 1920억달러(6개년 CAGR 43%)로 고성장이 전망되는 분야다. 코웨이가 보유한 모든 디바이스에 넷마블이 게임 사업에서 확보한 유저 빅데이터 분석 및 운영 노하우를 접목한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글로벌 스마트홈 비즈니스로의 전환에 유리한 기반을 확보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거창한 포부와는 달리 업계 반응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넷마블이 2040 남성층인 반면, 스마트홈은 가족단위의 가구다. 아울러 게임과 이종산업간의 시너지도 물음표다. 넥슨 지주사인 NXC만 해도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 유럽 암호화폐거래소 '비트스탬프', 브릭 마켓 및 커뮤니티 '브릭링크' 등 비(非) 게임 기업을 소유한 바 있으나, 눈에 띄는 행보는 보이지 않았다. '소호임팩트'란 별도 사회공헌 재단을 미국에 만들고 글로벌 브릭 기부 활동을 전개하긴 했으나, 11월 말 브릭링크는 레고 그룹에 매각됐다. 키즈 콘텐츠 발굴에 박차를 가하던 넥슨과의 시너지가 기대되기도 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것이다.
다만 이번 인수는 넷마블에게 안정적인 현금창출력 역할은 할 것이란 분석이다. 넷마블의 영업이익률은 국내 빅3 중 가장 낮다. 지난 3분기 넷마블의 매출은 6000억원대로, 넥슨(5817억), 엔씨소프트(3948억)에 비해 가장 높으나, 영업이익은 844억으로 현저히 떨어진다. 실적 반등에 성공했던 3분기에도 영업이익률은 13% 정도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엔 각각 7%, 6%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이는 모바일 게임 수수료와 지식재산권(IP) 로열티 등이 높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은 발생 매출의 30%가 플랫폼 사에게 가고 넷마블에서 비중이 높은 ▲리니지2 레볼루션 ▲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일곱개의대죄 ▲마블 퓨처파이트 모두가 자체 IP가 아니다.
하지만 웅진코웨이의 2020년 예상 순이익은 4221억원으로 25.08%의 지분율을 적용하면 넷마블에 기여하는 순이익은 1059억에 달한다.
2011년 6월 넷마블 경영에 복귀한 방준혁 의장은 적자에 허덕이던 당시 CJ넷마블의 DNA를 모바일게임사로 전환했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고, 모바일 게임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흐름을 정확히 캐치한 것.
2015년 엔씨소프트와의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도 신의 한 수였다. 당시 넷마블게임즈는 엔씨소프트와 3,000억 규모의 상호 지분투자를 진행, 엔씨소프트 온라인게임 IP를 사용해 모바일게임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하는 협약을 맺었다. 그렇게 탄생한 '리니지2레볼루션'은 출시 1년8개월만에 13억달러(약 1조46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금까지도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도 마찬가지다.
현재 넷마블은 현재 매출 2조원이 넘는 국내 대표 게임사로 성장했다. 이번 인수로 인해 내년 5조클럽 가입도 앞두고 있다.
안정적인 회사 운영을 바탕으로, 웰메이드 게임 개발 및 양질의 개발사를 인수합병하는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2018년, 넷마블은 빅히트에 2000억원 투자와 함께 'BTS월드'라는 이종 문화 융합 게임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지스타2019에서도 방 의장이 강조한 것이 '융합'을 통한 '웰메이드 게임'이었다. 그는 "PC게임 시절에도 MMORPG 게임이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는데, 모바일게임도 마찬가지"라며 "이제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야하고 융합도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방준혁 의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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