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게임업계는 2019년 어느 때보다도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다. 정초부터 업계를 충격에 빠뜨린 넥슨 매각부터 중국 판호 사태, 게임 이용 장애 분류 등 이슈의 연속이었다. 긍정적인 소식도 있었다. 16년만에 성인 PC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가 폐지됐으며 셧다운제의 단계적 완화가 예고되기도 했다. 게임별로는 올해 최대 화두였던 엔씨소프트 ‘리니지2M’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돌풍을 일으켰다. 게임업계의 요모조모를 되돌아본다.

 

◆ '넥슨 매각설'로 정초부터 업계 '깜짝'

1월 3일 정초부터 넥슨의 창업자이자 NXC의 최대 주주인 김정주 대표가 본인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98.64%) 매각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렸다. 일본 넥슨법인의 시가총액은 1조2600억엔 이상으로, 한화로 환산했을 땐 약 13조원에 달했다. 

세 차례나 연기됐던 매각 본입찰에는 카카오, 넷마블을 비롯해 국내외 사모펀드 3곳 등 총 5개 업체가 참여했다. 강력한 후보자로 꼽혔던 텐센트는 본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김정주 대표가 넥슨의 지향점으로 생각했던 디즈니도 마찬가지. 결국 7월 NXC는 스스로 매각을 중단했다. 업계는 넥슨의 미래 가치 대비 과도하게 평가된 기업 가치를 매각 불발의 원인으로 설명했다.

매각 무산 이후 현재 넥슨은 분위기 쇄신을 위한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넥슨이 14년째 참여해 온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에도 불참을 선언했다. 이후 원더홀딩스에 3500억원을 투자하며 허민 대표를 외부 고문으로 영입했다. 지금까지도 넥슨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던전앤파이터'의 아버지로 잘 알려진 허민 고문은 전반적인 게임 개발에 참여한다. 이후 내부 리뷰를 통해 개발 중인 프로젝트는 물론, 이미 '데이브', '드래곤하운드' 등 출시를 예고한 게임들, '히트', 'MOE'(마스터 오브 이터니티), '니드포스피드엣지', '야생의 땅: 듀랑고' 등 서비스 중인 게임들까지 종료하며 조직개편에 나선 상태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스마일게이트지회(일명 'SG길드')는 20일 점심시간, 스마일게이트 캠퍼스 앞에서 그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날 농성에는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 IT업계 노조들이 연대하며 주최 측 추산 300여명이 참석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스마일게이트지회(일명 'SG길드')는 20일 점심시간, 스마일게이트 캠퍼스 앞에서 그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날 농성에는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 IT업계 노조들이 연대하며 주최 측 추산 300여명이 참석했다.

◆게임 노조 활동 본격화...포괄임금제도 속속 폐지

넥슨 내부는 물론, 업계 전체를 뒤숭숭하게 만들었던 소식에 게임 노조는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18년 9월 넥슨 노조(이른바 '스타팅포인트')와 스마일게이트 노조(SG리그)가 사흘 간격으로 출범한 후 2019년 들어 본격적인 집회와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네이버(공동성명)와 카카오(크루 유니언) 등 IT 노조 또한 힘을 보태며, 업계 노동환경에 대한 변화의 물결이 급물살을 탔다.

특히 업계 숙원인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게임사가 속속 나왔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근로 등 시간외근로 등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 지급하는 것으로, 노동시간이 일정치 않거나 초과근무가 수시로 발생하는 직종의 경우 편의상 적용한다. 게임 업계서는 포괄임금제가 근무시간이 길어지는 원인이자, 이른바 ‘공짜 야근’ 논란을 부르는 요인으로 폐지를 주장해 왔다.

작년 펄어비스, 웹젠, 위메이드 계열사는 사측에서 선도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바 있다. 올해엔 넥슨 자회사인 네오플과 넥슨이 8월부터, 엔씨소프트·넷마블·스마일게이트가 10월부터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성인 게임 결제한도 폐지-애플 앱스토어에 '청불 게임' 등장

규제 완화로 꽤나 훈훈한 분위기도 감돌았다. 올해 6월 홍남기 경제부총가 성인의 PC 온라인게임 월 결제한도 폐지와 셧다운제의 단계적 완화 소식을 전한 것이다. 6월 27일 웹보드 게임을 제외한 성인 PC 온라인게임 월 50만 원 결제 한도가 폐지됐다. 

8월 말부턴 애플 앱스토어에서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 유통이 시작되며, 웹보드 게임 또한 웃었다. 청불 등급의 게임물을 제공하지 않던 애플이 게임물관리위원회와 자체등급분류사업자 등급분류기준 협약을 맺으면서다. 맞고나 포커 등 웹보드게임 사업자들은 빠르게 애플 앱스토어 진출에 나섰다. 이슈 몰이에 성공하며 구글플레이에서도 10위권 내로, 꽤나 높은 매출 순위를 보였다.

아울러 완전한 '주 52시간제' 도입도 유예됐다. 작년 7월 1일부터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연장․휴일근로 포함 1주 최대 52시간 실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운송‧보건업 등 특례업종이 아닌 300인 이상의 기업은 이미 개정 근로기준법에 적용받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50~300인 미만의 기업은 2020년부터, 5~50인 미만 기업은 2021년 7월부터 시행됐어야 했다. 그러나 50인~299인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시행에 앞서 정부가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비(非)통상적인 업무량 급증에도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수출길'은 여전히 꽉 막혀

올해 4월 중국 정부가 해외 게임에 판호 발급을 재개했으나, 국산 게임은 현재까지 단 하나의 신규 판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결정 이후 3년이 넘게 중국 수출길이 막힌 것이다. 

기대감이 떨어지며 중국 게임 전시회 '차이나조이'의 올해 행사에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를 포함한 국내 주요 게임사 대부분이 불참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한국공동관도 개설되지 않았다. 

텐센트가 개발했다는 '화평정영(和平精英)'의 경우 국내 게임사인 펍지주식회사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세부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보이며, 그밖에 중소게임사들 또한 IP(지식재산권) 라이선스를 넘기는 등 우회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아울러 중국 정부가 전반적으로 청소년에 대한 게임 규제를 강화해 나가면서 중국에 기진출한 게임사업자들의 매출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국정부가 2020년 2월부터 18세 미만 게임 이용자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한 셧 다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으며, 월 게임 결제한도도 설정될 조짐이다. 텐센트 또한 청소년 게임시간 등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 5월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식 출범했다.
지난 5월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식 출범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 논란 계속

게임 이용에 대한 규제는 국내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 5월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WHO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 장애(gaming disorer)'가 포함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게임 장애는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게임 행위의 패턴'으로 정의된다.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 현상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현상 등이 최소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정신질환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라는 분류 체계가 있으며, 이는 통계법에 근거해 5년마다 개정한다. 다음 KCD 개정 시기는 오는 2020년이고, WHO의 ICD-11 개정안의 권고는 2022년 1월 발효이므로 게임장애 질병분류 국내 도입은 빨라야 2025년(2026년 시행)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게임산업계, 의료계, 교육계 등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정부는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국내도입 문제 관련 민·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의견 수렴에 나선다.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등재의 과학적 근거 분석 ▲게임이용 장애 국내 실태조사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분석 등이 수반될 예정이며, 과학적 근거 분석과 파급효과 분석은 약 1년, 실태조사는 약 2년에 걸쳐 추진된다.

 

◆ 엔씨소프트 흥행 돌풍...'리니지 형제', 그리고 크로스플레이

11월 27일 출시된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MMORPG '리니지2M'은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냈다. 출시 4일 만에 '리니지M'을 누르는 기염을 올리기도 했다. 리니지M은 그동안 수성해온 왕좌를 2년 5개월 만에 빼앗긴 것이다. 출시 한 달을 앞두고 순항하면서, 이베스트 증권은 리니지2M의 일매출을 20억원에서 33억원으로 상향하기도 했다.

물론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형제 싸움은 엔씨소프트에겐 잃을 것이 없는 꽃놀이패다. 우려가 많았던 자기잠식효과(카니발라이제이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리니지2M' 출시 후 '리니지M' 사용자 감소는 없었다. 총 사용시간 또한 '리니지2M' 출시 전후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리니지 M'은 신규 클래스 '신성검사', 신규 에피소드 '더 샤이닝' 등 컨텐츠 업데이트 효과에 힘입어 일평균 매출은 오히려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리니지 형제로 하루에 50~60억원 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리니지2M과 함께 '퍼플(PURPLE)'의 등장도 눈길을 끌었다. 퍼플은 크로스 플레이(Cross Play) 플랫폼으로, 모바일 게임인 리니지2M을 PC에서 최적화했다. 모바일 최고 수준의 4K UHD(Ultra-HD)급 풀(FULL) 3D 그래픽을 구현했으나, 퍼플에선 그보다 높은 등급의 4K급(3840x2160) 해상도를 경험할 수 있다. 시야거리 또한 최대 200%까지 늘릴 수 있다. 아울러 채팅 및 혈맹원들의 상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퍼플을 시작으로, 넥슨 'V4'와 미호요 '붕괴3rd' 등도 크로스 플레이 지원에 나선 상태다. 모바일 게임은 디바이스의 수준에 따라 그래픽이나 지연시간 등 기술적인 한계가 존재했다. 크로스 플레이가 지원되면서, 모바일 게임에서 느꼈던 갈증이 보다 해소될 전망이다.

 

◆플랫폼 경계가 무너진다...스트리밍ㆍ클라우드 게이밍 '눈길'

크로스플레이를 넘어, 플랫폼 자체의 경계도 희미해졌다. 올해 첫발을 뗀 스트리밍 게임이 그 주인공이다. 게임 스트리밍은 고성능 GPU를 갖춘 클라우드 서버로 게임을 실행하면서 그 영상과 사운드를 이용자 단말에 실시간 스트리밍하는 것을 말한다. 실현만 된다면 저사양 PC와 모바일 단말로 언제 어디서든 고사양 콘솔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가장 먼저 구글이 '스태디아'로 스트리밍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유튜브(YouTube)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게임이 있다면 바로 플레이할 수 있는 기능도 돋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클라우드(xCloud) 또한 현세대 모델인 Xbox One보다 약 4배 향상된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고, 역시 내년 중 출시 예정이다. 향후 PC와 iOS로의 플랫폼 확대도 전망된다. 한국, 미국, 영국 등 일부 시장의 Xbox 및 안드로이드 이용자를 대상으로 지난 10월부터 프리뷰 버전 테스트가 시작된 상태다. 그외 엔비디아 지포스 나우,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나우, EA 프로젝트 아틀라스(Project Atlas), 텐센트 스타트(Start) 등도 관련 서비스를 개발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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