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최근 로버트 밥 스완 인텔 CEO가 CPU 시장에서 90%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없애려고(Destroy)'한다고 밝혀 인텔이 더이상 CPU 시장의 리더십에만 연연하지는 않겠다는 신호로 풀이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더 이상 CPU 시장에서의 리더십에 연연하지 않고, 종합 반도체 업체(IDM)로 리더십에 더욱 중점을 두기로 했다. 최근 열린 크레디트스위스의 기술 컨퍼런스에서 인텔 밥 스완 CEO는 인텔을 CPU를 넘어서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늦어진 공정 미세화로 CPU 시장에서 AMD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AMD의 제품을 생산하는 대만 TSMC의 파운드리 기술이 5nm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어, 현재 7nm 공정으로 생산되는 AMD CPU의 성능이 더욱 좋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인텔은 x86 CPU 시장에서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었다. 올해 들어서 AMD가 강력한 도전자로 부상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아직도 CPU 시장에서 인텔이 리더십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공급부족으로 인텔 CPU의 가격이 오르고, AMD CPU의 성능이 인텔에 더 이상 밀리지 않게 되면서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이 AMD로 옮겨갔다.

인텔 본사(사진=양대규 기자)
인텔 본사(사진=양대규 기자)

 

밥 스완 CEO는 "앞으로 4년간 실리콘 시장에 30%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이라며 "고객 성공에 있어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은 CPU뿐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GPU, 인공지능(AI),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등이 새로운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PGA 회사인 알테라를 비롯해, 너바나, 모비디우스 등의 AI 기업들과 합병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밥 스완의 이번 발언이 차세대 CPU 생산의 실패에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해석도 있다. 2014년 14nm CPU '5세대 브로드웰'을 처음 선보인 인텔은 이후 약 5년간 10nm로 공정 전환을 하지 못했다. 6세대 이후 14+, 14++ 공정이라며 7~10세대까지 다양한 아키텍처를 선보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성능의 큰 변화가 없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최근에서야 10nm 공정 전환을 이뤘지만, 현재 10nm 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제품은 노트북용 프로세서로 아직도 대부분의 생산은 14nm 또는 이전의 22nm 생산에 머물러있는 상황이다.

반면, AMD는 리사 수 박사가 대표로 취임한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인 적자 또는 낮은 수익을 기록하던 AMD는 인텔의 '실수'와 자사 CPU 성능의 향상에 힘입어 급성장을 보이고 있다.

 

인텔의 '공급부족'·'보안이슈'로 AMD 급성장

인텔의 '실수'는 바로 공정전환의 실패로 인한 '공급부족'과 'CPU 보안 사태' 두 가지다. 인텔 CPU에서 발생한 설계상의 심각한 오류로 보안 패치를 진행하면 인텔 CPU의 성능이 5~30%까지 하락했다. 멜트다운과 스펙터로 불린 CPU 보안사태 이후, 인텔은 공정 전환의 실패로 인한 '공급부족'이라는 악재가 겹쳤다. 지난해 인텔은 10nm로의 미세화 공정 전환에 실패하며, 14nm CPU의 공급에도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는 CPU 시장뿐만 아니라, DRAM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인텔은 지난해 14nm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15억 달러(약 1조 8000억 원)를 추가 투자했지만, CPU 공급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올해까지는 인텔의 공급부족이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인텔의 잇따른 악재에 소비자들과 고객사들의 눈은 AMD로 향하기 시작했다. AMD는 2017년 라이젠을 시장에 공개하면서 인텔의 CPU에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성능을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AMD는 2017년 3분기 10.9% 점유율에서 지난해 4분기 15.8%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올해 AMD는 TSMC의 7nm 공정을 기반으로 한 프로세서를 발표하며, 14nm에 머물러있는 인텔을 기술적으로 훨씬 앞지르게 됐다.

3세대 라이젠을 소개하는 AMD 리사 수 박사(사진=AMD)
3세대 라이젠을 소개하는 AMD 리사 수 박사(사진=AMD)

올해 초 열린 CES 2019 기조연설에서 AMD의 CEO 리사 수는 “몇 년 전, AMD는 고성능 컴퓨팅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큰 도전을 시작했으며, 2019년은 AMD가 개발해 온 새로운 제품군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7nm 공정 기반의 라데온 그래픽 카드부터 차세대 AMD 7nm 공정 기반 라이젠 및 에픽 프로세서까지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AMD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올라가고 있다. 얼마 전 블랙프라이데이 등 미국의 연휴기간 동안 아마존에서 판매된 CPU 모델 상위 10개 중 9개가 AMD의 제품이었으며, 인텔은 단 하나의 제품만이 10위로 겨우 순위권에 진입했다.

노트북체크는 "AMD는 2017년 젠 마이크로 아키텍처를 도입하면서 CPU 시장을 완전히 변화시켰다"며, "AMD는 2세대 라이젠 CPU를 통해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인텔 경쟁업체보다 판매량을 앞질렀으며, 최근 일본 및 유럽 시장에서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AMD 5nm 도입 예정...인텔 7nm 도입 시기는?

최근 AMD가 TMSC의 5nm 제품 개발을 준비하고 있어, CPU 시장에서 성능 리더십을 AMD가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인텔은 자사의 CPU가 공정 미세화는 낮아도 아키텍처 기술 면에서는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지만 이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밥 스완은 크레디트스위스 기술 콘퍼런스에서 자사의 7nm 공정이 TSMC의 5nm 공정과 맞먹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인텔의 5nm 공정도 TSMC의 3nm 공정과 일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TSMC 5nm 파운드리의 수율이 50%를 넘어섰고 내년부터는 양산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AMD가 TSMC의 5nm 고객 중 화웨이나 퀄컴 등보다 후순위에 있지만, 2021년부터는 5nm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반면, 인텔은 7nm로 전환을 원하지만 기존 공장에서 새로운 프로세스 노드를 도입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생산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14nm 공정을 7nm 공정으로 바꾸려면 어느 시점에 라인을 꺼야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지난해 인텔은 14nm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10nm 공정 전환을 진행하며, 병목 현상을 일으킨 바 있다.

홀트하우스 인텔 부사장은 “추가된 용량으로 올 상반기 대비 하반기 PC CPU 공급량을 두 자릿수로 늘릴 수 있었다”며, “그러나 2019년 지속적인 시장 성장은 우리의 노력을 능가했고 제삼자 전망치를 넘어섰다. 제한된 재고 버퍼로 운영되고 있는 PC 사업에서 공급은 여전히 매우 빠듯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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