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지난해 ‘인텔 CPU 공급부족 사태’로 올 한해 주춤했던 메모리 시장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텔의 CPU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 이어 1년만에 또 공급부족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인텔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TSMC 등 파운드리에 제품을 위탁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텔은 CPU 외의 다른 제품을 파운드리에 위탁 생산 함으로 자사의 CPU 생산 규모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텔 CPU가 또다시 공급부족 현상을 보이며 메모리 반도체 회복이 일부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일 인텔 영업,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그룹 총괄 부사장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는 “최근의 PC CPU 선적 지연이 당신의 사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며, 당신의 지속적인 협력에 감사하고 싶다”며,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이 도전(공급 개선)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고객과 파트너에게 서한을 보냈다

홀트하우스 부사장은 “우리는 지속적인 수요에 대응하여 올해 14nm 웨이퍼 용량을 늘리는 동시에 10nm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인텔의 자체 제조 능력을 확대하는 것 외에도, 우리는 인텔의 차별화된 제조를 통해 더 많은 인텔 CPU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파운드리 사용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 코리아 관계자는 홀트하우스 부사장의 서한에 대해 “인텔의 CPU를 파운드리에 맡기는 것은 아니다”며, “CPU 외에 다른 제품을 위탁 생산해, 인텔 팹에서 CPU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인텔 본사(사진=양대규 기자)
인텔 본사(사진=양대규 기자)

인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14nm 제품 위탁...CPU는 아니야 

앞서 지난 6월 인텔이 삼성전자에 14nm 공정 제품 양산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인텔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위탁에 인텔의 CPU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라며, 인텔의 핵심 14나노 CPU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기기보다는 칩셋 등 보다 단순한 제품의 양산을 맡길 것으로 봤다.

당시 톰스 하드웨어는 “우리 소식통에 따르면, 인텔과 삼성전자는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이번 협상은 아웃소싱이 훨씬 쉬운 단순한 디자인, 칩셋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은 인텔이 14nm 생산능력 부족으로 지난해 칩셋용 22nm 노드로 복귀한 것을 감안하면 일리가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프로세서당 칩셋을 1개씩 생산하기 때문에 소형 칩은 회사의 웨이퍼 생산량과 포장 및 테스트 용량의 상당 부분을 소비한다. 이에 칩셋의 생산량을 삼성에 위탁하며, 인텔은 자체 생산능력을 고수익 제품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인텔은 자사의 일부 제품을 TSMC 파운드리를 통해 제조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TSMC와의 세부 협정은 알려진 것이 없지만, 인텔은 오랫동안 파운드리에 위탁한 것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실제 인텔은 지난 2017년 12월 “인텔 자체 제조 능력을 확대하는 것 외에, 비즈니스에 합당한 특정 기술에 대해 선택적 파운드리 사용을 계속할 것"이라며, 지난 20년간 인텔은 관행적으로 파운드리에 일부 제품 생산을 위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인텔은 아톰 CPU나 칩셋을 TSMC에 위탁하기로 계약을 했지만, 그 당시에도 메인 CPU 라인은 맡기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인텔이 자사의 CPU를 타사에 위탁하면, 민감한 설계 IP가 경쟁사에 노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최근 프로세서 쪽으로도 투자를 확대하며, 인텔과는 경쟁 관계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인텔이 일부 공정을 파운드리를 통해 위탁 생산을 해도 인텔의 CPU 공급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디지타임즈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하며, “인텔의 CPU 부족은 2020년 1분기에도 PC 업계를 괴롭힐 것으로 예상되며, 심지어 2분기에도 지속될 수 있어 내년 PC 업스트림 공급망에서 SSD에 대한 수요를 저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사진=삼성전자)

인텔의 'CPU 공급부족' 현재 진행형

인텔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데이터 센터와 슈퍼컴퓨터 등 프로세서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고객들의 CPU와 칩셋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인텔은 미국 오리건과 애리조나, 아일랜드, 이스라엘 등에 있는 제조공장에 15억 달러(약 1조 7400억 원)를 투자해 생산량을 끌어올리며, CPU 공급 부족 현상이 상반기에 해소될 것으로 추측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텔의 CPU 공급부족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업계는 최근 인텔의 공급부족으로 정상적인 회복은 내년 상반기로 보고 있다. 인텔이 최근 10nm 공정의 새로운 프로세서를 양산하며 일부 공급부족을 해결한 듯 보이지만, 절대적으로 많은 수치의 14nm 공정에서는 공급부족 문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밥 스완 인텔 CEO는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진행한 컨퍼런스 콜에서 "우리의 공급 부족 문제는 관련 생태계에 큰 지장을 줬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해 고객 성장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며, CPU 공급 부족 문제가 올해 3분기 말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텔은 7nm로 전환을 원하지만, 기존 공장에서 새로운 프로세스 노드를 도입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지속적인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14nm 공정을 7nm 공정으로 바꾸려면 어느 시점에 라인을 꺼야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14nm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은데, 10nm 공정의 긴 지연은 인텔의 시설에 병목 현상을 일으켰다.

지난 21일(현지 시각) 구루3D는 “인텔이 고객과 파트너사에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9년 4분기에도 자체 프로세서 제공 문제가 지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보도했다.

홀트하우스 인텔 부사장은 “추가된 용량으로 올 상반기 대비 하반기 PC CPU 공급량을 두 자릿수로 늘릴 수 있었다”며, “그러나 2019년 지속적인 시장 성장은 우리의 노력을 능가했고 제삼자 전망치를 넘어섰다. 제한된 재고 버퍼로 운영되고 있는 PC 사업에서 공급은 여전히 매우 빠듯하다”고 설명했다.

인텔의 CPU 시장을 추격하고 있는 AMD(사진=AMD)
인텔의 CPU 시장을 추격하고 있는 AMD(사진=AMD)

공급부족 원인은 'PC 수요 강세'...SSD 수요 둔화될 것

노트북 등 PC의 수요가 예상치보다 늘었다는 것이다. 디지타임 리서치의 통계에 따르면, 10월 세계 5대 노트북 브랜드의 출하량은 전년 동월 대비 8% 증가해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IDC 권상준 이사는 “윈도우 7 지원 종료에 대해선 작년부터 이미 기업별로 연간계획이 세워진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2분기까지도 인텔의 CPU 공급난이 크게 개선되지 않아, 3분기까지 교체 시기가 넘어온 것으로 보이며 향후 4분기까지 PC 출하량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최근 인텔의 CPU 공급부족으로 증가했던 PC의 수요가 주춤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AMD가 인텔의 대안으로 최근 크게 부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인텔의 수요를 따라가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당초 하반기 PC 수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PC 출하량은 상반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PC 제품의 SSD 보급률도 소비자 SSD 가격이 적정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하반기에는 55~60%까지 오를 전망이었다. 하지만 인텔 CPU 부족이 PC 출하 모멘텀을 약화시켜 SSD에 대한 수요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올 4분기에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텔의 공급 부족 외에도, 4분기에는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리 PC를 구매하며 수요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양대규 기자)
(이미지=양대규 기자)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인텔의 CPU 공급부족이 반도체 시장에 지난해만큼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AMD가 PC 시장에서 인텔과의 격차를 점차 좁히고 있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이미 한차례 위기를 겪으며 생산량을 조절했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바 메모리의 정전 사고로 인한 재고 감소도 내년 메모리 시장의 회복을 기대하게 된다.

하나금융투자 김경민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의 신호탄은 6월 도시바의 정전사고였다”며, “3개월 간의 낸드 생산 중단은 재고 소진과 공급 과잉 해소를 촉진했다. 이후 7월부터 낸드 계약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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