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매각 시도 이후 타임라인
넥슨 매각 시도 이후 타임라인

[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넥슨이 최근 2조원 가량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어느 회사가 넥슨과 결합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현재 확실한 것은 넥슨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콘텐츠 역량을 갖춘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베팅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지난해 회사 매각이 불발된 이후 글로벌  콘텐츠 회사로서의 도약을 새로운 승부수로 던진 것으로 보인다.

매각이 무산된 이후 넥슨의 행보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대담하게 베팅하는 쪽으로 빠르게 전환됐고,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거액을 투자하겠다는 발표로 이어졌다. 숨가쁜 변화로 요약되는 넥슨의 지난 1년과 향후 취할 행보에 대해 정리해봤다.

기: 넥슨 매각 시도

2019년 1월 3일, 넥슨 창업자이자 NXC 최대 주주인 김정주 대표가 본인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98.64%) 매각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정주 대표(67.49%)와 부인 유정현 NXC 감사(29.43%), 김 대표 개인회사인 와이즈키즈(1.72%)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골자다.

NXC는 넥슨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로, 넥슨 그룹은 일본 법인인 넥슨재팬→넥슨코리아→그밖의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한 넥슨 시가총액은 당시 1조26억엔, 한화로는 10조원이 넘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NXC 인수를 위해 사모펀드인 콜버스크래비스로버트(KKR),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 그리고 국내 게임사 넷마블과 카카오 등이 나섰다.

NXC가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 유럽 가상자산거래소 '비트스탬프', 브릭 마켓 및 커뮤니티 '브릭링크' 등 비(非) 게임 기업에 투자를 해온데 이어 1세대 게임사인 넥슨까지 매각하려 하자, 김정주 대표가 국내 게임산업에 흥미를 잃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승: 매각 지지부진하자 철회...내실 다지기에 집중

같은해 7월 9일, 김정주 NXC 대표는 매각주관사 모건스탠리를 통해 넥슨 본입찰에 참가한 후보기업에게 이메일을 보내, 매각 철회 의사를 전달했다. 

넥슨은 2018년 2조5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중국에서 인기를 계속하고 있는 '던전앤파이터'가 매출을 견인했다. 때문에 당시 넥슨의 몸값은 15조원에 달했는데, 입찰 참여 기업은 이에 못미치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과 오래된 PC게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데 반해, 대세로 자리잡은 모바일 시장에선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후 넥슨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게임 개발 및 서비스를 중단하고, 기존 IP를 최대한 활용하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8월 정상원 부사장이 총괄하는 띵소프트가 10년 가까이 진행해온 온라인게임 기대작 ‘페리아 연대기’가 중단됐고, 정 부사장 또한 넥슨을 떠났다. 그리고 9월, 넥슨은 원더홀딩스에 3500억원을 투자하고 던전앤파이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허민 대표를 외부 고문으로 초빙했다. 

11월엔 ▲데브캣스튜디오의 '드래곤하운드' ▲왓스튜디오의 '메이플 오딧세이' ▲왓스튜디오 DP('듀랑고' 관련 프로젝트) ▲넥슨레드의 '프로젝트M' ▲원스튜디오의 소규모 프로젝트 등도 중단했다. 손자회사인 넥슨레드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고, 자회사인 불리언게임즈의 흡수합병을 진행하는 등 내부 개편도 진행했다.

이 같은 변화 속에 긍정적인 시그널들은 다시 늘었다. 지난달 내놓은 모바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가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고, '피파 모바일', '던파 모바일'(중국) 등 유명 IP를 활용한 게임들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전: "1조8000억 투자하겠다"

내부 역량 강화에 집중해 온 넥슨에 다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올해 5월부터다. 자회사인 네오플로부터 1조5000억원 가량을 차입하며 '투자 목적'을 이유로 달았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강력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장사에 15억달러(1조 8378억여원)를 투자한다는 방침이 공식 발표됐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공시를 통해 "넥슨이 보유한 현금을 주요 엔터테인먼트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고, 훌륭한 경영진이 있는 기업에 투입할 계획"이라며 "훌륭한 IP를 가진 회사들과 향후 협업할 기회를 열어줄 장기적 관계를 구축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업체에 투자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몇몇 업계 관계자들은 "넥슨을 포함한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특히 북미와 유럽 등까지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봤을 때 그 시장에서 먹힐 만한 유명 IP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하고 있다.

현재 해외 시장의 성과만 놓고 보면 넥슨이 경쟁사에 앞서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는 북미 법인을 내고, 올해 콘솔 플랫폼을 겨냥한 리듬게임인 '퓨저'(FUSER)를 선보인다. 넷마블은 마블과의 파트너십을 이어가면서 방탄소년단(BTS) 관련 융합게임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의  경우 '크로스파이어' IP를 기반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가 제작 중이다. 

넥슨도 '메이플스토리' 등을 북미와 유럽 시장에 내놨지만 성과가 좋다 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스웨덴 개발사 '엠바크 스튜디오'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북미 시장에서 플레이퓨전, 픽셀베리 등 베테랑 개발자들이 만든 회사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오고 있지만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넥슨이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2015년 넥슨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출간한 책 '플레이'에서 언급된 김정주 창업자가 했던 발언들도 관심을 끌고 있다. 플레이에서 그는 디즈니의 정체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높게 평가했다.

"디즈니에 제일 부러운 건 디즈니는 아이들을 쥐어짜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스스로 돈을 싸 들고 와서 한참 줄서서 기다리며 디즈니의 콘텐츠들을 즐기잖아요.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디즈니한테 돈을 뜯기죠. 넥슨은 아직 멀었어요...제주도 NXC를 찾아오면 다들 왜 제주도에 카트라이더 테마파크를 안짓느냐고 그래요. 앞으로 20년쯤 더 지나서 더 많은 똘똘한 게임 IP가 더 있어야 하는거죠" '플레이'(김재훈, 신기주 지음, 2015년) 중 김정주 넥슨 창업자 인터뷰 발췌

엔터테인먼트 회사라는 투자 목표가 뚜렷해지면서 관련 업계에선 넥슨이 디즈니에 일부 지분투자를 하거나, 일본 스퀘어에닉스와 같은 유명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정주 대표는 넥슨을 한국의 디즈니로 만들고 싶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넥슨 매각 시도 때 디즈니에 직접 제안했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업계에서 나오는 가능성일 뿐이다. 최종 투자 대상이 어디일지는 여전히 베일속이다. 기승전을 거쳐 '결'을 앞둔 넥슨의 변신 스토리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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