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게임업계에서 '사상검증'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게임사의 과도한 페미니즘 선긋기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성 이용자층이 많은 게임의 특성상 페미니즘 사상을 띄는 제작진이 있을 경우 격렬한 항의와 함께 불매 운동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게임사들이 자체 사상검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상의 성 대결 구도가 심화되면서 게임 제작에 참여하는 인력을 둘러싼 페미니즘 사상검증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2일 '명일방주' 게임은 공식 카페를 통해 "사전예약 30만명 돌파 기념 축전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의 트위터 게시글 중 특정 사상에 동조하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확인됐다"며 "저희는 정치적·사상적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의 자세로 유저들에게 다가가려 한다. 향후 협력 인원 선정 시 사전 조사 과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아르카나 택틱스'를 운영하는 티키타가 스튜디오는 "자사는 일러스트 외주 전에 논란이 있었던 작가들은 만일을 대비해 가급적 피하고 섭외를 진행하려 노력하였으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이 된 점에 대해 사과한다"며 "조금이라도 문제의 여지가 있을 시 해당 일러스트를 전면 교체할 것"이라고 알렸다.
이들이 말하는 논란 및 특정 사상은 페미니즘 관련 이슈를 뜻한다.
트윗 하루만에 성우 교체..."넥슨이 현재 상황 만들어"
게입업계에서 사상검증 논란은 2016년부터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넥슨의 게임 '클로저스' 성우 교체가 시작이었다.
2016년 7월 18일 김자연 성우는 트위터에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은 인증사진을 올렸다. 김자연 씨는 게임 클로저스에서 업데이트 될 '티나'의 성우로, 모든 녹음 작업을 끝마친 상태였다. 관련 트윗이 알려지면서 클로저스 홈페이지에는 '환불 인증'과 함께 성우 교체를 요구하는 글이 빗발쳤다. 그리고 사건 발생 하루 만(19일)에 성우 교체가 발표됐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당시 김정주 NXC 회장이 진경준 게이트에 휘말리는 등 시끄럽자, 게임 쪽에서도 최대한 빨리 덮고 가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이후 넥슨도 못 버티는데 작은 기업이라고 되겠냐라는 생각이 퍼지면서 현재 상태로 고착됐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시프트업 '데스티니 차일드' ▲XD글로벌 '소녀전선' ▲테일즈샵 '섬광천사 리토나 리리셰' 등에서도 여성주의적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관계자의 작업물을 삭제, 배제하는 일들이 계속됐다.
"소비자의 권리 아닌 '갑질'...받아주는 기업이 더 문제"
일각에서는 구매력의 대부분이 남성에게 나오는 만큼, 게임사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에 노동계 관계자는 "현 행태는 소비자의 권리를 벗어난 행위로, '진상'이나 '갑질'에 더 가깝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를 받아주는 기업들이 더 문제"라며 "이른바 페미를 손절하고 나면 그 게임은 '떡상'(주가가 최고 상한가를 뜻하는 속어로, 여기선 인기나 매출이 급상승하는 것을 말함)을 한다고 한다. 게임사들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유착 관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타격이 있는 지도 불분명하다. 앞서 거론된 '아르카나 택틱스'의 경우 논란이 되는 일러스트를 삭제했으나 하락세를 계속하고 있다. 반면 '영원한 7일의 도시'는 여성 유저들의 요구를 받아 성차별적 일부 콘텐츠를 수정했음에도 그 전과 비슷한 매출 순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르카나 택틱스는 게이머들이 운영상 문제점을 계속 거론하며 인기가 줄어드는 상태였다. 페미 논란도 그래서 더욱 빠르게 대처했으나 게이머들의 마음을 잡기엔 부족했던 것 같다"며 "결국은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성 이슈보단 게임 자체의 콘텐츠나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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