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2019년 상반기를 달궜던, 넥슨 매각 이슈가 장기 레이스로 넘어가면서 '좋은 게임'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전망이다. 

2019년 새해부터 넥슨 매각 소식으로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게임 업계의 큰 형님 격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가 게임을 '손절'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어찌됐건 매각 추진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0~15조원의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신규 흥행작이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가, 던전앤파이터가 중국에서 계속 선전하면서 기업 가치는 너무 높게 책정돼 예견된 결과"였다면서도, 지각변동 없이 넘어간 매각 이슈에 다소 안심하는 모양새다. 

넥슨 이미지와 김정주 창업자 (사진=넥슨)
넥슨 이미지와 김정주 창업자 (사진=넥슨)

내부자는 아니지만 괜스레 나 또한 한시름 놓게 됐다. 그 첫번째 이유는 '바람의나라', 두번째 이유는 '야생의 땅: 듀랑고'다.

처음 컴퓨터를 갖게 됐을 때, 기사님이 CD를 꺼내 설치해줬던 게임 중 하나가 '바람의나라'였다. 그 이후에도 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 큐플레이까지 학창시절을 책임졌던 게임은 모두 넥슨표였다.   

매각 이슈에도 불구하고 취준생들이 가고 싶은 게임회사로 뽑힌 이유도, 그때의 추억 때문 아니었을까? 잡코리아 조사 결과, 취준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하는 게임회사는 넥슨이 66.6%로 가장 우세했다. 카카오게임즈(45.5%)와 넷마블(42.1%), 엔씨소프트(40.6%)가 그 뒤를 이었다. 

신규IP에 대한 도전,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내놓는 것도 넥슨을 응원하게 되는 또다른 이유다. 넥슨은 올 상반기에만 10여개가 넘는 모바일 게임을 발표했다. 게임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MMORPG부터 캐주얼 액션, 퍼즐, 수집형 RPG, 클리커, 다크판타지까지 다채롭다.

하지만 이들 게임에겐 '실패작'이란 꼬리표가 붙곤 한다. 다른 말로 하면 '매출이 안 나온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과도한 현질 유도, 확률형 아이템을 통한 매출 확보가 회사의 전부는 아니다. '돈슨'이라고 욕먹었던 지난 날을 생각하면, 오히려 신기할 따름이다.

가령 '야생의 땅: 듀랑고'의 게임 내 상점에선 대부분이 외형 장비로 구성됐다. 레벨업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보조 아이템도 있긴 하다. 다만 애초에 만렙이 60레벨로 제한된 터라 성장이나 경쟁이 목표인 게임이 아니고, 아이템 구매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매출은 둘째 치고 출시 초기보다 한산해진 것도 맞지만, 재밌게 즐기고 있는 유저의 입장에서 '듀랑고'를 '실패작'이라고 부르기엔 마음이 상하는 것이다.

물론 매출이 안 나오는 모든 게임이 모두 현질을 유도하지 않는 합리적인 게임이라는 뜻은 아니다. 어떤 것이 '좋은 게임'인지 정의 내리기는 힘든 일이다. 이는 멀찍이서 바라보는 나뿐만 아니라, 넥슨도 마찬가지다. 향후 넥슨의 이름을 지키든 재매각을 추진하든, 기업 가치를 높일 만한 '좋은 게임'을 내놔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이왕 넥슨 비호에 나선 김에, 지난 6월 넥슨 스페셜데이에서 서용석 부본부장이 했던 말로 비하인드 뉴스를 마친다.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성공과 실패 두 가지 중 하나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패라고 받아들이면 그 다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공과 실패가 아닌, '성장'. 새로운 타이틀을 발굴(디벨롭)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봐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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