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게임이용 장애 질병 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게임이용 장애 질병 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원하는 효과는 내지 못하고, 게임 산업만 죽이는 과도한 규제다."

28일 인터넷기업협회가 마련한 게임이용장애질병분류에 따른 경제적 효과분석 연구 결과 발표 토론회 현장.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 시, 게임 과몰입을 예방하는데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게임 산업만 위축될 것이라는 학계와 정책 담당자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지난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질병분류(ICD) 11차 개정안에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분류했다. 한국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개발해 ICD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ICD-11를 반영한 KCD 8차 개정은 2023년 이뤄질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인터넷기업협회는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와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 교수 등에 의뢰해  ICD-11이 게임 이용자, 게임 및 연관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직·간접적인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번 토론회는 이와 관련해 좀 더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눠보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는 보고서를 작성한 전성민 교수와 유병준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이형민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소장, 박혁태 한국콘텐츠진흥원 팀장, 최승우 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지난 4월 공개된 보고서에서는 유사 사례 분석을 통해 게임이용 장애 질병 분류로 인한 산업 축소 효과를 추정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게임이용 장애 질병 분류로 인해 게임 산업은 연평균 2조80억에서 3조5205억의 매출 감소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국내 게임 제작 산업이 위축 시, 불필요한 수입액이 연간 약 8648억원 발생할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유사 산업 및 사례를 통한 경제적 효과 분석 요약[표: 게임이용 장애 질병 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 발췌]
유사 산업 및 사례를 통한 경제적 효과 분석 요약[표: 게임이용 장애 질병 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 발췌]

1997년 청소년보호법에 의거해 실시된 만화 검열제를 사례로 삼을 만 하다. 전성민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결국 국내 만화 산업이 위축돼 일본 만화가 대체하는 현상이 벌어졌다"며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중국 게임이 국내에서 2조원 넘게 매출을 올리는 데에 비해 한국 업체들의 중국 진출은 막혀있는 등 문제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텐센트는 삼성전자의 1.5배 수준 규모로 컸다"며 "게임은 연 20% 이상 급성장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상황인 만큼 정책적으로 산업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로 인해 국내 게임 업계가 위축된 사례들은 이미 있다. 정부가 2014년 실시한 웹 보드게임 규제도 그중 하나. 이로 인해 NHN엔터테인먼트 매출은 2013년 2539억원에서 2015년 834억원으로 급감했다. 국내 게임 업체들이 웹 보드게임 규제로 인해 위축된 반면, 전세계 웹 보드게임 시장 규모는 2017년 5조원을 돌파했고 징가, 텐센트와 같은 해외업체가 60%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ICD-11로 인해 최소 49억9500만원의 의료예산과 치유부담금과 같은 추가적 사회적 비용이 7000억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도 있다. 중독 관련 이슈가 다른 인터넷 분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게임산업은 2017년을 기준으로 연간 13조 1423억원 매출을 기록하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게임산업 생산계수는 1.40으로 부동산, 공공행정, 국방 사회보장 서비스업 그리고 교육서비스업과 유사했다. 게임산업이 질병 분류로 인해 28%의 매출 감소가 일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5조2526억원 규모 총생산 감소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고용창출효과 측면에서 봤을 때 28% 매출 감소로 인해 약 3만4007명이 고용기회를 잃게 될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 조사 및 게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게임업계 임직원 평균 연령은 30대 초중반으로 대부분이 젋다. 따라서 게임산업 위축은 청년 실업 문제를 가중시킬 수도 있다.

(왼쪽부터) 전성민 가천대 교수, 유병준 서울대 교수, 이형민 성신여대 교수,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패널데이터 연구실장, 박혁태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 팀장,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
(왼쪽부터) 전성민 가천대 교수, 유병준 서울대 교수, 이형민 성신여대 교수,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패널데이터 연구실장, 박혁태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 팀장,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

부작용은 크지만, 기대 효과는 적을 것이란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보고서 제작 일환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게임의 장애질병 분류는 자기통제력이 높은 그룹의 게임수요만 줄이고 정작 통제력이 낮은, 즉 정책이 타겟으로 하는 집단(문제이용집단)에 대한 효과는 적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유병준 교수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게임 이용에 문제가 있는 군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미 게임산업에서도 재단 등을 통해 과몰입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며 "원하는 효과는 내지 못하고, 게임 산업만 죽이는 과도한 규제를 더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박혁태 한국콘텐츠진흥원 팀장은 "게임이용장애 질병 등록을 저지하기 위해 민관 공동으로 국내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즉시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 질병코드 등재 시 새로운 전략을 바로 수립하고 게임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상황 진정 시, 뇌신경영상기법(fNIRS)을 활용한 뇌인지실험연구를 추가로 진행해 게임이용 장애 질병 분류의 파급효과를 개인 사용자 차원에서 확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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