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아이가 맨날 게임만 해요'라고 호소하는 보호자들은 자녀가 어떤 게임을 하는지, 왜 게임을 하는지 등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초진 면담 시 아이에게 '너는 무슨 게임을 하니?'라고 물으면 호기심을 보이거나 치료진과 눈을 맞추려는 태도를 보인다"

김태호 건국대학교 충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WHO(세계보건기구)가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에 '게임 이용장애(gaming disorer)'를 포함시키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게임과몰입을 치료하고 있는 이들은 보다 섬세한 접근을 주문했다.

3일 게임문화재단은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게임 과몰입 힐링센터 5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그동안의 성과를 밝히고 게임 과몰입에 대해 토론했다.

3일 게임문화재단이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게임 과몰입 힐링센터 5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3일 게임문화재단이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게임 과몰입 힐링센터 5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과몰입 치료에 있어 힘든점을 밝혔다. 그는 "아무래도 과몰입힐링센터가 대학병원 정신과에 있다보니, 상담센터를 먼저 가게되는데 3~5년 동안 해결하지 못하고 곪아터질 지경에 온 친구들이 저희 센터로 온다. 이런 친구들이 일년에 150명에서 200명 가량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게임과몰입의 문제는 게임이 아닌, 가족이나 학교 내 문제 및 공존질환의 문제와 섞여 있다"며 "입원에서 상담, 공존질환의 경우 약물까지 병행하며 치료해야 해서 상당히 복잡"하다고 전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과몰입힐링센터에 오는 이 중 대부분이 20대 이상이다.  10대가 41%, 20대 초반이 28%, 20대 중반이 24%, 30대 이상이 7%를 차지했다. 

또한 내원자들은 공존질환이 있는 경우가 90%에 육박했으며, ▲직업(82.4%) ▲학교환경(68.2%) ▲가족 환경(63.3%) 문제로 인한 경우도 많았다. 결국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우울증·조울병 등 공존질환이나 관계 회복, 구직에 성공하면 게임과몰입 증상은 호전된다.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과몰입힐링센터 내원자들은 공존질환이 있는 경우가 90%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과몰입힐링센터 내원자들은 공존질환이 있는 경우가 90%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이에 도영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게임과몰입 및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일련의 논란은 경험의 격차에서 오는 것이라며, 소통과 유기적인 협력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 교수는 "부모 세대는 자기 삶을 선택해 본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PC온라인게임 시대에만 해도 컴퓨터를 밖에 둔다거나 해서 아이들을 제어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며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책임지려고 하는 자녀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심리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즉 미디어 이용에서 나오는 격차"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 교수는 "서로 공유하고 소통해야만 유기적인 협력체계가 이뤄질 수 있고, 게임과몰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데, 현재 게임이용장애 논란만 해도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간 이해가 첨예한 상황"이라며 "협력 구조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힐링센터가 중간 역할을 하면서 변화와 견인차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현재 게임과몰입힐링센터는 수도권 2곳 및 경북권·전라권·충청권 등 4개 권역에 운영 중이며, 향후 강원 등 3곳에 센터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센터에서 진행한 상담 합계는 1만7000건에 달한다. 아이티휴먼리서치센터(IT&Human research center)에서는 심리학자와 의사·간호사 등이 모여 게임 및 게임 과몰입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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