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류호정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 SNS 갈무리)
(이미지=류호정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 SNS 갈무리)

[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이하 '총선')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게임업계의 온도는 지난 20대 총선과 비교해 극과극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게임업계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성남 분당구 갑)이 '제1호 게임 업계 정치인'으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김병관 의원은 웹젠 이사회 의장을 지낸 인물로, "규모 대비 찬밥 신세"라고 불만을 제기하던 업계의 지지를 받으며 당선에도 성공했다. 실제 김 의원은 셧다운제나 국제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이슈에도 목소리를 내줬다.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도 이른바 '겜잘알'(게임을 잘 아는) 보좌진을 필두로 핵 유포자를 강하게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e스포츠 활성화를 강조하는 등 꽤나 높은 업계 이해도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국감장에서도 '배틀그라운드'의 상징인 프라이팬을 들고 나오는 등 게임인의 주목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김병관 의원은 20대와 마찬가지로 성남시 분당구갑에, 이동섭 의원은 미래통합당으로 적을 옮겨 서울 노원구을에 출마했다. 여명숙 전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미래통합당에 입당, 제 21대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으나 후보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번 총선서 업계 관심은 정의당 비례대표 1번에 이름을 올린 류호정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에게 쏠렸다. #여성 #게임업계 #해고노동자라는 키워드로 눈길을 끌었으나, 대리게임 파문을 시작으로 부정적인 반응이 거세다. 

류호정 위원장은 대학 시절, e스포츠 동아리의 회장직을 맡아 활발히 활동하며 얼굴을 알렸다. 이후 스마일게이트에 취업해 마케팅 등의 업무를 맡았다. 노동조합을 만드려다 권고사직을 당했고, 국회 입성을 통해 게임IT노동자를 대변하겠다는 것이 류 위원장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의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 성적이 남자친구와 계정을 공유해 올려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시 맡고 있던 이화여대 e스포츠동아리 회장직에서 물러났던 계기이기도 했다. 또, 스마일게이트 입사 당시 롤 성적을 포트폴리오 격으로 제시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더해 권고사직이었던 류 위원장이 '해고노동자'라고 자칭한 것 또한 지나친 부풀리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런 와중 펄어비스發 고용 불안정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정의당과 민주노총이 뭉쳐 IT노동상담센터(디버그)를 통해 관련 사례를 모으고,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관련 기자회견에서도 류 위원장은 "제보를 받아봤더니 노동자에게 과도한 업무를 부여하다 하루아침에 잘라버리는 회사, 상사의 폭언이 이상하지 않고 야근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게 일상"이었다며 "네이버, 넥슨, 스마일게이트, 카카오와 같이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노동자를 대할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더 많은 곳에서 여전히 노동자들이 보호받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다"며 IT업계 노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업계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오히려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이 류 위원장이 기자회견한 같은 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우리 노조는 민주노총과 화섬식품 노조로부터 특정 정당 지지나 이데올로기를 강요받은 적이 없다"며 "혹여나 그러한 일이 있더라도 거부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다. 가장 먼저 설립된 게임 노조의 이러한 반응은 류 위원장과의 '선긋기'라는 것이 업계 중론인 상황이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정의당은 게임 관련 공약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게임 업계의 숙원인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고, 자율적인 시간제한 제도 등 민간자율규제 방안 마련, 게임개발사 등에 대한 근로감독 강화 및 근로조건 개선, 게임 유통사와 개발사의 수익 분배구조와 비율 조정 등 업계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돋보였다. 올해 21대서도 당선이 확실시되는 1번에 류 위원장을 올리는 등 게임 산업과 IT 노동자에 힘을 실었으나 역설적으로 자충수가 되어버린 셈이다.

한 게임 업계 종사자는 "류 위원장이 게임 업계를 대변하겠다고 했으나 (비개발자로서) 오히려 업계를 더 모르고, 사람을 쥐어짜는 나쁜 산업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서 불쾌하다"며 "겉핥기가 아니라 진정으로 업계를 잘 알고 스피커가 될 수 있는 인물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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