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송민수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법제연구팀장, 강지명 성균관대학교 인권센터 선임연구원, 황성기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의장, 김상태 순천향대학교 법학과 교수, 그리고 정신동 강릉원주대학교 법학과 교수
왼쪽부터 송민수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법제연구팀장, 강지명 성균관대학교 인권센터 선임연구원, 황성기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의장, 김상태 순천향대학교 법학과 교수, 그리고 정신동 강릉원주대학교 법학과 교수

[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미성년자가 게임 아이템을 결제했는데, 정부 규제로 이를 취소하고 환불받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수그러들 줄 모른다.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규제가 오히려 청소년들의 권리를 해친다는 목소리도 관련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법은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게임 이용을 막고 있을 뿐이며, 여기에서 발생하는 이런저런 문제들에 따르는 책임은 게임사들만 진다는 하소연도 많이 들린다.

2일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게임이용과 청소년 보호정책을 주제로 개최한 제3회 GSOK 포럼에서는 이같은 현재 상황에 대한 문제 인식과 향후 개선 방안에 대해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들이 공유됐다.

이번 포럼에는 김상태 순천향대학교 법학과 교수와 정신동 강릉원주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관련 발제를, 송민수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법제연구팀장과 강지명 성균관대학교 인권센터 선임연구원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법적으로 보면 청소년의 경우 법률적인 행위를 할 수 없고, 법정대리인 동의가 필요하다. 미성년자가 아이템을 구매하더라도 대리임을 통해 취소권 행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에서 이같은 원칙을 적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비대면 서비스인 게임 특성상, 결제인을 특정하기 쉽지 않은 데다 청소년이 이를 은폐하면 결제를 취소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구를 받으면 게임사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게임사 입장에서도 청소년 측의 취소권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김상태 교수는 이번 포럼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앱마켓 모바일콘텐츠 결제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이용자에게 콘텐츠 종류, 특징 및 인앱(In APP) 결제 포함 여부를 고지 ▲결제 전 유료인 콘텐츠 대가, 기간 등을 표기(결제 단위, 금액 및 화폐단위, 자동결제 여부 등) ▲결제절차 개시 이후 결제 진행 단계별 결제 철회 기회가 보장되도록 결제 절차 설계 ▲결제 완료 이전에 이용자 착오와 실수로 인한 결제피해 예방을 위해 휴대폰 인증 등 인증절차를 설정할 수 있는 수단 제공 등을 포함하고 있다.

각 회사별로 약관에 금지행위 위반에 따른 사업자 면책 조항을 담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애플은 약관을 통해 사기 또는 환불 남용이나 속임수 증거가 발견될 경우 환불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계약에 대한 책임을 게임사에게만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이용 주체인 청소년, 학부모들도 부담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청소년 측 취소권이 제한되는 경우
국내법은 미성년자가 부모 몰래 게임 아이템을 결제했다면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을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이 게임사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게임 회사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국내법은 법정 동의자가 결제에 동의했는지 여부를 사업자가 제시해야 한다. 최근 판례를 봐도 이용자와 신용카드 명의자가 다른 경우 신용카드 명의인 의사에 따라 사용된 것인지, 청소년이 신용카드를 부당하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사업자가 주의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반면 해외는 상황이 좀 다르다. 정신동 교수에 따르면 독일은 부모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 계정(부모)으로 계약을 체결했을 시 계정 보안 유지 의무를 소비자들에 부과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이용계약을 체결한 것을 부모가 알고 있음에도 묵인한 경우, 체결 사실을 몰랐지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던 경우 취소권이 없다.

이와 관련해 김상태 교수는 법정대리인 동의제도를 강화해 보호자에게도 충분한 주의 의무를 부여하는 것과 표준화된 환불기준을 마련하고 사업자와 이용자 간 자율적인 분쟁해결 제도(위원회)를 도입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강지명 성균관대학교 인권센터 선임연구원은 "현재 법령에서는 청소년 이름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귀여운 캐릭터가 나오는 '카카오프렌즈' 게임의 경우도 14세 이상이 이용할 수 있다"며 "보호라는 명목 하에 청소년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민수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법제연구팀장 또한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우리 법제도는 청소년에겐 게임 하지 말라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상태 교수는 "청소년이 속임수 쓰는 게 보편화되어 있을 정도로 정보가 많이 알려진 상태"라며 "여기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알려줘야 하고, 결국은 청소년도 권리 주체로 향유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신동 교수는 "국내선 미성년자 행위 능력에 관한 규정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계약 대리행위에 관한 규정을 고려해 환불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법상에선 청소년이 결제하고 은폐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들도 당당하게 게임을 하고 결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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