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국내 도입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가 국내 및 중국에서만 이슈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WHO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 장애(gaming disorer)'가 포함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라는 분류 체계가 있으며, 이는 통계법에 근거해 5년마다 개정한다. 다음 KCD 개정 시기는 오는 2020년이고, WHO의 ICD-11 개정안의 권고는 2022년 1월 발효이므로 게임장애 질병분류 국내 도입은 빨라야 2025년(2026년 시행)으로 예상된다. 

인터넷과 게임이 주류 문화로 자리매김하면서, 게임 이용장애에 대한 논의는 시작됐다. 지난 2013년 미국정신의학회(APA)는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 ‘DSM-5’를 통해 인터넷 게임 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를 정신장애로 분류한 바 있다. 

APA는 또한 게임 이용 장애의 유병률이 일부 아시아 국가의 청소 년들에게는 10~15%, 일부 서구 국가의 청소년들에게는 1~10%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했다.

그 중에서도 중국은 유병율은 물론 정부의 관심도 또한 높다. 실제 구글트렌드에 따르면 'gaming disorder' 검색량이 많은 국가는 1위가 중국이었고, ▲필리핀 ▲홍콩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 ▲뉴질랜드 ▲네팔 ▲캐나다 ▲대한민국 등 10개국이 그 뒤를 이었다. 대부분의 국가가 게임이용장애 관련 이슈가 있을 때에만 검색량이 올라갔으나, 중국의 경우 그 당시는 물론 검색량 자체가 월등히 높았다.

중국 정부의 게임 관련 규제 또한 상당하다. 중국 정부는 2005년 '인터넷 게임 발전과 관리에 관한 약간의 의견(關於網絡遊戲 發展和管理的若幹意見)'을 비롯, 많은 규정과 법규를 제정하여 인터넷 게임 운영체제를 정비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인터넷 게임중독의 개선 방안으로 여러 가지 대책을 내세우고 있다. 

2004년 2월 중앙인민정부는 'PC방 등 인터넷서비스 제공 영업장소 특별 정비 에 관한 의결(關與開展罔吧等互聯罔上罔服務營業場所專項整治的意見)'을 발표했다. 미성년자 PC방 출입을 허용하는 행위를 엄중 처벌할 것을 명시했다. 구체적인 처벌 내용으로는 누적 2회 미성년자 PC방 등 인터넷 서비스 제공 영업장 출입을 허용할 시 문화행정부문에서 영업정지를, 누적 3회 미성년자 출입을 허용할 시 영업허가를 취소 하며, 또한 규정된 영업시간 외에 미성년자 출입을 허용할 시 적발 즉시 영업허가를 취소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초・중・고 등 학교 방경 200m 범위 내와 주거지역 내에는 인터넷 서비스제공 영업장을 개설할 수 없도록 규정하기도 했다.

2017년엔 게임시간을 12세 이하 미성년자는 매일 1시간으로, 12세 이상 미성년자는 매일 2시간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시간 초과 시 강제로 로그아웃시키고, 저녁 9시 이후는 접속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처럼 ‘강제적 셧다운제’, ‘실명인증’, ‘게임 총량제’ 및 ‘게임 판호(版號)’ 발급 잠정 중단 등 규제의 수준을 한층 높이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게임이용장애, 한국 압력으로?

국내 또한 게임이용장애에 관심이 많다. 주요 외신을 보면 WHO ICD 발표 이후 후속 보도는 거의 없다. 국내서만 게임이용장애의 법제화를 두고 공방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APA 조차 게임이용장애를 다루면서 중독이라는 직접적인 단어의 사용은 피하고 있으며, 추가 연구가 필요한 항목이라고 설명한다. 국내 전문가들 또한 연구 자료 및 근거 부족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6월 발간된 한국심리학회지에 따르면 우선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한 통일된 정의 및 용어에 대한 합의가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게임 중독에 대한 523편의 논문을 살펴본 결과, 게임 중독에 대한 정의 및 용어가 16가지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각 논문들이 제시하고 있는 게임 자체의 정의도 통일되지 않는다. 

또, 현재의 진단 기준으로 게임 이용 장애를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재의 게임 이용 장애 진단 기준은 물질 사용 중독과 도박 중독의 진단 기준에 의존하고 있다. 물질 사용 중독과 도박과 같은 행동 중독 사이에는 금단과 내성에 대한 이해 방식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이들 기준을 그대로 게임 이용 장애에 적용할 경우 너무 많은 사람들을 잘못 진단할 우려가 있다. 

현재 공개된 ICD-11를 살펴보면, 게임 이용 장애는 도박 장애와 동일한 진단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진단 기준들은 낮은 특이도를(specificity) 가지며, 낮은 특이도를 가진 진단 기준들은 적응 상의 문제가 없는 많은 게임 이용자들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잘못 분류하도록 이끌 수 있다. 이러한 진단 기준의 동일 함은 게임의 유형이나 플랫폼과 같은 게임의 특성들을 간과하고 게임을 도박과 동일하게 보는 오류를 품고 있다. 실제로 게임의 유형 이나 플랫폼은 과도한 게임 사용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에 더해 한국게임개발자협회는 본 논란 자체가 국내에서 촉발된 것이라는 의심을 제기한다. 협회에 따르면 2013년 보건복지부의 예산으로 게임 중독 진단 척도가 개발됐다. 협회는 이 척도가 1998년의 Young이 개발한 인터넷중독 진단 척도 문항을 그대로 번안한 수준이며, 평소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자가문진을 해도 ‘잠재적 위험군 혹은 고위험군’으로 나오는 오류가 있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이런 심각한 오류를 가진 IGUESS와 IAT의 진단 기준을 기반으로 2014년 이후부터 진행된 수백편에 달하는 게임 중독 연구 논문들의 연구비가 지난 수년간 250억이나 소요되는 정부 예산으로 집행되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협회는 ‘게임 과몰입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를 인용,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의 국내 게임 과몰입 관련 논문 중 89% 이상이 게임은 행위 중독의 요인이라는 논조의 프레임에서 시작된 의도적 논문이라고 말했다. 게임 과몰입과 관련된 전체 학술 논문 자료 중 한국, 중국의 자료가 전체 자료 중 35%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협회는 WHO 관리들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로부터 압력이 있다’는 인터뷰 내용도 언급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나왔던 이야기처럼 결국은 게임사들을 압박해 돈을 뜯으려는 것 아니겠냐"며 "해외에선 별다른 호응 없이 지나가는 가운데, 국내서만 도입 논의가 진행되는 것 자체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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