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국내서도 도입을 두고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국무조정실에서 합의를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했으나, 이를 두고도 잡음이 터져나오고 있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지난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WHO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 장애(gaming disorer)'가 포함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라는 분류 체계가 있으며, 이는 통계법에 근거해 5년마다 개정한다. 다음 KCD 개정 시기는 오는 2020년이고, WHO의 ICD-11 개정안의 권고는 2022년 1월 발효이므로 게임장애 질병분류 국내 도입은 빨라야 2025년(2026년 시행)으로 예상된다. 

이제 남은 기간 사회적 영향과 여론 등을 종합해 도입 여부 및 KCD 개정안을 내놓아야 한다. 다만 게임장애가 인정될 시 도박이나 술·담배와 같이 마케팅 등 사업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어 게임계에선 반발이 심하다.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질병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간에도 이견이 크다.

민관협의체 구성(이미지=국무조정실)
민관협의체 구성(이미지=국무조정실)

 

이에 국무조정실은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수렴과 함께 공동 연구와 실태조사 등에 나설 계획이다.

23일 출범한 협의체는 의료계(3명)‧게임계(3명)‧법조계(2명)‧시민단체(2명)‧관련 전문가(4명) 등 각계를 대표하는 민간위원 14명과 정부위원 8명, 총 22명으로 구성됐다.

먼저 의료계는 ▲노성원 한양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임현우 가톨릭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정영철 연세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 3명이, 게임계에선 ▲김정욱 넥슨코리아 부사장 ▲이경민 서울대학교 신경과학교실 교수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 3명이 각각 대변한다.

법조계에선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와 ▲김나경 성신여자대학교 법학과 교수 등 2명이, 시민단체 위원으로는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와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 등 2명이다.

관련 전문가로는 ▲강순희 경기대학교 직업학과 교수 ▲김동일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김양은 건국대학교 KU커뮤니케이션 연구교수 ▲김정인 수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등 4명이 선정됐다.

협의체 장은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이 맡으며, 각 관계부처에서 ▲백일현 국조실 사회복지정책관 ▲권준욱 복지부 건강정책국장 ▲김현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 ▲전우흥 교육부 학생지원국장 ▲오용수 과기부 정보보호정책관 ▲박난숙 여가부 청소년정책관 ▲강창익 통계청 통계정책국장 등이 참여한다.

협의체 구성부터 잡음이 터져나왔다. 관련 학계·공공기관·협단체 61개가 모인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전문성과 균형잡힌 인적 구성이라는 양 측면에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보인다"며 우려를 표했다.

먼저 중간자적 입장에서 협의에 나서야 할 시민단체와 관련 전문가 위원이 전문성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관련 전문가라는 모 인사는 게임이 아닌 청소년 인터넷 중독 관련 연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또 다른 두 인사 역시 게임과 관련된 연구가 없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것이 공대위 측 설명이다. 

인적 구성에서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반대 입장의 부처보다 찬성 입장의 부처의 수가 많다는 점도 문제다. 여가부는 이미 '셧다운제' 등 게임 규제 부처이고, 교육부도 의견이 나뉘긴 하지만 게임에 대해 우호적이라고 볼 순 없다. 과기부 위원 역시 콘텐츠 전문부서가 아닌 정보보호부서의 담당관인 것도 의문이다.  

공대위 관계자들이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게임산업을 죽이는 행위라는 뜻의 '게임 장례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공대위 관계자들이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게임산업을 죽이는 행위라는 뜻의 '게임 장례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공대위는 "질병코드 도입 논란만으로도 이미 '게임은 질병'이라는 치명적인 프레임이 덧씌워지는 마녀 효과가 따르고 있다. 문제는 시간적 여유가 아니고 질병코드와 같은 소모적인 논란을 하루 빨리 종식시켜 건강한 게임문화와 산업이 발전하는 것"이라며, 도입 논의 자체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아예 WHO 선에서 게임이용 장애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산업계의 대책 중 하나다.

WHO는 총회에서 의결 뒤 FIC 협의체에서 한 번 더 논의를 거쳐 10월, ICD를 최종 게재하게 된다. 이미 ICD-11에서 논의됐던 번아웃 증후군(성공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로 인한 증후군)이 빠졌으며, 이전에도 트랜스젠더나 동성애 등 논란이 심했던 안들도 질병화에서 제외된 적이 있다. 이에 게임산업협회는 WHO FIC 협의체및 국내 KCD 검토 단계서 의견을 지속 피력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협의체가 첫 발을 뗐으나 게임 업계 반발이 심한 가운데 잡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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