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우리의 목표는 실제 세계 보다 더 의미있는 가상 세계를 만드는 것"

아이슬란드에 본사를 둔, '이브 온라인'의 제작사 CCP게임즈의 힐마 베이거 피터슨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이브 온라인'을 만들고 지금까지 운영하면서 그 안에 들어간 게임 철학에 대해 밝혔다. 또한 그는 국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게임 중독의 질병코드화'에 대해서도 게임의 순기능을 강조하며, "섣부른 판단으로 한국이 경쟁 우위에 있는 게임 산업에서 뒤떨어지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8일 자유한국당 김세연 국회의원과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힐마 베이거 피터슨 CCP게임즈 대표를 초청한 토크콘서트 자리를 마련했다. 현장에는 김세연 의원을 비롯해 김경만 펄어비스 CBO(최고 사업책임자), 크리에이터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이 참석했다.

힐마 베이거 피터슨 CCP게임즈 대표 (사진=유다정 기자)
힐마 베이거 피터슨 CCP게임즈 대표 (사진=유다정 기자)

 '이브 온라인'은 2002년 출시된 우주 SF MMORPG로, 전세계 단일서버로 운용되고 있다. 채광, 생산, PvP는 물론 해적질이나 사기까지 가능한 높은 자유도가 특징이다.

힐마 대표는 '이브 온라인'을 '현실 세계의 시뮬레이터'라고 정의한다.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게임은 플레이어들의 참여를 통해 마치 하나의 도시, 국가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이브 온라인'은 동시에 3만명 정도가 접속할 수 있으며, 총 게임 이용자는 아이슬란드의 인구수인 30만명을 넘어섰다. 게임의 미래에 대해 토의하는 시간도 마련돼 있으며, 게이머들의 대표자도 12개월 임기로 선출된다.

힐마 대표는 "게임을 관찰해 보면, 게임을 시작하는 이유는 다들 달라도 계속 하는 이유는 '우정' 때문"이라면서 "게임 플레이 시 협력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커뮤니티가 발달돼 있다. 게이머들은 이브 온라인의 타투를 하기도 하고, 게임에서 만나 결혼한 커플도 있을 정도로 끈끈함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CCP게임즈는 이 사회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부의 재분배에도 신경쓰고 있다. 새로운 플레이어들도 베테랑 플레이어에 맞서 이길 가능성을 주고, 사회적인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힐마 대표는 "실제 사회는 1%가 부의 50%를 쥐고 있는 비정상적인 구조"라며 "적게 가진 사람도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회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경만 펄어비스 CBO,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힐마 베이거 피터슨 CCP게임즈 대표, 크리에이터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사진=유다정 기자)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경만 펄어비스 CBO,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힐마 베이거 피터슨 CCP게임즈 대표, 크리에이터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사진=유다정 기자)

"게임이 질병? 한국 게임 산업 뒤쳐질까 우려"

국내서 찬반 양론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국제보건기구(WHO)는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er)'가 포함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의결한 바 있다. 게임 과몰입을 의사가 질병으로 진단내릴 수 있게 된다. 우리 정부는 이 ICD-11의 도입을 두고 관련 업계와 논의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라는 분류 체계가 있으며, 이는 통계법에 근거해 5년마다 개정한다. 다음 KCD 개정 시기는 오는 2020년이고, WHO의 ICD-11 개정안의 권고는 2022년 1월 발효이므로 게임장애 질병분류 국내 도입은 빨라야 2025년(2026년 시행)으로 예상된다. 

힐마 대표는 "'이브 온라인'과 같은 게임은 놀이터와 같다"고 말했다. 인간은 물론 동물들은 놀이를 통해 배움을 얻는다. 특히 힐마 대표는 '이브 온라인'을 통해 엑셀(Excel)을 깨우쳤다는 사례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에 따르면 이브 온라인을 플레이하면서 연합의 전함이나 물류 관리를 위해 엑셀을 이용했고, 이를 통해 얻은 스킬을 회사에서도 활용해 '엑셀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게이머의 후기가 왕왕 보인다.

대도서관 또한 "게임에서 PvP(개인 플레이어 간 대결)만 중요하고, 폭력성을 부른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인간은 그렇게 멍청한(수동적이기만 한) 존재는 아니다. 저만 해도 이브 온라인에서 해적질을 하곤 했는데, 현실에서도 제가 해적질과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느냐)"며 "오히려 게임 내에서 스킬을 배우면서 스스로 성장(업그레이드)되는 것을 느꼈다. 게임을 통해 학교에서 교육하지 못하는 리더십을 배우고, 정쟁과 같은 대체 경험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의 긍정적인 측면을 봐달라'는 호소다. 힐마 대표는 "안타깝게도 WHO가 게임을 질병으로 모는 결정을 내린 것은 현실이다. 다만 (한국) 정부가 게임 산업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규제 일변도로 가게 된다면, 게임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이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 우려된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WHO의 결정에 대해 별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기도 한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협의체는 게임 업계에서 우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균형 잡혀 있다"며 "문체부는 게임 산업의 진흥을, 복지부는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과몰입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대화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해 부족에서 나오는 불필요한 논쟁지점은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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