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국내 게임산업이 분기점에 섰다. 업계 전반으로 가파른 성장세는 꺽인지 오래다.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세대)가 게임의 주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이제 게임사들이 일방적으로 유저를 휘두를 수도 없는 시대다. 이른바 '쌍방향 소통'의 시대가 온 것. 이에 게임의 새로운 버전, e스포츠가 주목받고 있다. 이미 상당수 게임사들이 e스포츠를 활성화하며 Z세대 게이머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런 게임사들의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e스포츠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짧은 게임 시간‧사회적 측면 중요시하는 Z세대

앱애니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기준 Z세대의 월평균 게임이용 시간은 그 이전 세대보다 30% 가량 적다. 월평균 게임 접속 건수도 20% 더 적다. 시간으로만 따지면 Z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월평균 2시간 정도 덜 게임을 이용하는 셈이다. 다만 Z세대는 소셜미디어와 비게임 앱으로 게임 동영상 플랫폼인 ‘트위치(Twitch)’를 많이 이용했다. 

이는 Z세대들에게 비디오 게임과 e스포츠 스트리밍의 인기가 높기 때문만은 아니다. 게임 이용 장르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게임은 그 장르에 따라 플레이 시간의 길이가 영향을 받는다. 캐주얼 게임처럼 몇 분 안에 끝나는 장르에서부터 몇 시간 동안 계속되는 RPG 장르도 있다. 만일 플레이 시간이 긴 장르에 대한 선호도가 줄고, 짧은 플레이 시간의 장르 선호도가 높아진다면 게임 접속 횟수는 동일해도 총 이용시간은 짧아지게 된다. 앱애니의 데이터는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하는데, 2019년 상반기 10개 국가의 상위 10개 모바일 게임 중 평균적으로 최소 7개 이상이 플레이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캐주얼 게임이나 배틀로얄 장르 게임이었다. '브롤스타즈'가 대표적인 예다. 

아울러 앱애니는 브롤스타즈의 사회적 측면, 즉 클럽을 만들고 가입시킬 수 있는 기능이 Z세대의 특성을 꿰뚫은 아주 중요한 전략이라 평하고 있다. Z세대 남성의 50% 이상은 게임이 친구들과 계속 관계 유지하는 것을 돕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열린 '로스트아크'의 e스포츠 리그 '로스트아크 로열로더스'의 결승전 전경(이미지=스마일게이트)
지난 20일 열린 '로스트아크'의 e스포츠 리그 '로스트아크 로열로더스'의 결승전 전경(이미지=스마일게이트)

◆인플루언서발 역주행, 카트라이더

"카트라이더는 3분 안에 많은 스토리 담기는 게임이다. 짧은 플레이 타임 안에 8명이 각각의 다른 스토리를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e스포츠로 뜨거운 경기가 가능하며, 여기에 인플루언서들의 새로운 스토리까지 더해져 함께할 수록 더 재밌는 게임이다"

넥슨의 대표 캐주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개발을 담당하는 조재윤 리더가 지난 유저행사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은 Z세대의 니즈를 분명히 담고 있다. 특히 카트라이더는 인플루언서들 덕분에 '역주행'한 게임이기도 하다. 지난해 넥슨이 따로 마케팅비를 지불하지도 않았으나 '형독', '김택환' 등 몇몇 인플루언서들의 방송이 인기를 얻으면서 카트라이더의 지표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2004년 출시된 카트라이더는 현재까지도 PC방 순위 10위권에 있다. 

물론 넥슨에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한 것도 한몫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유저 목소리를 듣고, 소통 방식도 다양했다. 손편지를 쓰고, 앞서 언급한 유저 행사도 다수 개최했다. 물론 3000여석이 빠르게 매진될 정도로 호응을 받고 있는 e스포츠 행사도 그 중 하나다.

이에 장기간에 걸친 성장과 경쟁이 특징인 MMORPG에도 e스포츠 도입이 활발하다. 2015년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을 활용한 '블소 토너먼트'가 그 시작이다. 최근엔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가 '로스트아크 로열로더스'로 e스포츠 첫발을 뗐다. 3월 출시를 앞둔 넷마블의 모바일 MMORPG 'A3: 스틸얼라이브'는 아예 배틀로얄 방식을 접목, 출시 이후인 2분기부터 e스포츠 대회를 준비 중이다. 이미 게임 내 커스텀 매칭과 옵저버 시스템(관전 모드)을 완비해 놨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물론 이미 국내서 지정된 e스포츠 정식종목만 해도 ▲리그 오브 레전드 ▲클래시로얄 ▲배틀그라운드 ▲피파온라인4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스타크래프트2 ▲카트라이더 ▲클럽오디션 ▲펜타스톰 ▲하스스톤 ▲PES2018(위닝일레븐 2018) 등이 있다. 전략게임부터 FPS, MOBA, 리듬댄스게임까지 다양하다. 

한 업계 전문가는 "예전엔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커뮤니티까지 엮여 있다. Z세대에게 게임은 하나의 플랫폼 될 것"이라며 "유저들이 바뀌면 기업이 바뀌어야지 유저를 휘두를 순 없는 시대다. (보는 게임이 늘어나면) 게임 산업구조에서 보면 위축된다고 볼 수 있겠지만, 오히려 새로운 버전들, 게이머들이 게임을 가지고 하는 활동이 많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제는 게임이 다양하게, 콘텐츠, 취미, 동료들이랑 친구들 간의 대화로 바뀔 것이고 삶과 더 접점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게임사들의 수익모델도 바뀔 것이고, 여기서 어떻게 접근을 하느냐에 따라서 게임사는 흥망성쇠 기로에 있지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책적 지원 뒷받침돼야

실제 e스포츠 시장은 매년 급속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는 2018년 전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38% 가량 증가한 약 1조원, 2019년엔 1조2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2022년에도 이어져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되었고, 올림픽 종목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e스포츠 산업은 미국이 38%, 중국이 18%로 e스포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13%였으며, 그 비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e스포츠 종주국'이라고 자부했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상황이다.

해외에선 이미 정책적인 지원 공세가 시작됐다. 중국은 전국 50여개 대학에서 학과를 두고 선수 육성과 더불어 방송 전문인력 양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은 주로 대학팀을 구성하고 이들 팀이 활동하는 것을 지원하는 형태다. 유럽은 보다 학술적으로, 학과를 통한 이스포츠 인력을 양성하는 움직임이 크다.

우리 정부도 e스포츠 기본 인프라인 경기장을 전국 3곳에 건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별도로 경기도도 자체적으로 이스포츠 경기장을 건립 중에 있다. 이미 운영 중인 상암동 이스포츠 전용경기장을 포함하면 앞으로 최소 8곳의 경기장이 건립·운영될 예정이다. e스포츠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각종 인프라도 구축돼야 한다. 각 경기장은 방송시설, 대회 운영, 교육 및 기획 행정 등 직접 고용 인원이 평균 35명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 외에 아카데미와 경기장 투어 등 간접 고용 인원은 최대 1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예상이 실현될 경우 빠르면 2020년에서 늦어도 2022년까지 e스포츠 경기장의 운영을 위해 직접 고용이 필요한 전문인력이 140명에 이르고 간접 고용은 40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서도 e스포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주체를 분명하게 구성 혹은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위해 이스포츠 법에서 명시한 이스포츠 산업지원센터와 인력 양성기관을 지정하고 실효성 있는 운영을 위한 예산 확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 전문인력의 자질을 검증·유지하기 위해서 자격증 제도를 운영도 필요하다. 이스포츠 지도자, 심판 자격증 제도를 고도화해 국가 자격증화하고, 이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 인턴 프로그램 제도를 이스포츠산업 전반에 적용시킬 필요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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